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주택시장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 6월 19일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투기수요는 억제하되, 실수요자는 보호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주택시장의 건전한 질서 정립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월나라의 계연은 쌀 한 말 값이 20전 이하로 떨어지면 농민이, 90전 이상으로 오르면 상인이 손해를 보므로, 아무리 싸도 30전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아무리 비싸도 80전을 넘지 않게 하는, 너무 싸지도 않고 너무 비싸지도 않은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했다.
사마천은 6년마다 풍년이 들고 6년마다 흉년이 반복되며, 값이 극도로 싸지면 반드시 높게 되돌아가고 극도로 비싸지면 반드시 헐값으로 되돌아가는 시변(時變)의 원리에 따라 쌀 때 귀중품을 손에 넣듯이 사 두었다가 올랐을 때 오물을 버리듯이 팔아야 한다는 계연의 정책에 주목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와 정반대이다. 가격이 오르면 매수했다가 폭락하면 매도하고 후회한다. 그런데 또다시 가격이 오르면 매수, 폭락하면 매도하고 또 후회하는 선택을 반복한다.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엘 캐너먼 박사도 가격이 오르면 발생하는 매수심리와 하락하면 발생하는 매도심리를 지적했다. 가격의 등락은 비교적 일정하게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오르면 계속 올라줄 것이라는 환상으로 매수하며, 하락하면 더 하락할 것 같은 공포감이 매도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시장 가격은 어떤 주기로 반복될까? 계연은 6년 주기, 현대 경제학자 키친은 대략 40개월 주기의 단기 파동과 10년 주기의 중기 파동, 우리나라 주택가격의 변화를 연구한 국토연구원의 이수욱 박사는 3∼4년 주기의 단기 순환과 10년 주기의 장기 순환을 밝혔다.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4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이런 주기를 알면 근거 없는 환상과 공포로 인한 불합리한 선택의 피해를 막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매매하기 전에 시변(時變)의 어느 주기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 두면 더 오른다거나 지금 팔아야 손해를 덜 볼 수 있다는 막연한 분위기에 현혹되면 안 된다. 구입 자금 조달, 부채 상환, 취·등록세, 중개수수료 등 제반 비용과 주택 보급률 및 정부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관사에서 살 수 있는 군인들은 내 집 마련이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게 될 삶의 터전이므로 비쌀 때 무리하지 말고 쌀 때 여유 있게 구입하는 시변(時變)의 지혜가 필요하다. 사마천은 인간의 불합리한 매매 심리를 바로잡기 위해 하늘이 내려준 화식(貨殖)의 기회인 시변(時變)의 지혜를 강조했지만, 인간의 선택은 언제나 이와 반대였다.
시변(時變)의 지혜는 절제된 용기가 필요하다. 값이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아버리는 일반적인 패턴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화식 사상의 핵심인 시변(時變)의 의미는 ‘알면 과학이지만 모르면 미스터리’의 영역이다. 시변(時變)에 따르면 부유하게 되고 무지하면 가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사마천의 화식 사상은 2100여 년이 지난 현대에도 유용함을 더해 주는 가치 있는 사상이다.
<권영득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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