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전차인 ‘리틀 윌리’(Little Willie)가 1915년 11월 개발된 데 이어 1916년 9월 영국의 마크Ⅰ전차 49대가 솜 전투에 참전한 이래 전차는 거의 모든 전장에서 상대편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전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차를 기반으로 한 기갑 또는 기계화부대가 나라의 가장 핵심적인 전투부대로 육성되고 있는 것은 전차야말로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지상전의 왕자이기 때문이다.
최첨단 하이테크 전쟁이라 해도 미사일·폭격기에 의한 정밀폭격 또는 융단폭격을 가해 상대의 진영을 와해시켜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대전차탄 역할 중요
결국 적진을 완전히 평정하기 위해 전차를 위시한 병력이 진군해야 한다. 아군이 진입한 전장에 대한 미사일이나 전투기의 지원은 선택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으므로 전차는 아군을 엄호하며 적의 벙커·엄폐물 등을 손쉽게 격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방어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 강력한 전차를 어떻게 파괴·저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며, 따라서 창과 방패처럼 전차를 잡을 수 있는 다양한 대(對)전차 무기체계가 개발돼 왔다.
최초 기관총 탄에 텅스텐 탄심을 넣어 사격했으며, 그후 13mm 대전차총에 이어 1930년대 37mm·57mm 대전차포, 그리고 무반동총·대전차 로켓·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이 개발됐다. 이들 화기에 의한 전차 공격은 그러나 아군으로부터 먼 거리에서 치고 빠지기 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쌍방의 전차가 직접 조우해 전투를 벌이는 전차전(戰)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생겼다. 사실 전차의 최초 목적은 보병의 공격을 보조하는 전투지원용으로 인마살상에 중점을 두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의 경험은 전차의 성능향상을 가져와 전차는 대전차전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때 상대의 전차 장갑을 관통시켜 파괴할 대전차탄이 개발, 등장했다.
전차와 전차가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상대보다 더 뛰어난 방호력과 더 강력한 파괴력(이를 관통력으로 표현한다)을 가진 대전차 포탄으로 무장한 전차가 훨씬 유리하다. 전차병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조준, 상대 전차를 제압해야 할 경우에는 이보다 확실한 탄은 없다. 전차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것은 바로 전차라는 것이다.
운동 에너지탄 효과적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대전차탄을 확보하려는 것은 당연한 추세이고, 특히 전차가 보유하고 있는 탄의 경우 국가 생존성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지난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을 돌이켜보면 이라크가 보유한 전차가 얼마이고 공화국수비대가 보유한 최첨단 전차부대가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라며 부산을 떨었음에도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라크가 보유한 전차는 미국의 에이브러햄 전차와 영국의 챌린저 전차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속절없이 격파당했다. 우수한 사격통제 장치와 대전차탄 등 전차의 무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장면이었다.
대전차탄은 크게 운동에너지탄(kinetic energy)탄과 화학(chemical)에너지탄으로 분류된다. 운동에너지탄에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 )과 열화우라늄탄(Depleted Uranium)탄, 화학에너지탄에는 성형장약탄이라고 불리는 대전차고폭탄(HEAT:High Explosive Anti Tank)과 점착탄(HESH:High Explosive Squash Head)이 있다.
폭발력이 한곳에 집중되는 먼로 효과(Monroe effect)를 응용, 장갑을 관통하는 HEAT탄은 깔때기 형태의 금속 라이너(liner)·작약·신관으로 구성돼 있다. 대전차고폭탄이 장갑에 명중할 때 신관이 작동하고 내부의 화약이 폭발하면서 고온의 압력이 발생, 좁은 면에 집중되면 이 힘에 의해 장갑판의 극히 좁은 면이 뚫리게 된다.
이때 금속 가스에 의한 메탈제트가 엄청난 운동에너지와 온도로 장갑을 관통하고 내부의 인원을 살상하거나 탄약을 유폭시켜 전차를 폭파한다. 포탄의 발사속도와 무관하게 탄두 직경의 4~6배 정도를 관통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날개안정분리철갑탄과 같은 운동에너지탄은 탄이 가지는 ‘관통자’, 말 그대로 탄심인 관통자의 물리적 특성과 운동에너지로 장갑을 관통하는 탄이다.
HEAT탄이 전차의 복합장갑 등의 발달로 그 효과가 반감되는 반면 운동에너지탄은 가장 효과적인 대전차 관통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에너지탄의 관통력은 질량(m)과 표적에 대한 충돌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며 무게가 증가할수록, 동일한 무게라면 길이가 길수록 관통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탄의 길이를 길게 해 단위 면적당 질량을 증가시켰지만 강선포에 의한 회전으로는 탄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팽이의 길이가 길수록 오래 돌지 못하고 쉽게 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보통 직경 대 길이가 1대6 이상이면 회전에 의해 탄두를 안정시키지 못한다.
안정화 위해 날개 부착
탄 안정화의 해결을 보는 전환점은 1960년대 활강포에 대한 개발 시도가 이루어지면서부터였으며 실제 구소련의 T-62 전차는 115mm 활강포를 탑재했다. 여기에 사용된 포탄이 바로 전형적인 철갑탄(APDS)에 추가적으로 날개(fin)를 부착한 것이었다. 날개에 의해 안정이 이뤄지고 탄의 직경 대 길이비도 커짐으로써 관통자의 운동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다.
한편 관통력을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탄심의 재질(소재)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초 철심(鐵心)으로 만들어진 관통자는 3배 가량 더 무거운 텅스텐 중합금으로 바뀌었다. 이어 미국은 1970년대 열화우라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열화우라늄탄이다.
〈신인호 기자 idmz@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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