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명길의 연애모의고사

후배들은 그를 ‘초콜릿 오빠’라고 불렀다

입력 2016. 12. 15   18:00
0 댓글

<91> 기억되는 남자


 



Q. 학창시절 명길 씨가 여자 후배들에게 자주 나눠주던 ‘이것’은 무엇이었을까?

1. 시험 족보

2. 딸기우유
3. 아몬드 초콜릿

4. ‘여기 어때’ 할인 쿠폰

A. 귤은 고마운 과일이다. 추위로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 면역력이 떨어지는 우리의 건강을 책임져 주기 때문이다. 이런 귤을 보면 이병 때가 떠오르곤 한다.

좁은 함정에서 생활해야 하는 해군은 겨울철 활동량이 적어 건강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날이 추워 청소도 못 하고 페인트칠도 못 했기에, 나는 다가오는 ‘포 요원 평가’를 치르기 위해 5인치 주포의 재원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항해부로 귤 수십 상자가 도착했다. 귤이 얼마나 풍년이었는지 평소 1~2개씩 배식하던 귤을 1인당 1박스씩 줬다. 귤을 보고 기쁨에 질렀던 환호성은 곧 비명이 됐다. 초코빵 12개는 한 번에 먹겠는데, 귤 10㎏은 정말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다. 게다가 선임들도 부담스러운지 남은 귤을 모두 일·이병들에게 몰아줘 이후 한동안 귤만 먹었다. 지금도 귤만 보면 조건반사처럼 그때가 떠오르곤 한다.

학창시절 만났던 그녀는 초콜릿을 보면 내가 떠오를 것이다. 당시 나는 원뿔 모양의 아몬드 초콜릿을 좋아해서 가방 속에 늘 그 초콜릿이 있었다. 여자 후배들과 조 모임을 하거나 어색한 순간이면 그 초콜릿을 나눠주곤 했는데, 나중에는 여자 후배들이 먼저 “오빠 초콜릿 좀 주세요”라며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친해진 후배와 사귀었는데, 그때 그녀가 말했다. 자기들끼리는 날 ‘초콜릿 오빠’라고 불렀는데, 내가 주던 초콜릿을 보면 내 생각이 났단다.

관심 있는 사람이 있어 연락할 때도 되도록 ‘같은 시간’에 하려고 노력했다. 아무 때나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내가 연락 안 해도 상대는 날 궁금해하지 않는다. 반면, 매일 밤 11시에만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한다면 어떨까? 보통 1~2개월 동안 진심을 담아 연락하면 밤 11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떠오르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연락을 안 하면 날 궁금해할 확률도 높다.

참고로 밤 11시는 잘 준비를 마친 후 개인 시간을 보내거나 전화기를 보고 있을 시간이기에 집중해서 통화하기 좋은 시간이다.

어느 대학교에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똑같은 옷만 입고 다녔던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그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러나 1년, 2년, 3년이 지나자 ‘이상함’은 ‘호기심’이 됐고, 사람들의 호기심은 그를 ‘학교 명물’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마침내 4학년이 되던 해 그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보기 중 시험 족보는 좋은 정보지만 답은 아니고, 딸기 우유는 늘 사달라는 여자 후배가 있었다. ‘여기 어때’ 할인 쿠폰은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없었다. 답은 3번이다.


<이명길 듀오 연애코치>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