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5m에서 사거리 17m … 장전 방식 매우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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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SPP-1M 수중 권총. 옆에 보이는 것이 전용탄 4발 묶음 클립이다. |
독일의 헤클러 & 코흐 사는 수중 권총을 만들기 위해 전자 격발장치 등 특수기술을 적용하는 한편으로 사용자에 의한 재장전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상당히 어려운 접근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서는 가장 단순하고 저렴한 선택을 종종 하는 구소련의 기술자들은 수중 권총 개발에 서방 측과는 매우 다른 접근법을 채택,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뒀다.
구소련도 대서양으로 나가는 중요한 길목인 발트해 지역 확보를 위해 해상 특수전 조직의 확충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들에 의해 사용될 수중용 무기의 개발 수요가 이미 1960년대부터 있어 왔다. 수중에서 일반 총기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 자체는 서방 측과 마찬가지로 절감했고, 그 해결책으로 일반 탄환과 다른, 작살에 가까운 매우 높은 세장비를 가진(직경에 비해 매우 긴, 즉 가늘고 긴) 탄환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서방 측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발사하는 플랫폼에 대한 개념은 크게 달랐다. 소련 측은 사용자에 의한 재장전, 특히 현장에서의 재장전 필요성이 높다고 인식했고, 또 기술적으로도 최대한 단순한 편을 선호했다. 그로 인해 소련은 전자식 격발이나 장전된 상태에서 완전 밀봉된 총열과 같은 선택은 철저하게 피했고, 대신 통상 화기용 탄약의 것과 매우 흡사한 금속 탄피에 지름 4.5㎜, 길이 115㎜의 가늘고 긴 탄자를 끼운 전용 탄약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권총이 1971년부터 실전배치된 SPP-1이고, 현재도 약간의 개량을 거친 SPP-1M이 생산되고 있다. SPP-1M은 SPP-1과 근본적으로는 같지만 방아쇠 스프링을 추가해 오작동이 없게 하는 한편 방아쇠울을 보다 크게 해 장갑을 낀 사용자가 보다 운용하기 쉽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특징들 이외에 두 총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점은 없다.
SPP-1은 격발 방식이 일반 총기처럼 공이치기를 이용, 뇌관을 타격하는 방식이므로 매우 단순한 기계적 구조를 갖고 있다. 공이치기는 방아쇠를 당기면 후퇴-전진하는 더블액션 방식이며 물속에서도 원활히 작동되도록 설계됐으며, 방아쇠가 무거운 단점은 있으나 오발 확률도 낮으며 배터리 등의 부수기재도 필요없다.
이 때문에 장전 방식도 대단히 단순하다. SPP-1/1M은 네 개의 총열을 갖추고 있으며 이 총열은 각각 한 발씩 탄약을 장전한다. 방아쇠를 당기면 한 번에 한 총열씩 격발되며, 네 발 모두 소모하면 총열을 꺾어 약실을 개방, 탄피를 빼낸 뒤 탄약을 손으로 장전한다. 대개는 4발을 동시에 묶은 클립을 이용, 동시에 장전한다. SPP-1 및 1M은 수중에서 수심 5m에서 사거리 17m, 40m에서는 6m로 수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상에서도 사격이 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15~20m 정도의 사격이 가능하다. 다만 지상에서는 강선이 없는 총열과 지나치게 세장비가 긴 탄약으로 인해 높은 명중률은 기대하기 어렵다.
냉전시대, SPP-1과 SPP-1M은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이 총들은 주요 수출품목이 됐고, 많은 나라의 해상 특수부대가 이 총을 장비하고 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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