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진 수 한양대 교수/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

공군의 숙원 사업이던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 업체가 2002년 소요 제기 후 13년 만에 선정됐다. ‘단군 이래 최고가의 국내 주도 무기 개발 사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우리나라의 공중전력과 항공산업의 앞날을 짊어질 사업주체로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팀을 이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된 것이다.
8조7000억 원의 초기 개발 예산이 투입될 KF-X 사업은 10년 뒤인 2025년 이후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120대 이상을 생산하게 된다. 총 30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30~40년 동안 공군이 사용할 주력 전투기를 개발하는 KF-X 사업은 대북한 전쟁 억제력도 중요하지만, 통일한국 대비 주변국과의 대칭 전력화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다. 러시아·중국·일본 등 주변국이 개발 중인 미래 주력 전투기와도 겨룰 수 있는 전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공군과 KAI는 KF-X의 형상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우리나라의 국방력 증강과 항공산업의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서 2개의 엔진을 갖는 강력하고 미래 지향적인 형상으로 결정했다. 이제 우리 공군의 최신 도입 기종인 F-15K와 어깨를 겨루는 4.5세대급 우리나라의 주력 전투기를 본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무사히 끼워졌다. 더 나아가 향후 KF-X는 차기 전투기로 도입 결정된 F-35를 능가하는 5세대 이상급 전투기로 성장(upgrade)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KAI가 주도할 KF-X 사업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총 개발 비용은 원래 KAI가 제시했던 예산보다 50% 정도 늘었지만 그만큼 KAI는 물론 인도네시아 및 외국 협력업체들의 투자금이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KAI가 개발한 T-50이나 FA-50의 기술력을 훨씬 뛰어넘는 기술적 난이도를 필요로 해 KAI는 더 높은 개발성공위험을 안고 우선 협상에 임하게 됐다.
특히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 통합기술과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광학표적획득장비(TGP), 전자전장비체계통합기술(Jammer & OFP) 등 네 가지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다음 단추를 끼우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보이지 않는 언덕이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KF-X 사업의 소요 제기 때부터 지금까지 KF-X 사업의 태동을 위해서 노력한 항공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KAI의 기술자문단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산학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KAI를 잘 알고 믿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KAI가 국민에게 보여준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본다. 특히 최근 잇따른 해외수출 물량의 수주와 기술력 향상으로 한국 최고의 방산업체로 우뚝 섰다.
비록 앞으로 KF-X 사업이 기술적·경제적 문제에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1원이라도 아껴 가면서 군이 원하는 요구보다 1%라도 고성능의 한국형전투기를 제시된 개발 일정보다 하루만이라도 빨리 우리 국민에게 선물해줄 자세로 우선 협상에 임하기를 KAI에 바란다.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조진수 한양대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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