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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안부보다내 얘기를 해봐요”

<51> ‘썸’탈 때 할 말이 없어요
2018. 10. 11   15:37 입력

가벼운 대화만 하다 끝나면 상대 알 수 없어

서로의 일과 공유할수록 호감·친밀감 커져

 







“연락을 하는데 할 말이 없어요. 아침에 연락하면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하면 상대방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하고 끝이고, 밥 시간에는 ‘점심 맛있게 드세요, 저녁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면 끝이에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나는 이런 대화를 ‘무한 웜업 대화’라고 부른다.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대뜸 “자, 고민이 뭔지 말해보세요”라고 해서 내담자가 고민을 술술 말하진 않는다. 얼어 있는 관계를 녹이기 위해 처음에는 가볍게 날씨 얘기, 그날의 이슈 등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긴장된 관계를 살금살금 녹이는 웜업 대화다. 어차피 서로 ‘상담하러 왔다’는 목표는 알지만, 대뜸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가벼운 대화로 시작하면 편안하다. 단, 이렇게 시동을 거는 가벼운 대화가 지나치게 오래 걸리면 화가 날지도 모른다.

‘썸’탈 때도 마찬가지다. 낯설고 긴장되는 상태에서는 가볍게 “오늘 춥네요.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라거나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같은 말들이 따뜻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매일같이 이런 말만 반복하면 슬금슬금 짜증이 난다. 시동을 걸고 예열을 했으면 달려야 되는데, 계속 예열만 하는 느낌이랄까.

무한 웜업 대화가 질리는 이유는 첫째로 너무 뻔해서 지겹기 때문이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할 뿐.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고 하면 식사 맛있게 하라고 하고. 너무 뻔해서 안 봐도 줄거리를 알 것 같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욱 뻔하다. 둘째로 정보가(情報價; 정보로서의 가치)가 영(0)에 수렴한다. 좋은 하루 보내라거나 맛있는 식사하라는 얘기는 아무하고나 주고받는 흔하디흔한 말이다. 이런 대화를 일주일, 열흘 주고받아도 상대에 대해 알 수 있는 점은 전혀 없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정보가가 영에 수렴하지 않도록 정보를 주는 것이다.

“오늘 춥네요.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에서 끝나지 않고 “저 오늘 가을옷 입고 나왔는데 굉장히 춥네요. 패딩 입어야 될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경우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신조어)’일텐데 혼자 설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원래 대인관계의 시작은 안물안궁에서 비롯된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느끼며 알고 싶어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안물안궁’이라고 해도 자꾸 자기 이야기를 하면 어느덧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궁금한 것도 없는데, 뭔가 알게 되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와는 할 이야기가 적고,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는 동료와는 할 이야기가 더 많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아니까. 돌이켜 보면 지금 서로의 일과를 공유하는 사람과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일과를 이야기하면 된다. “커피 마셔요” “아침 구보했어요” “훈련 가요” “어제 말벌 봤어요” 등등.

사소한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효과는 ‘조하리의 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프 루프트(Joseph Luft)와 해리 잉햄(Harry Ingham)이 자신들의 이름 ‘조’, ‘해리’를 따서 대인관계를 네 개의 창으로 구분한 것이다. 첫 번째 창은 나도 알고 상대도 아는 이름, 출신지, 취향, 습관, 가치관, 생활패턴 등의 창으로 공개 영역이다.

두 번째 창은 나는 알지만 상대는 모르는 비밀 영역이고, 세 번째 창은 나는 모르지만 상대는 아는 나의 결점, 말버릇 같은 맹인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나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는 잠재력, 소명 같은 미지 영역도 있다. 상대에게 나도 모르는 맹인 영역과 잠재 영역에 대해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처음부터 비밀을 알려줄 수도 없다. 하지만 나에 대해 알려주면서 상대방이 아는 ‘공개 영역’을 늘려줄 수는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공개 영역이 아주 작다. 기껏해야 이름, 출신지역 등인데 습관, 취미, 생활패턴, 더 나아가 가치관 등을 공유할수록 나도 알고 상대도 아는 공개 영역이 커진다. 공개 영역이 클수록 호감과 친밀감이 커진다.

이론적으로도 뒷받침되는 이야기라고 해도 관심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는 것이 낯설거나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다고 해서 상대방이 먼저 관심을 보이거나 나에 대해 궁금해할 확률은 더 낮다. 무한 웜업 대화만 하다가 끝나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밋밋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를 조금씩 더하면서 호감과 친밀감을 끌어 올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최미정 연애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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