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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을 만나 전작권 전환시기 연기 문제를 논의했다는 소식이다.
북한 핵위협과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혹자는 국가 간의 약속을 두 번씩이나 연기하는 것이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안보에 관한 잘못된 결정은 두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재고해야 한다. 또 일부 논자들은 군사주권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을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재연기 결정이 나오자 이런 반대 목소리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전작권을 둘러싼 현실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미연합사를 기반으로 하는 현 전작권 체제는 전시에 연합사령관의 단일 작전지휘권하에 전투를 수행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지휘의 통일은 전시 작전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하나의 전장에서 두 나라 이상의 군대가 작전할 때 작전통제권이 통합돼야 한다는 것은 전사(戰史)의 철칙이다.
한반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휘통일과 연합작전이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이유다.
이전에 기획된 전작권 전환 안(案)은 한미 양국군을 각각의 병렬 지휘구조 아래 놓이게 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시현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을 오직 ‘지원 역할’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결국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전작권의 발동이 한미 양국 대통령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군사주권 위배’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나토 국가들 역시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미군사령관에 일임한다.
현재의 전작권과 한미연합사 체제는 한미 군사동맹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강력한 토대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 반대론자들은 전작권이 전환돼도 한미동맹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한반도 안보구조와 한미동맹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단견이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상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북한의 무모한 군사위협에 노출돼 있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매우 특수하고 위험한 안보구조다. 더욱이 동맹국인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국제정세 변동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양군이 단일지휘로 통합된 연합사 체제를 견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전작권과 연합사 체제는 미국의 유사시 자동개입 및 대규모 지원을 확보함으로써 한미동맹의 뿌리를 깊게 하는 안전판이라 할 수 있다.
보통국가, 자주국방, 군사주권이라는 허명(虛名)하에 전작권을 전환하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해 한미동맹을 유명무실한 ‘속빈 강정’으로 만든다면, 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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