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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성 국방광장] 사랑의 마음 가득한 발토시

입력 2017. 01. 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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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의 진료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문제인지 답을 찾아보라고 해도 쉽사리 시원한 답이 오지 않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현장의 문제점을 발견하라고 위에서 계속 얘기해도 현장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 나가 문제점을 발견하라고 등 떠밀어 내보내도 ‘대체 뭐가 문제지? 잘만 돌아가는데’ 하며 먼 하늘만 바라보다 돌아오는 게 다반사다.

전방의 군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재활치료 등을 위해 환자들을 후방 병원으로 후송을 보내게 된다. 이때 병원 열차대(기차)를 이용하거나 후송 버스를 이용해 후방 병원으로 후송하게 되는데, 추운 겨울에 환자들의 불편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불편사항을 파악하라고 보내면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환자들은 분명히 불편함과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왜 문제가 안 보일까? 환자(고객)는 불편해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데 공급자 눈에는 왜 그것이 안 보이고 안 느껴질까? 정답은 사랑의 마음이 없어서이다.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문제가 바로 보인다. 사랑의 마음으로 보지 않고 그저 관찰자의 눈으로만 본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의 마음과 눈으로 바라본 한 장교가 있다. 칼바람 부는 추운 날씨에 다리 수술을 받은 후 깁스(캐스트)하고 후송 기차를 기다리는 한 병사의 발을 보았다. 혈액순환을 위해 발가락을 드러낸 채 깁스하기 때문에 발가락은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발가락이 추위에 벌겋게 얼어 보였다. 야전상의를 입고 내피까지 껴입어 몸의 추위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지만,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발가락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마음이 시렸다. 내 발가락이 동상에 걸리는 것처럼 시렸다. ‘그래, 발토시를 만들어주자’라고 생각한 장교는 탄력붕대로 발토시를 만들어 주었다. 발 깁스를 한 모든 환자에게 발토시를 지급해 따뜻하게 발을 감싸게 해서 발가락도 시리지 않도록 만들어 주었다. 환자들은 몸과 발이 따뜻해졌고 그들의 마음 또한 따뜻해졌다.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불편함을 사랑의 마음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가슴이 아파지면 머리가 움직이고 손발이 움직여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가슴으로 느껴야 안 보이는 게 보이고 새로운 방안이 생각나고 행동도 달라진다.

변화의 첫출발은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사랑의 마음이 없이 그저 보여주기식 변화를 추진한다면 알맹이도 없을뿐더러 환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는 정말 어렵다. 머리로 변화를 추진하지 말고 가슴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 고객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고객 감동의 군(軍) 의료 혁신을 사랑의 마음으로 이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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