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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철 병영칼럼] 손으로 생각하기

2018. 04. 17   16:50 입력




‘명견만리’ 취재 현장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곳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학교였다. 학교 이름은 ‘메리마운트’. 여학생만 뽑는 90년 역사의 가톨릭계 사립학교다. 학생 대부분은 뉴욕과 뉴저지주 중상류층 가정의 딸들이다. 학교의 교육목표는 세상에 의문을 던지고 위험을 감수하고 성장하는 젊은 여성, 사회를 이끌어 나갈 여성을 키우는 것. 진취적인 목표를 설정한 이 학교는 학생이 세상을 만들고, 바꾸고, 세상에 도전할 준비를 하게끔 교육한다. 그 목표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보통의 여학교와 달리 특이한 정규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교를 찾게 됐다.

취재팀이 학교 내 만들기 작업실(Maker Lab)로 들어가서 본 광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스커트 교복을 입고 보호용 고글을 쓴 백인·히스패닉계 여학생들이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전동 드릴로 철판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날카로운 줄톱이 상하로 움직이는 자동 절단기로 나무를 잘라내는 학생도 보였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알면 당장 수업을 중단시킬 정도로 위험해 보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앳된 여학생들을 빼고 보면 작은 가내수공업 공장 같은 곳에서 대체 무슨 수업을 하고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졌다.

두 명이 협업하는 한 팀은 나무판을 잘라 팔 아래와 위에 부목처럼 대고 실로 연결해 움직이는 아주 초보적인 외골격인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을 만들고 있었다.

“이걸 끼고 실을 잡아당기면 손가락이 움직여요.” 작업을 마친 여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완성품을 팔에 대고 움직여 보면서 말했다. 뭔가 이뤄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얼굴에 가득했다. 학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함께 작업한 다른 학생이 거들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지 여기 와서 재미있게 놀면서 해요. 시간 날 때마다 여기 오거든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만들기에 참여한다. 만들 작품도 선생님이 정해주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만들기 실험실은 24시간 개방돼 있다. 정규수업 과정이 끝나면 도서관을 찾아 읽고 싶은 책을 읽듯이, 학생들은 언제든 작업실에 들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많은 학교가 메이커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자신이 원하는 물건,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그것을 그림으로 설계해보고 재료를 선택해 자르고 깎고 뚫고 조립해서 실제의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고도의 집중력과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보통의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글을 쓰고 시험 문제를 푼다. 만들기를 하는 학생들은 재료와 도구를 활용해 훨씬 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체험을 하므로 그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깊고 큰 영향을 미친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종이 위에 손으로 그리고, 손으로 다양한 도구를 만지며 재료에 힘을 가하면서 실제적인 문제해결 능력, 실행하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모든 것이 인터넷·가상 세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21세기,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계가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앞서고 빼앗아 가는 잔혹한 현실이지만, 만들면서 손으로 생각하기는 인간만의 고유한 경쟁력인 구체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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