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그린베레

그린베레(The Green Berets), 1968

감독: 레이 켈로그, 존 웨인 / 출연: 존 웨인, 데이비드 잰슨, 짐 허튼

군살 없는 각진 얼굴, 불타는 듯 또렷한 눈빛. 대한민국 특전용사의 이미지다. 어떤 군인이라도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마찬가지겠으나 그중 특전용사가 최일선 장병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병무청이 3대에 걸쳐 7명의 특전용사를 배출한 김우엽 중사 가족을 병역이행 특별가족 대상으로 선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모병제 논의까지 등장하는 요즘, 국방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수행한 가족의 사연은 본받을 만하다.



베트남전에 투입된 미국 전투부대 활약상

그린베레는 미국 사상 최강의 전투부대를 자부하며 베트남전에 투입된다. 역전의 용장 커비 대령(존 웨인)은 극소수의 정예부대를 뽑는다. 베트콩 사령관을 납치하는 게 이 부대의 목표다. 그린베레는 헬기를 타고 적진 깊숙이 침투해 베트콩 사령관을 납치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적의 끈질긴 추적으로 위기를 맞는다.

영화 ‘그린베레(The Green Berets)’는 미국이 한창 베트남전에 집중하던 때 특전부대원들의 용맹, 우정, 그리고 충성심을 그린 작품이다. 베트남전을 그린 최초의 작품으로 꼽힌다. 그린베레의 활약상은 미국 만화작가 조 큐버트(Joe Kubert)의 동명 신문 연재 만화로 만들어졌으나 반전론자들의 격렬한 항의 때문에 3년 만에 연재가 중단됐다. 이후 작가 로빈 무어는 1966년 직접 그린베레 훈련에 참여해 이들의 생활상을 몸소 체험하고 ‘그린베레(The Green Beret)’를 써냈다. 이 책은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그린베레는 우리 군으로 치면 특전사 요원이다. 홀연히 적 후방으로 투입돼 파괴와 공포를 몰고 오는 특전용사의 이미지는 인상적이다. 영화 속 설정처럼 실제로 그린베레가 본격적으로 투입된 전장은 베트남이었다. 당시 피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적을 막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했다. 인질 구출을 위해 적 후방으로 침투한 손타이 포로 구출 작전도 당시 대표적인 그린베레의 활약상 중 하나다.

배우 존 웨인이 감독·주연·제작 맡아

이 영화는 존 웨인이 감독·주연·제작을 맡았다. 존 웨인은 수백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감독(Director)으로 올린 건 단 두 편뿐이다. 미국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에 따르면 존 웨인이 공식적으로 감독으로 활약한 작품은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을 그린 ‘알라모’(1960)와 ‘그린베레’다. ‘그린베레’는 반전영화가 난무하던 베트남전 당시 유일하게 이 전쟁을 지지한 영화로도 꼽힌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그린베레의 활약상을 통해 군인의 영웅적 면모를 드러냈다.

영화 OST, 빌보드차트 5주간 1위

‘그린베레’는 영화 내용뿐만 아니라 OST로도 유명하다. 영화의 오프닝 때 흘러나오는 주제곡 ‘Ballad of The Green Berets’. 포크록 풍의 이 노래는 1966년 3월 미국 대중음악 순위를 알려주는 빌보드 차트에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더니 무려 5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고향에 가면 젊은 아내가 그린베레를 기다리고 있다 / 그러나 그녀의 그린베레는 오늘 죽음을 만났다 (중략) /기다리는 그녀에게 그는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나의 아들의 가슴에도 은빛 날개를 달아주오” 등으로 노랫말이 이어진다. 다소 쓸쓸한 멜로디와 이 노래를 부른 배리 새들러가 실제 그린베레였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계급이었던 하사(SSgt: Staff Sergeant)를 자신의 이름 앞에 붙여 쓰는 배리 새들러는 그린베레의 의무(醫務) 부사관이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정글 순찰 도중 부비트랩에 무릎을 다친 후 병상에서 자신의 경험을 노래로 만들었고, 앞서 말한 작가 로빈 무어가 노랫말을 붙였다.

그린베레가 다시 주목받은 때는 1991년 ‘사막의 폭풍’작전으로 일컬어지는 걸프전이었다. 그린베레는 당시 정찰과 다국적군 훈련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우리 특전용사는 유사시 최전선에 서지만 평상시에는 대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군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 태풍 ‘차바’로 극심한 피해를 본 울산·경주 지역에 특전사 장병들이 투입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규대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