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정전협정과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뜻 깊은 행사가 국내외에서 열리고 있다.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에게 예우를 다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 27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일’은 올해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처음으로 거행됐다.
아울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7.27 기념식 역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하면서 화제를 모았는데, 그의 기념사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이자, 냉전시대 자유국가들이 힘을 합쳐 승리한 최초의 전투로 기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엔기념공원묘지가 있는 부산도 재조명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묘지가 1951년 1월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14만5450㎡ 규모로 조성됐는데, 참전국 중에서 영국과 터키·캐나다 등을 포함해 11개국 2300명의 전사자 유해가 안장됐다.
미국전쟁기념비위원회는 이곳에 정전 60주년을 맞아 6·25전쟁 참전 기념비를 건립해 전사한 미군 3만6400여 명의 이름을 기리게 됐다. 평균 80세가 넘는 고령의 국내외 참전용사들이 가족과 후손들과 함께 방문해서 전장에 묻은 옛 전우들과 재회하고 넋을 기리곤 한다.
필자 역시 지난달 중순 유엔참전국 및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다녀왔다. 묘지를 둘러보면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용사들의 정신을 읽을 수 있었고, 특히 경내에 심어진 만여 그루의 수목은 대부분 각국 정부와 기관·개인이 영면한 젊은이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기증한 것임을 알게 됐다.
이렇게 유엔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또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올해 68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권회복과 자유수호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숭고한 보훈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국가의 운명과 민족의 희망을 되찾은 날, 즉 ‘빛이 되돌아왔다’는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봤으면 한다. 1910년 8월 29일 일본에게 주권 상실 이후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무조건 항복으로 조국해방까지 36년간 식민통치하에서 기본권은 박탈당했고, 강제노동과 강제징병,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은 물론 전쟁물자 공급 등 각종 약탈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런 일제의 온갖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우리 애국 열사들은 해외에 임시정부를 수립했고, 광복군을 조직해 항일투쟁을 계속했다. 독립을 위해 만주와 연해주 등 낯선 타국에서 무장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수많은 무명용사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잘 기억해야 한다. 점점 잊혀져 가는 광복절은 이런 암울했던 과거 역사를 청산하고 희망의 새 시대, 새로운 국가를 세우게 된 날이다.
그동안 애국지사와 유족들에게 감사와 보상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더 이상 광복절 행사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은 빼앗긴 조국을 되찾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순국선열과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의 대가임을 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광복의 진정한 정신을 계승해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향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택대 외교안보전공교수
윤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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