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추방 주간(11.25~12.1)을 보내며-
매년 11월 25일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다. 이날의 유래는 1961년 11월 도미니카공화국 독재정권에 항거하다가 살해당한 세 자매를 추모하기 위해 1981년 라틴아메리카 여성협회가 11월 25일을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로 지정한 것이고, 세계 각국에서 이를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1년 ‘한국 여성의 전화’가 최초로 주간행사를 실시한 이후 매년 11월에 관련 캠페인·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 군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를 ‘성폭력 추방 주간’으로 운용하고 있다.
육군은 성폭력 추방 주간을 맞아 2017년 성폭력 예방활동 유공자를 포상하고, 계층별 맞춤형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며, 임관 5년차 미만 여성인력 대상 간담회 등을 실시함으로써 정부의 성폭력 추방 주간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군은 2015년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한 이후 지금까지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화와 성폭력 예방 시스템을 통한 예방·보호·관리활동 정착, 신속·엄정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군내 성폭력이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개인의 일탈로 인한 성폭력 사고가 발생해 단결을 저해하고, 군의 이미지를 손상하고 있다.
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이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통령 후보 시절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성평등은 모든 평등의 출발이다. 성평등이 이뤄져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다.” 결국 성폭력을 추방하기 위한 궁극적인 방법도 ‘성평등 문화 정착’이 아닐까?
지속적인 여군 확대 추진으로 여군 1만 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여군 장교로서 느끼기에 우리 군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며, 아직도 일부 지휘관은 여군 부하를 꺼리며 실병력을 지휘하는 직책보다 행정업무에 배치하고자 하는 등 여군을 ‘군인’이 아닌 ‘여성’으로 여기는 차별의식도 일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남성에게도 불만요소가 될 수 있다. 남군은 중·소대장, 분대장을 마치고 참모 보직을 하고 싶은데 그 직책을 여군들이 맡게 됨에 따라 보직관리에 제한을 받게 된다.
현재 ‘여군 보직 제한직위’를 폐지해 여군도 남군과 동일한 보직을 부여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를 통해 우리 군의 성평등 실천이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는 또한 많은 여군에게도 도전과 부담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GOP 등 격오지 근무를 여군도 감당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군이 이러한 변화를 성평등 문화 정착의 기회로 삼아 잘 극복해내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더불어 군내 성폭력 추방을 위해 성폭력 근절대책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성차별을 폭력의 시작으로 보고 성평등을 평등의 기초로 생각할 수 있도록 양성평등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정책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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