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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모에서 미사일까지<102>철갑탄용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11-

입력 2003. 10. 2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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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 연구팀의 장점이라면 항상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현재 당면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음 연구과제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그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것입니다.”(이성 박사)

    연구팀은 국방과학상 금상을 수상하기 이전인 1994년 말 이미 새로운 연구과제를 도출, 출사표를 던지고 연구에 돌입한 상태였다. 연구팀이 ‘대전차용 복합소재 개발’이라는 과제 이름으로 도전한 연구목표는 텅스텐 중합금 소재로 열화우라늄 관통자의 관통력을 따라잡겠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의 이 목표는 대단히 위험도가 높은 것이었다. 단 1%의 관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어려운데 한정된 예산과 시간 내에 열화우라늄 관통자에 버금가는 소재를 개발하겠다는 것은 ‘획기적’이라기보다 어찌 보면 ‘무모한’ 것이기도 했다.

    미국조차 최고수준의 관통력을 지닌 열화우라늄 관통자가 아닌 텅스텐 중합금 소재로 관통력을 높여보겠다며 우리보다 수백 배가 넘는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으며 다양한 연구 방법을 도입,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연구팀에 “(이 분야의 연구를)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나”라는 염려의 눈길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연구과제를 어느 순간에 도출해낸 것이 아니었다. 다단열처리 기법을 한창 연구하던 93년께 이미 ‘차기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저마다 깊이 생각하며 준비해온 것이었고 연구팀은 그렇게 자신감과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최초 이같은 도전의 계기는 당시 우리의 텅스텐 중합금 소재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미국과의 연구자료 교환과 공동연구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자신들의 텅스텐 중합금 소재 개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고자 외부로 좀처럼 공개할 수 없는 ‘비밀’급 자료를 연구팀에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당시에는 열화우라늄 소재의 관통력이 텅스텐 중합금 소재보다 왜 우수한지, 얼마나 더 우수한지를 막연하게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학술지에 연구내용과 자료가 많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열화우라늄 소재를 만져볼 기회도 없었고 가장 확실한 정보는 이 분야를 연구하는 그룹을 통해 듣는 것이지요.”(백운형 박사)

    열화우라늄 소재는 텅스텐 중합금보다 관통력 면에서 10% 가량 우수하다. 전차의 장갑에 적당한 충격이 아닌 반드시 관통해야만 하는 대전차 철갑탄에서 이것은 대단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리 매그니스(Lee Magness)박사는 열화우라늄과 텅스텐 중합금의 이런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셀프 샤프닝(self - sharpening)과 머시루밍(mushrooming)이라는 현상을 통해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열화우라늄과 텅스텐 중합금의 구성원소(텅스텐·니켈·철)는 각각 열을 전달하는 열전도도(熱傳導度: thermal conductivity)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데, 열화우라늄의 열전도도가 28인데 비해 텅스텐은 174, 철은 78.2, 니켈은 88.5다. 열전도도가 낮을수록 셀프 샤프닝은 더 잘 일어난다.

    〈그림〉은 열화우라늄 관통자와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가 각각 목표물에 충돌할 때 그 끝 부분의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열화우라늄 관통자는 목표물에 충돌한 후에도 그 끝이 뾰족하고 직경도 작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열화우라늄 관통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 즉 스스로 날카로워지는 셀프 샤프닝 현상에 의한 것이다.

    관통자가 목표물에 충돌할 때 마찰력에 의해 열이 발생하게 되고 이 열은 밖으로 전달되면서 소멸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열전도도가 낮은 열화우라늄 관통자의 경우 이 열이 쉽게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관통자 끝, 국부적인 곳에 계속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열에 의해 국부적인 곳이 계속 연화(softening)되는 국부적 변형(localized deformation)을 보다 잘 일으키기 때문에 관통자 끝 부분을 뾰족하게 유지하게 되는 셀프 샤프닝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면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는 목표와 충돌할 때 그 끝이 전체적으로 변형돼 버섯 모양과 같이 되고 만다. 이같은 머시루밍 현상이 발생하면 결국 관통자와 목표물의 접촉면적이 늘어나 에너지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일정한 접촉면적을 유지하는 열화우라늄 관통자보다 결국 낮은 관통력을 보이게 된다.

    이같은 열화우라늄 관통자의 특성과 미국의 연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연구팀은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의 향상을 위한 추론을 내세웠다. 그 대표적인 것이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가 목표물을 충돌, 파고들 때 첨두(끝) 부분의 입자가 작은 단위로 빨리 벗겨지도록 한다면, 다시 말해 열화우라늄처럼 셀프 샤프닝 현상이 일어나도록 한다면 관통자 직경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관통력이 증가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신인호 기자 idmz@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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