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는 과거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해병대만의 고유한 가치와 정신, 태도가 있다. 이런 무형요소들은 해병들에게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현되면서 DNA처럼 해병대만의 고유한 모습을 만들어 준다. 우리는 해병대 역사에서 축적된 고유한 무형요소를 해병대 DNA라고 부른다.
1949년 380명의 병력으로 창설된 해병대는 소수 정예의 지원병들이 가족적인 단결력으로 뭉쳐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 진주와 제주도에 주둔하며 공비토벌 임무를 수행할 때는 국민을 우선하는 전통을 수립했고,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악바리 정신으로 승리하며 ‘무적 해병’ ‘신화를 남긴 해병’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제주도에서 지원한 3000명의 해병은 가족 같은 단결력으로 무장해 포연탄우의 전장에서도 서로 챙기고 아껴주며 밀어주고 함께 피땀을 흘리는 가운데 수도 서울을 탈환했고, 미 해병대도 악전고투를 면치 못한 도솔산 고지를 탈환해내는 등 연전연승의 신화를 이룩했다. 이들이 일궈낸 값진 승전보는 ‘해병대 깃발 아래 하나가 되자’라는 기치 아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깊은 단결력의 결실이었다.
이처럼 찬란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해병대만의 정신과 태도는 작전 시 적의 심장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과감성’, 교육훈련 시 끈질긴 ‘도전’, 병영생활 시 하나가 될 수 있는 ‘전우애’, 전역 후 조직을 다시 찾는 ‘회귀본능’, 국가의 부름에 대한 가장 ‘신속한 부응’, 임무수행에는 ‘집요한 자세’, 적에겐 사자와 같은 ‘용맹’, 국민에게는 양과 같이 ‘순함과 정직’, 상관에게는 자발적인 ‘충성’, 부하에게는 ‘헌신’하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으로 정화(精華)돼 해병대 DNA를 형성했다. 특히 해병대의 ‘가족 같은 단결력’은 상관에 대한 충성심과 전우에 대한 헌신으로 발현돼 오늘날 해병대 DNA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해병대 DNA는 해병대 핵심가치와 빨간 명찰, 상륙돌격형의 두발, 상급자와 악수할 때 하급자가 큰소리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하고 외치는 것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 태풍 ‘나리’가 닥쳤을 때 서슴없이 제주에 상륙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는 불굴의 전투 의지로 승리하는 데 발현돼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해병들에게는 이미 국민에게 신뢰받고 적에게 승리할 수 있는 DNA가 내재해 있다. 이 DNA가 유전자 정보에 그치지 않고 신념화되고 행동화돼야 한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해병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가슴에 숨겨진 해병대 DNA를 자각하고, 발현시켜 해병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강한 해병대의 위상은 오도된 악습이나 부조리에 있지 않고 강한 훈련에서 비롯되며,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은 해병대 DNA의 핵심요소인 가족 같은 단결력이다.
해병대 DNA를 회복하자. 승리와 국민의 신뢰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