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담배 이야기
평생 흡연자 중 절반,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
아침에 피우는 첫 담배…혈압 상승·혈관 벽 등 손상
담배는 기원전 1000년경에 잎을 태워 마시거나 씹기 시작했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즙이나 가루 등을 이용했습니다. 종교의식에도 사용됐는데 마야문명의 벽화를 보면 사제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 1492년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 상륙해 보니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오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그것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이후부터 문명인들에게 담배가 알려지게 됐습니다.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은 담뱃잎을 먹어 치우는 곤충으로부터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분비하는 물질로, 곤충이 담뱃잎을 먹었을 때 호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니코틴이 사람의 뇌에 도달하게 되면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이 나오게 되고, 그 양이 많아지면 환각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 니코틴 같은 물질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맛을 들이면 쉽게 끊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담배는 1945년 광복을 기념해 조선군정청 전매국에서 내놓은 ‘승리’입니다. ‘승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이름에는 광복의 기쁨이 내포돼 있습니다.
전후에는 ‘건설’ ‘파랑새’, 1960년대에는 ‘재건’ ‘새나라’ ‘신탄진’, 1970년대에는 ‘새마을’ ‘환희’ 등과 같이 출시되는 담배 이름에는 정치·사회적 상황과 시대상, 정권의 구호 등이 반영됐습니다. 1980년대 출시된 ‘솔’은 군용 담배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며, 200억 갑 이상 판매돼 국산 담배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렸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평생 흡연을 한 사람의 50% 정도가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요즘은 직접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이 건강에 더 큰 해악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흡연 행위는 공공의 적이 돼버렸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실내에서 흡연이 금지됐으며, 실외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제한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흡연자들은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운다는 불안과 죄책감을 늘 느끼게 되고,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눈치도 살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더 쌓이고, 니코틴 금단증상도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도가 올라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보니 ‘흡연권 보장’이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담배와 관련해 알려져 있는 몇 가지 속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담배는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니코틴은 신경세포들 간의 전달에 직접 관여해 일시적으로 각성효과를 냅니다. 그러나 담배에 들어 있는 일산화탄소 때문에 오히려 정신집중도 잘 안 되고 몽롱한 상태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둘째, “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면 맛이 더 좋다”입니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된다”는 것은 애연가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미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술을 거의 매일 마시는 사람의 70~90%는 골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주와 흡연의 관계가 깊다는 말입니다. 이는 알코올과 니코틴이 신경세포의 동일한 특정 부위, 즉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음주를 하면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됩니다.
셋째, “아침 공복 때 피우는 담배는 꿀맛이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우게 되는 이유는 잠자는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아 혈중 니코틴 농도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더욱 간절해져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우게 됩니다. 니코틴이 부족한 상태에서 니코틴이 몸에 들어가므로 낮에 피우는 담배보다 맛이 더 좋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심혈관계통과 신경계통은 아침에 처음 피우는 담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혈압 상승, 심박동 항진, 위산분비 증가, 혈관 벽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굵기가 가는 담배는 니코틴이 적다”입니다. 흡연자들 가운데 슬림형 담배에는 니코틴이나 타르가 적게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굵기가 다르더라도 한 개비에 함유된 니코틴과 타르의 양은 차이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건강한 삶은 생활습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예방의학의 가장 기본입니다. 금연 결심을 하셨다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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