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전 태국에서 일주일간 열린 2013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재난구호훈련(ARF-DiREx)은 우리나라의 인도주의적 재난구호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좋은 기회였다.
국가위기관리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필자에게는 해외 재난구호 시스템을 현장에서 다시 한번 점검하고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ARF-DiREx는 ARF 회원국들이 재난구호 분야의 협력 증진을 위해 실시하는 민·군 합동 다국적 훈련으로, 지난 2009년 필리핀에서의 첫 회의 후 격년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로 3회째였던 이번 훈련은 우리나라가 태국과 공동으로 후아 힌 차암에서 개최했으며, 26개 나라와 6개의 국제기구에서 1600여 명의 재난구호 전문인력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군 수송기와 해군 함정, 그리고 정부 관계자와 육·해·공군 및 코이카 단원 등 241명이 참가해 대규모 재난구호에 대한 조정 활동과 사후 평가 등을 주도적으로 펼쳤다.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자격으로 지난 2회 훈련에 이어 두 번째로 ARF-DiREx에 참가한 필자는 지난 훈련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재난구호 활동이 발전해 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쓰나미, 중국 쓰촨성 대지진, 동일본 지진 등에서 보듯 대규모 재난이 언제 어느 나라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국적 국가 간의 재난구호 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거듭 인식하게 됐다.
이번 훈련에서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재난구호 시스템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재난구호에 대한 인도주의적 외교의 리더국가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도주의 외교에서 국방부의 역할과 군사외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인도주의 외교에는 군이 뒷받침돼야 그 효율성은 물론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훈련은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국제적 재난구호에 대한 인도주의 외교는 어디까지나 범정부 차원의 민·관·군 합동 활동이다. 따라서 재난구호에 대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이려면 모든 부처가 칸막이를 걷어 내고 머리를 맞대 협조하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민·관·군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거버넌스적 협치도 구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인도주의적 재난구호 외교를 주도하는 개최국이 됐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인류를 위한 휴머니즘의 리더인 ‘착한 나라 그룹’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착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 착한 사람을 발굴해 캐스팅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나라가 선진국이며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대규모 재난을 당한 나라에 아무 조건 없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나라, 또 그런 능력을 갖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 착한 나라가 융성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것이 이번 훈련의 핵심적 성과가 아닌가 한다.
문 현 철초당대 군사학과 교수
문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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