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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전쟁터...이제 풍요로운 평화의 땅으로

정호영

입력 2018. 09.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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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군사고장 순례 - 강원도 철원군?


철원의 역사

삼국시대엔 후고구려 도읍

1945년엔 광복과 동시에

전 지역 공산치하에 예속돼

 

6·25 격전지로 유명한 철원군

지형적 위치 탓도 있지만

곡창지역이었기 때문

국군, 남쪽 철원평야 차지

 

 

철원의 오늘

농가소득의 일등공신 ‘철원 쌀’

강원도 전체 쌀 생산량의 25%

대표적인 관광지는 한탄강

제2땅굴 등 안보관광도 활발

동쪽은 ‘DMZ 생태평화공원’

2700여 종의 동식물 서식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그어진 군사분계선(MDL)은 오늘날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는 분단의 경계선이다. 흔히 휴전선이라 불리는 군사분계선은 서쪽에서 동쪽까지 장장 155마일에 걸쳐 있다. 서쪽 경기도 파주시 정동리 임진강 하구에서 동쪽의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 해안을 잇는 선이 바로 휴전선이다.

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의 군사력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데, 이러한 접적지역을 전방이라 부른다. 전방의 군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바로 군사도시로, 경기도에서 강원도까지 최북단 10여 개 시·군 지자체가 여기에 해당된다.

국방저널은 연중 기획으로 이곳 군사고장을 순례, 휴전 이래로 65년이 넘도록 지역적 특성과 고유의 문화를 잃지 않고 간직해 온 군사도시의 모든 것을 글과 사진으로 생생히 전하고자 한다. 이달에 소개할 군사고장은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 철원군이다.



강원도 북서부에 있는 철원군은 6·25전쟁의 격전지로 유명하다. 1953년 정전협정이 된 이듬해인 1954년부터 민간인 거주가 허용됐을 정도로 대표적인 군사고장이다.

철원군은 전역이 수복지역으로, 군사분계선과 접하고 있다. 당연히 군부대가 곳곳에 주둔하고 있어 군인들과 면회객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이 활발한 편이다.

철원군에는 철원읍·김화읍·갈말읍·동송읍·서면·근남면·근북면·근동면·원동면·원남면·임남면·와수출장소 등 4개 읍, 2개 면, 1개 출장소가 있다. 이 중 동쪽에 위치한 근북면·근동면·원동면·원남면·임남면은 군사상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 주민 미거주 지역이다. 군청 소재지는 갈말읍 신철원리이고, 면적은 889.43㎢, 인구는 4만8154(2016년 기준)명이다.

 

 



철원군의 동쪽으로는 화천군, 서쪽으로 연천군·포천시, 남쪽으로 포천시, 북쪽으로 북한 땅인 평강군·김화군과 접하고 있다.

철원군 내 군사도시는 대부분 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발달돼 있다. 철원 서쪽의 동송읍은 육군6사단 장병들이, 동쪽인 김화읍은 육군3사단 장병들이 휴가나 외출·외박 시 즐겨 찾는 곳이다. 철원의 서쪽 끝은 육군5사단이, 동쪽 끝은 육군15사단이 걸쳐 있어 철원군 내에 있는 군단 소속부대까지 포함하면 군인과 군인가족 인구가 주민 인구와 엇비슷할 정도로 많다.

철원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에 철원은 고구려(또는 백제)의 모을동비(毛乙冬非) 또는 철원군(鐵圓郡)이었다. 이후 904년에 나라 이름을 마진으로 고친 궁예는 905년에 이곳 철원으로 도읍을 옮겼다. 궁예는 911년에 다시 국호를 태봉(泰封)으로 고침으로써 이곳은 후삼국 시대의 중심지가 됐다.

철원은 1945년 8·15광복과 동시에 38선을 경계로 전 지역이 공산치하에 예속됐다. 또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치열한 전쟁터로 바뀌었다. 특히 1952년 10월의 백마고지전투와 철의 삼각지대전투, 저격능선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을 만큼 6·25전사에서 대표적인 격전지로 손꼽힌다.

이후 국군의 북진으로 수복돼 군정(軍政)이 실시되다가, 1954년 「수복지구임시행정조치법」으로 군정으로부터 행정권이 인수됐다. 이로써 이북지역의 6개 면을 제외한 3개 면을 관할하게 됐다. 또 일부 지역이 수복돼 1954년부터 민간인 거주가 시작됐지만 어운면·북면·묘장면·내문면·인목면·마장면 등은 비무장지대에 속하거나 북한 지역이 됐다.

철원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흔히 곡창지인 철원평야와 자연경관이 뛰어난 관광지를 떠올리곤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군장병과 가족, 면회객들은 한 번쯤 철원평야와 관광지를 둘러봤을 정도로 철원의 대표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철원 전 지역에 걸쳐 형성돼 있는 철원평야의 면적은 650㎢이다. 철원지역 약 70%가 평야로, 강원도 내 제1의 곡창지대다. 철원평야는 삼남 지방의 평야지대에 비하면 작지만 평야가 좁은 강원도 내에서는 그 규모가 가장 크다. 현무암이 풍화된 비옥한 토양은 농사에 적합해 예로부터 철원 쌀은 유명했다.

철원이 6·25전쟁 당시 남과 북의 격전지였던 것은 지형적 위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곡창지역이기 때문이었다. 6·25전사에서 널리 알려진 백마고지와 저격능선은 현재 비무장지대에 위치해 있지만 국군이 이곳을 확보함으로써 남쪽의 철원평야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다.

현재 철원군의 경우 비무장지대의 청정지역 이미지를 이용한 ‘철원 오대쌀’이라는 상표가 다른 지역 쌀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됨으로써 농가소득의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관광지도 철원의 지명도를 높이며 소득원이 되고 있다. 철원의 대표적인 주요 관광지는 한탄강의 국민관광지다.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는 지석묘·토성·도피안사 등이 있다. 자연자원으로는 고석정·순담직탕·삼부연·매월대 등이 있다. 지난 1975년 북한의 남침용 제2땅굴이 발견되면서부터는 전적지들을 연계하는 안보관광지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탄강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체험관광이 유행하고 있다. 체험관광으로는 래프팅, 번지점프, 트래킹, 서바이벌게임, 4륜 바이크 타기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테마관광으로 한탄강 주변 관광지, 철새탐조관광, 안보관광코스 등이 있다.

이 중 안보관광은 군사고장인 철원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다. 코스로는 제2땅굴, 월정리역, 철의삼각전망대, 승리전망대, 백마고지위령비와 기념탑, 노동당사 등이 있다.

철원은 서쪽에 주민 인구 중 70% 이상이 몰려 있다. 동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근남면·김화읍은 감소 추세를, 철원평야를 끼고 있는 인구조밀지역인 동송읍·갈말읍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36년 철원읍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원읍에 많은 인구가 밀집했으나, 6·25전쟁 당시 격전으로 인해 거의 폐허가 됐다. 정전 후에는 읍내 대부분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포함돼 버렸다. 그 뒤 철원읍 화지리와 동송읍 이평리 일대에 구철원이, 군 남부에 위치한 갈말읍 지포리에 신철원이 조성됐다. 오늘날 구철원 지역은 상업중심지, 신철원 지역은 행정중심지로 성장했다.

군사고장인 만큼 철원군 주민은 대체로 서비스업과 농업에 종사한다. 철원의 농가인구는 2013년 기준 1만596명이며, 농가당 경지면적은 3.35㏊로 강원도 평균(1.5㏊)보다 넓은 편이다. 벼농사 중심이며, 특히 강원도 전체 쌀 생산량 중 25%를 차지한다. 밭작물로는 콩·옥수수·감자가 많이 생산된다.

철원의 주민 대부분은 관광과 평야가 발달한 서쪽에 몰려 있다. 반면 동쪽은 인구밀도가 낮은 만큼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 이 때문에 철원군은 동쪽의 김화읍을 중심으로 이러한 지형적 특성을 살린 관광상품을 개발해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철원 동쪽의 대표적인 명소가 DMZ 생태평화공원이다. 이곳은 60여 년 동안 출입이 통제돼 자연상태가 잘 보전돼 있는 곳으로, 고라니·너구리·멧돼지 등의 동물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27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분단의 역사 중심에 있는 곳이다.

생태평화공원은 또 철책선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십자탑 코스(등산코스)와 철책 인근에 형성된 아름다운 습지형 호수를 볼 수 있는 용암보 코스(트래킹 코스)를 체험할 수 있는 2개 탐방로를 운영하고 있다.

오토캠핑장이 있는 화강 쉬리공원도 철원 동쪽의 명소 중 하나다. 토종 민물고기인 쉬리 등이 사는 화강 주위에 산책로와 야영장 등을 조성함으로써 도시인들이 자연을 벗 삼아 힐링할 수 있는 쉼터로 부족함이 없다.

대한민국 최북단의 강원도 철원은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대표적인 군사고장이다. 이곳 철원에서도 지난 4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이 평화를 위해 손을 맞잡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의 변화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철원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에서 오랫동안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분단의 벽을 허물며 하루속히 평화가 찾아오기를 노래해 보자.

 


정호영 기자 < fighter7@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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