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겨울철 온돌방에서 덮고 자던 이불은 매우 두툼해서 무게가 꽤 나갔다. 바닥은 후끈후끈해도 외풍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요즘 생각해보면 그처럼 무거운 이불 속에서도 꿀잠을 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 옛날에 사용하던 그 이불처럼 무거운 이불이 국내에서도 출시됐다. 일명 ‘중력 이불’로 불리는 이 이불의 무게는 약 7~9㎏. 하지만 옛날 이불처럼 그렇게 두껍지는 않다. 두툼한 솜 대신 속에 수정 알갱이인 석영을 넣어 무게만 늘렸기 때문이다.
‘중력 이불’이 출시된 까닭은 숙면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제조사의 주장에 따르면 체중의 약 7~12%의 무게로 눌린 상태에서 잠들 경우 행복과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과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한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감소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무게감 있는 이불이 불면증 해소와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불면증과 관련된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연인과 함께 자는 기분이 들어 잠이 잘 온다고 한다. 이불의 무게가 주는 압박감이 연인과 포옹할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연인이 포옹할 때도 상대 몸무게의 7~12%에 달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불면증이 있는 성인 30여 명을 대상으로 2015년에 행해진 한 연구에서는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잘 경우 수면 도중 뒤척이는 빈도가 적고 수면 시간을 전반적으로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거운 이불이 왜 불면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또한, 더운 것을 싫어하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도 무거운 이불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른들은 늘 이불을 덮어서 아기를 키우는데, 이불을 덮는다는 것은 잠과 직결된다.
사진 출처=www.sleep.org
땅바닥에 그대로 누워 잠자는 종족 없어
2002년 미국 에모리대학의 캐럴 워스먼과 멜리사 멜비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수면 습관을 연구해 ‘다양한 문화 속 인간의 수면 행태에 관한 비교조사’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에 따르면 열대 지역에 산재한 수렵 채집 사회의 수면 행태는 현대 사회와 매우 달랐다. 그들의 경우 정해진 취침 시간이 없었으며 수면과 기상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오직 유목 수렵인들만 이불 없이 잠을 잘 뿐 그 외 다른 모든 열대 지역의 사람들은 식물 등을 엮은 천을 덮고 잠을 청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불을 덮지 않는 유목 수렵인들도 바닥에 깔개는 반드시 깔고 잠을 잤다. 즉, 땅바닥에 그대로 누워 잠을 자는 종족은 없었다.
열대 지역의 원주민들이 이불을 덮고 자는 것처럼 우리도 몹시 더운 여름에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는 습관이 있다. 도대체 인류는 왜 이처럼 이불을 덮는 것이 습관화된 것일까.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도 이불을 덮는 데엔 이유가 있다.
네덜란드의 수면 과학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온도를 내는 옷을 입히고 잠을 자게 한 뒤 수면 뇌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가 가장 깊은 잠이 드는 상황은 몸의 중심 체온이 깨어 있을 때보다 1도 낮을 때인 것으로 밝혀졌다. 체온이 낮아지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의 중심 체온을 1도 낮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몸의 표면 체온, 즉 피부 온도가 중심 체온보다 0.4도 높아야 한다. 피부 온도가 중심 체온보다 약간 더 높아야 피부 혈관이 이완되고, 몸의 중심에 모인 열이 피부의 이완된 혈관을 통해 계속 밖으로 발산될 수 있다.
이처럼 피부 온도를 약간 높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이불이다. 따라서 더운 여름에도 숙면하기 위해선 얇은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좋다. 더울 때 보통 찬물 샤워보다는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면 잠이 훨씬 더 잘 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오직 유목 수렵인들만 이불 없이 잠을 잘 뿐 그 외 다른 모든 열대 지역의 사람들은 식물 등을 엮은 천을 덮고 잠을 청한다. 그림은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인 펠릭스 발로통의 작품이다.
사진 출처=www.wikiart.org
렘수면 상태에서는 체온조절 기능 잃어
또한, 숙면을 유지하기 위해선 잠이 들 때뿐만 아니라 아침이 올 때까지 이불을 덮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아틀라스옵스큐라’는 최신 기사에서 이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람이 잠을 깨기 전의 약 4시간 동안은 꿈을 꾸는 렘(REM)수면 상태가 되어 체온조절 기능을 잃게 된다.
즉, 평소 체온보다 1~2도 정도 떨어지게 되는 것. 따라서 렘수면 상태에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마치 변온동물인 파충류처럼 외부 요인으로 몸을 덥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새벽에는 기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때 떨어진 체온을 올려주는 가장 좋은 도구 역시 이불이라는 설명이다.
새벽일수록 이불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세로토닌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불은 세로토닌 분비와 연관성이 있다.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인들이 특히 이불에 집착하는 이유를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신생아의 경우 성인보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어른들은 늘 이불을 덮어서 아기를 키우는데, 이불을 덮는다는 것은 잠과 직결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이불을 덮을 때 잠이 드는 것이다.
옛날 겨울철 온돌방에서 덮고 자던 이불은 매우 두툼해서 무게가 꽤 나갔다. 바닥은 후끈후끈해도 외풍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요즘 생각해보면 그처럼 무거운 이불 속에서도 꿀잠을 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 옛날에 사용하던 그 이불처럼 무거운 이불이 국내에서도 출시됐다. 일명 ‘중력 이불’로 불리는 이 이불의 무게는 약 7~9㎏. 하지만 옛날 이불처럼 그렇게 두껍지는 않다. 두툼한 솜 대신 속에 수정 알갱이인 석영을 넣어 무게만 늘렸기 때문이다.
‘중력 이불’이 출시된 까닭은 숙면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제조사의 주장에 따르면 체중의 약 7~12%의 무게로 눌린 상태에서 잠들 경우 행복과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과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한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감소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무게감 있는 이불이 불면증 해소와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불면증과 관련된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연인과 함께 자는 기분이 들어 잠이 잘 온다고 한다. 이불의 무게가 주는 압박감이 연인과 포옹할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연인이 포옹할 때도 상대 몸무게의 7~12%에 달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불면증이 있는 성인 30여 명을 대상으로 2015년에 행해진 한 연구에서는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잘 경우 수면 도중 뒤척이는 빈도가 적고 수면 시간을 전반적으로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거운 이불이 왜 불면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또한, 더운 것을 싫어하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도 무거운 이불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른들은 늘 이불을 덮어서 아기를 키우는데, 이불을 덮는다는 것은 잠과 직결된다.
사진 출처=www.sleep.org
땅바닥에 그대로 누워 잠자는 종족 없어
2002년 미국 에모리대학의 캐럴 워스먼과 멜리사 멜비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수면 습관을 연구해 ‘다양한 문화 속 인간의 수면 행태에 관한 비교조사’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에 따르면 열대 지역에 산재한 수렵 채집 사회의 수면 행태는 현대 사회와 매우 달랐다. 그들의 경우 정해진 취침 시간이 없었으며 수면과 기상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오직 유목 수렵인들만 이불 없이 잠을 잘 뿐 그 외 다른 모든 열대 지역의 사람들은 식물 등을 엮은 천을 덮고 잠을 청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불을 덮지 않는 유목 수렵인들도 바닥에 깔개는 반드시 깔고 잠을 잤다. 즉, 땅바닥에 그대로 누워 잠을 자는 종족은 없었다.
열대 지역의 원주민들이 이불을 덮고 자는 것처럼 우리도 몹시 더운 여름에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는 습관이 있다. 도대체 인류는 왜 이처럼 이불을 덮는 것이 습관화된 것일까.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도 이불을 덮는 데엔 이유가 있다.
네덜란드의 수면 과학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온도를 내는 옷을 입히고 잠을 자게 한 뒤 수면 뇌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가 가장 깊은 잠이 드는 상황은 몸의 중심 체온이 깨어 있을 때보다 1도 낮을 때인 것으로 밝혀졌다. 체온이 낮아지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의 중심 체온을 1도 낮은 상태로 유지하려면 몸의 표면 체온, 즉 피부 온도가 중심 체온보다 0.4도 높아야 한다. 피부 온도가 중심 체온보다 약간 더 높아야 피부 혈관이 이완되고, 몸의 중심에 모인 열이 피부의 이완된 혈관을 통해 계속 밖으로 발산될 수 있다.
이처럼 피부 온도를 약간 높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이불이다. 따라서 더운 여름에도 숙면하기 위해선 얇은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좋다. 더울 때 보통 찬물 샤워보다는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면 잠이 훨씬 더 잘 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오직 유목 수렵인들만 이불 없이 잠을 잘 뿐 그 외 다른 모든 열대 지역의 사람들은 식물 등을 엮은 천을 덮고 잠을 청한다. 그림은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인 펠릭스 발로통의 작품이다.
사진 출처=www.wikiart.org
렘수면 상태에서는 체온조절 기능 잃어
또한, 숙면을 유지하기 위해선 잠이 들 때뿐만 아니라 아침이 올 때까지 이불을 덮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아틀라스옵스큐라’는 최신 기사에서 이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람이 잠을 깨기 전의 약 4시간 동안은 꿈을 꾸는 렘(REM)수면 상태가 되어 체온조절 기능을 잃게 된다.
즉, 평소 체온보다 1~2도 정도 떨어지게 되는 것. 따라서 렘수면 상태에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마치 변온동물인 파충류처럼 외부 요인으로 몸을 덥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새벽에는 기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때 떨어진 체온을 올려주는 가장 좋은 도구 역시 이불이라는 설명이다.
새벽일수록 이불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세로토닌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불은 세로토닌 분비와 연관성이 있다.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인들이 특히 이불에 집착하는 이유를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신생아의 경우 성인보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어른들은 늘 이불을 덮어서 아기를 키우는데, 이불을 덮는다는 것은 잠과 직결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이불을 덮을 때 잠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