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기자의 유라시아 친선특급 1만4천km대장정 (5)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남북철도 연결
한반도 종단철도-대륙철도 연결땐
남북 화해·경협 활성화 등 ‘시너지’
남북분단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민족은 대륙횡단열차와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을 살았다. 1907년 이준 열사는 네덜란드 헤이그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시베리아횡단열차(TSR)에 몸을 실었다.
1909년 한국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도 중국 하얼빈으로 가기 위해 만주횡단철도(TMR)에 올랐다. 마라톤의 손기정 선수도 1936년 이 길을 따라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손 선수는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객실에서 나와 철도 부근을 달리며 컨디션 조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 후 남과 북이 갈리면서 그런 사실들은 역사상의 기록으로만 생각됐고 심리적으로도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아니었다.
유라시아친선특급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면서 느낀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대륙횡단철도가 이미 생활화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남북의 철도가 연결돼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남북철도 연결은 동북아 안정과 긴장 완화에 기여
독일은 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로의 연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인식하에 1972년 6월 교통조약 체결 이후 분단기 내내 동서독 국경에 10개 연결도로와 7개 연결철도, 동·서베를린 간에는 8개의 교통연결 지점을 유지했다. 이는 독일 통일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대륙철도와 연결되면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를 갖게 되고, 이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개방 기조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또한 냉전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해 철도가 운행된다는 것은 남북화해 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해주는 조건이 되고, 국가안보 리스크의 감소로 국가 신인도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즉, 동북아 경제협력의 최대 걸림돌인 남북 간의 긴장을 해소하고 불신의 벽을 허물어버림으로써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한 협력의 최우선적 전제 조건인 정치적 신뢰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륙 진출 통로 확보, 경협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 높아
남북 및 유라시아철도가 실현되면 우리나라는 대륙연계 철도망을 확보함으로써 그동안 해운 및 항공으로만 가능했던 화물운송이 철도를 중심으로 한 육상교통으로도 연계돼 본격적인 대륙 진출 통로를 가지게 된다. 나아가 남북철도 연결로 인한 남북경협 활성화가 기대되며, 한반도를 시점으로 한 유라시아 대륙철도망 구축으로 획기적인 남북물류비용 절감과 유라시아 물류의 운송 시간 단축, 남북 간 통과운송수입 증대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철도기술연구원 나희승 박사에 따르면 부산~모스크바의 경우 기간은 30일(해운)에서 14일(철도)로 줄어들고 거리는 1만2000㎞가 단축된다. 통과운송수입도 연간 북한은 1억 달러, 우리는 8000만 달러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족동질성 회복 당겨
철도망을 통한 교류는 항공이나 해운을 통한 교류와는 질적인 차원이 다르다. 항공이나 해운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점과 점으로 연결하는 데 그치는 반면, 철도는 통과하는 노선 구간의 면과 공간을 직접 연결해 주기 때문에 교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오랜 분단으로 골이 깊어진 남북의 심리적 거리감과 불신도 상당히 희석될 것이며, 남북한 주민들의 교류는 물론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의 사회문화적 교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반세기가 넘는 냉전과 단절의 굴레에서 벗어나 공동번영과 평화에 이르는 길이자, 그만큼의 세월 동안 러시아 땅에 묻혀 있던 우리 민족의 대륙의 꿈을 되찾는 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초원로 상의 ‘철의 실크로드’다. 이 길은 일찍이 우리와 러시아·유럽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가교 역할을 했다.
TKR은 크게 경원선과 경의선(만주횡단철도를 통해)의 두 갈래로 나뉘었고 이들은 각각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이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그러나 현재는 저주스러운 분단의 철책에 가로막혀 연결과 왕래가 뚝 멎고 말았다. 그 길이 다시 열리는 날을 애타게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날은 분명 머지 않을 것이다.
네 번째 기착지 노보시비르스크
한·러시아 우정을 위한 ‘한마당’ 한국 농식품·한식 우수성 전파
22일 유라시아친선특급은 네 번째 기착지인 시베리아 중앙의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다.
이날 이곳 도심의 노동광장에서는 한·러 양국의 문화와 음식을 서로 느끼고 맛볼 수 있는 ‘한·러 우정을 위한 문화마당’이 펼쳐졌다.
문화마당에는 김치·불고기·김밥·부침개·고사리 등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당 2개 부스 등 총 14개의 부스가 설치돼 이곳을 찾은 노보시비르스크 시민들의 인기를 모았다.
러시아 전통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장터도 열려 지난 21일 오전 이르쿠츠크를 출발해 29시간 만에 이곳에 도착한 친선특급 대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려인 동포 교민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 농식품 전시 부스를 열어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농식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 측에서도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K팝과 국악단 ‘소리개’의 공연을 펼쳐 현지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그야말로 모두가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였다. 특히 노보시비르스크 주 정부와 시 정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정부 및 공공기관, 업계, 일반 시민 등 한·러 양국의 각계 각층이 함께 참여해 만든 첫 한·러 문화마당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이어 다음 날인 23일에는 한·러 철도교통 세미나가 양국 전문가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의 실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국의 구체적인 철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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