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유한 욕망은 무한 군대도 병사 지휘법 변화 자아실현 같은 욕망 자극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이 5000원 정도라고 할 때 원가는 150원 정도라고 한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주장한다. 깔끔하게 정장으로 차려입은 여성이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면, 자기 주장이 있는 능력자처럼 보인다. 이것은 한 대에 몇 천만 원씩하는 할리데이비슨도 비슷하다. 할리데이비슨도 오토바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판다고 한다. 가죽잠바와 선글라스로 치장하고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그 배기음을 즐기면 속세의 세세함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랑과 의리의 마초로 거듭나는 것이다.
포드가 최초로 자동차 대량 생산에 성공해 자동차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됐다. 이렇듯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포드의 경제학이라고 한다. 반면에 스타벅스 경제학은 ‘욕망’과 관련된다. 배를 채우는 ‘필요’를 만족시키는 데는 5000원이면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아하게 먹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없다. 일인분에 10만 원이 넘을 수도 있다. 필요는 유한하고 욕망은 무한하다. ‘밥 먹고 살려면 공부해야지’가 필요에 대한 얘기라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욕망을 얘기하는 것이다.
선진국이 되면서 필요는 누구나 충족되니까 욕망이 중요해진다. 학습에 대한 동기유발이라든가, 직업의 선택, 리더십 등에 있어서 필요보다는 욕망이 중요해졌다. 과거의 군대에서는 구타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병사들을 지휘했지만, 이제 인정받기나 자아실현 등 욕망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필요는 유한하고 욕망은 무한하다. 예를 들어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 집에서 재배한 밀을 갈아 케이크를 만들면 5000원이 들고,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오면 2만 원이 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생일 이벤트를 받으면 10만 원이 든다. 각각은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차 산업은 필요를 충족시키고, 3차 산업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서비스업이다. 그런데 어떤 서비스업을 할 것인가? 군 복무도 넓게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보통 서비스업 하면 식당이나 관광을 생각하기 쉽지만 인터넷서비스·의료·교육·기업 컨설팅 등과 같은 고급 서비스업도 있다. 선진국이 될수록 고부가가치의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난다.
어느 집에서나 부모와 자녀들이 진로를 놓고 갈등한다. 대부분 부모는 포드 경제학적이고, 자녀들은 스타벅스 경제학적일 것이다. 그런데 누가 옳을까? 만일 사회가 천천히 변한다면 경험 많은 부모가 옳을 가능성이 크고,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면 시대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자녀들이 옳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지난 백 년 동안 그 전 2000년간 변한 것의 수십 배로 변했고, 앞으로는 그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경희대 교수
서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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