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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풍운의 별-126-자유중국 방문

입력 2010. 01. 0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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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중국 방문 중에 만난 자유중국 국방부장 송장지 대장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는 필자(왼쪽). <필자 제공>


호이친은 한때 중국군 총사령관을 지낸 원수(元帥) 출신이었다. 임극승 사정국장은 그런 호이친을 내게 소개해 주겠다며 예방 스케줄에 올려 주는 것이었다. 그의 배려로 나는 호이친을 직접 예방할 수 있었다.

대만의 최전선 금문도 방문

호이친은 나를 보자 우리 광복군 출신인 김홍일(弘壹) 장군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김홍일 장군은 아주 우수한 사람이었소. 나는 그를 청년장교 때부터 키워주려고 무척 노력했어요” 하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중화민국의 장개석 총통께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적극 지원해 준 데 대해 깊이 감사합니다” 하며 사의(謝意)를 표명했다.

 이윽고 나는 자유중국 대만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금문도(金門島)를 방문했다. 중국 본토의 바로 턱 밑에 놓여 있는 금문도는 마치 백령도처럼 항상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었다.

금문도에 직접 가 봤더니 바위 산에 굴을 파서 그 동굴 안에 완벽한 병영시설을 갖춰놓고 있었다. 그런데 자유중국 담당 해군 무관이 사전에 내게 말하기를 “금문도에 가면 왕 장군(소장)이 있는데, 그와 술로 대작(對酌)해서 이긴 사람이 없다”며 단단히 각오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금문도 가기 전에 미리 치즈를 충분히 먹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아니나 다를까. 문제의 왕 장군은 환영 오찬석상에서 70도나 되는 금문도산 고량주를 잔에 따라 “박정인 각하 건배!”라고 외친 뒤 술잔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러고 나와 눈을 마주친 뒤 머리 위에 잔을 엎어 보였다.

다 마셨다는 표시였다. 그러므로 그와 대작을 하면서 술잔으로 장난을 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치즈로 잔뜩 배를 채우고 간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것인데 치즈로 속을 채우면 웬만큼 도수 높은 알코올이 들어가도 쉽게 취하지 않는다.

그날도 예상했던 대로 치즈로 배를 채운 내가 왕 장군을 꺾고 말았다.나는 1주일가량 국방부 사정국(史政局)을 비롯해 육·해·공 3군 대학교 전사부, 중앙연구소 근대사연구소, 중국군사박물관, 국사관 등 역사와 전사의 총본산을 두루 견학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자유중국에서는 사전에 예산을 편성해 두지 않고, 돈 쓸 일이 생기면 먼저 사용한 다음 영수증만 제출하면 그대로 돈이 지급되는 특이한 회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이들 세 나라의 군사(軍史) 업무를 둘러보고 난 다음 나는 죄인과도 같은 자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유엔군 전사' 주요국 배포

반만년 우리의 민족사에서 수많은 외침을 받아오면서도 군의 역사, 즉 군사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는커녕 관심권 밖으로 내팽개쳐진 현실이 개탄스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달본부 셋방살이에 신분보장도 안 된 전사편찬위 임시 직원들의 박봉 등의 현실 또한 너무나 비참했기 때문이다. 귀국 후 나는 기왕에 영역(英譯)돼 있었던 ‘유엔군 전사’ 중 일부를 추가로 완성해 미 의회도서관 등 주요국 도서관에 배포했다.

<박정인 전국방부전사편찬위원장·정리=김준범 언론인 bal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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