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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구 국방광장] ‘헬조선’이라니?

입력 2015. 12. 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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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마지막 강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카네기 멜런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랜디 포시 교수가 시한부 인생을 앞에 두고 자신과 미래를 함께할 수 없는 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고자 교직원·학생들을 상대로 한 그야말로 ‘마지막 강의’다. 전체적으로 뭉클한 감동을 주었지만 그중에서도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

 그가 대학원 졸업 전공시험을 준비하면서 너무 바쁘고 힘이 들어 거실을 뛰어다니며 불평과 짜증을 쏟아내자 그의 어머니가 조용히 “힘든 거 다 안다. 그렇지만 네 아버지는 그 나이에 독일군과 싸우셨다”라고 해 그의 불평을 잠재웠다는 얘기로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랜디 포시는 그의 강의에서 ‘불평할 에너지를 문제 해결에 쏟을 것’을 충고한다. 또한 ‘낙담할 일이 생겼을 때 고민이 먼저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스스로 ‘재미없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고 할 정도로 긍정적·낙천적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이제 올해도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삶이 팍팍해지면 말도 격해지게 마련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영어 ‘헬(Hell)’과 ‘朝鮮’의 합성어)이란 말이 유행병처럼 떠돈다. 청년 세대가 대한민국을 두고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의미로 사용한단다.

 그러나 자기가 사는 사회를 이처럼 극단적인 부정적 표현으로 자조하는 것은 문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세대가 SNS를 통해 퍼 나르는 이런 말에 ‘철없이’ 동조해 공감을 표시하고 기정사실화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고 부추기는 기성세대들이다. 지조와 자부심을 가지고 점잖게 타이르는 양식 있는 어른이 드물다.

 청년실업 문제도 절박하고 학비 부담이나 천정부지의 집값도 문제이긴 하다. 문제적 시각으로 보면 사회 곳곳에 문제가 산적해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진작에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그리고 사회문제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갈수록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젊은 세대는 ‘국제시장 세대’ 덕분에 ‘단군 이래 가장 좋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헬조선’이라니?

 우리에게는 랜디 포시 교수의 어머니 같은 기성세대가 필요하다. 기성세대로서 평범한 일상의 말 속에 청년의 정신을 일깨우는 한마디를 던질 줄 아는 어머니!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라면, 언론에 보도되는 말이면 그저 앞뒤 가리지 않고 퍼 나르고 따라 하고 동정하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지혜롭고 자부심 넘치는 기성세대!

 사회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비판적 시각도 필요 없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의 청년 세대에겐 당장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대한민국과 세계라는 무대가 있고, 통일이라는 미래와 희망도 있다. 불평과 고민, 낙담으로 자조하기보다는 자부심과 진취적 생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도록 그들을 이끌고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성세대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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