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산업의 3대 지향점
방위장비청 신설…무인기·탄도탄 요격 미사일 개발 주력
호주·인도에 잠수함·수상구난정 수출 통해 中 해군 견제
4월 美와 방위장비 공동 연구·개발·생산 상호 협력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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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방위장비청을 신설하고 방위산업 활성화를 서두르고 있는 일본은 어느 곳을 지향하는가? 방위성 관계자 등 일본 안보 관련자들의 발언과 분석을 종합하면, 일본 방위산업은 일단 첨단 무기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 국가와 교류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방위장비청을 이끄는 와타나베 히데아키 초대 장관은 이달 초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무인기, 이지스 체계에 배치되는 차세대 탄도탄 요격 미사일 ‘SM-3 블록 2A’, 독자 개발 중인 스텔스 전투기 등 세계적 수준의 첨단 장비에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무인기 개발과 관련해 “일본은 센서, 복합 재료, 로봇 관련 기술에 강점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기술 기반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외에도 나노기술, 네트워크화 등을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과학 기술 혁신에 매우 중요하다고 방위장비청 자문그룹은 밝히고 있다.
와타나베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일본의 첨단 무기 개발 방침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첨단 기술 영역에 속하는 우주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전기는 지난해 카타르에서 통신용 인공위성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원래 인공위성 시장은 그동안 유럽이 강세였지만, 일본이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 일본은 해외 수출을 확대하고자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우주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를 이달에 신설하기로 했다.
우주 개발은 군사적 용도로 폭넓게 전용되는 분야이며 전용될 경우 정찰위성, 탄도 미사일처럼 그 영향력은 심대하다. 일본은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개발해놓은 우주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군사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와타나베 장관도 이와 관련해 미 연구소 강연에서 “민간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방위 기술의 우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이 해외에 수출하려는 방산 장비의 내역을 살펴보면, 중국 견제 전략이 담겨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소류급 잠수함도 여기에 해당한다. 전 해상자위대 간부는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승리하지는 못하더라도 상응한 타격을 주는 말벌의 독침 전법을 억제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주요 도시는 해안에 위치해 바다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며, 도시가 공격을 받으면 민심 동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가 보유 중인 콜린스 잠수함은 소음이 크기 때문에 중국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각될 우려가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숙도를 자랑하는 소류급 잠수함은 중국 해안에 은밀히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에 소류급 잠수함을 판매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도에 판매하려는 US-2 수상구난정은 구난 활동뿐만 아니라, 인도양에서 중국 잠수함의 활동을 견제하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해군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등 인도양 연안 항구의 사용권을 획득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도양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인도의 중국 해군 견제가 자국의 해상교통로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 해상교통로 확보에 중요한 동남아 국가와도 실무 차원에서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방위산업 활성화는 미·일 관계 강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2015년 4월 미·일 간에 합의한 방위협력 지침에서 양국은 방위장비의 공동 연구, 개발, 생산, 시험 평가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동안 무기체계에서 미국은 하드웨어, 일본은 소프트웨어에 치중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을 진행한다면 무기 개발을 촉진시키고 다른 아시아 국가의 능력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일 공동 개발과 관련해 일본의 기술력으로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안건이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개발하고 있는 상륙돌격장갑차는 수상 속도가 20~25노트(37~46㎞)인데 미국산 상륙돌격장갑차 AAV7은 7노트여서 3배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공동 개발 제안을 기대하고 있다. 성사될 경우 미·일 간의 공동 장비 사용으로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또 다른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방위장비청 설립 목적은 무기 개발 비용 절감과 무기 판매만이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민간 연구기관과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정보통신연구기구(NICT) 등 정부 연구기관 및 관련 부처를 연결해 방위 장비의 효율적인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안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점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인도·일본·하와이를 연결하는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방위산업은 우선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제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김성걸 정치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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