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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탑승권 발급·처방전 출력·음식 주문…어서 와, 무인 세상은 처음이지?

입력 2017. 09. 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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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갑툭튀’ 키오스크


대한항공 직원들이 짧은 시간 안에 탑승 수속을 마칠 수 있는 공항 내 탑승권 자동발급기 키오스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활약 중인 유명 외국인의 자국 친구를 한국으로 초대하는 독특한 포맷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MBC에브리원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얼마 전 이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멕시코 친구들이 인천공항에 있는 버스표 무인 판매기(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헤맸기 때문이다.

20대에 불과한 젊은 나이인데도 키오스크(KIOSK) 작동법을 몰라 쩔쩔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친구들을 초대한 크리스티안은 “멕시코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사람이 판매하기 때문에 자신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멕시코 친구들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소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처럼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난 키오스크 때문에 당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멕시코 친구들이 키오스크에서 당황하는 장면.                                             
 MBC에브리원 제공

무인단말기, 병원·약국·영화관 점령

은행에나 있는 줄 알았던 키오스크가 점령한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형 병원이다.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 먼저 키오스크부터 만나야 한다. 도착했다는 정보를 남기기 위해서다. 진료를 끝낸 후에도 진료비 결제, 처방전 출력 등도 키오스크에 맡긴다. 진료실에서 의사를 만나 얘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진료를 끝낼 수 있는 셈이다.

대형 약국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스스로 키오스크에서 결제한 뒤 영수증이나 복약 안내서를 출력해 처방전과 함께 접수대에 제출하면 된다.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다. 터치만으로 보고 싶은 영화 표를 사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등으로 예약한 표도 키오스크에서 터치만 하면 바로 받을 수 있다.



 


커피 주문은 물론 택배 수령도

밥을 먹을 때도 예외가 아니다. 점원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도 식사를 할 수 있다. 대형 마트에 있는 식당가를 이미 키오스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원하는 음식을 고른 뒤 결제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간다.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실 때도 키오스크의 도움을 받는다. 커피 프랜차이즈인 ‘커피만’ 등에서는 주문을 키오스크로만 받는다. 점원은 음료만 만들고 손님은 주문과 계산을 끝낸 후 음료만 받아 가는 식이다.

심지어 택배원들과 마주칠 일 없는 무인 택배도 등장했다. 롯데홈쇼핑·11번가 등은 무인 택배함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편의점·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택배함 키오스크에 문자메시지로 받은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낯선 택배원과의 대면 없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택배 물품을 받을 수 있다.

무인 택배.  필자 제공

터치만으로 끝… 생각보다 복잡

하지만 이 같은 키오스크 주문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얼마 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재미난 장면을 목격했다. 이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이 키오스크다. ‘주문하는 곳’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키오스크의 화면을 누르면 ‘매장에서 먹을 거냐, 싸갈 거냐’ ‘결제는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묻는다. 대답을 터치하면 메뉴 선택 화면이 나온다. 원하는 메뉴를 고르자 ‘감자튀김과 음료를 곁들일 거냐’부터 시작해 계란·치즈·상추·양파·베이컨·패티 등의 재료를 일일이 추가하거나 뺄 수 있는 버튼이 등장했다. 신중히 고심한 끝에 메뉴 선택을 끝내니 ‘준비될 때까지 3분 걸린다’고 친절하게 안내도 해준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한마디의 말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주문하기 위해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터치만으로도 끝낼 수 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와 한참을 씨름하던 한 고객이 갑자기 점원에게 가서 “○○세트메뉴 주세요”라고 한 것이다. “말 한마디면 될 것을 왜 귀찮게 이것저것 누르라고 해”라는 투덜거림에 다른 고객들도 일제히 점원에게 주문하기 시작했다.



낯선 키오스크의 불편함

한국은 이미 ‘키오스크 왕국’으로 불릴 정도다.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 등 유명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키오스크만 해도 1000개가 넘는다. 은행은 물론 병원·약국·영화관 등을 점령한 키오스크 숫자도 이미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업체들은 키오스크의 편리함을 강조한다.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빠르게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키오스크가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인건비 부담 줄이기라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 때문일까. 키오스크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대형 병원에서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주는 아르바이트가 따로 있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어서 와, 키오스크는 처음이지?’라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는 사람이 멕시코 친구들만은 아닌 듯하다.

<이국명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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