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국가 재건의 든든한 조력자, 공병대
섭씨 45도에도 방탄복·방탄모 착용
보르기지 확장·유지·보수 ‘구슬땀’
섭씨 45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 검은색 ‘UN’ 글자가 새겨진 한빛부대의 흰 덤프트럭 8대가 희망로를 달려나갔다. 차량들이 향하는 곳은 보르기지 동편에 위치한 토취장. 한빛부대 공병대는 우기를 앞두고 도로와 기지 기반 보수에 사용할 백색면화토를 비축하기 위해 8일(현지시간) 5진 주도로 토취작업을 진행했다.
골재를 구할 수 없는 토양
“땅을 깊숙이 파내려가도 돌 한 조각 볼 수 없는 것이 남수단 토양의 특징입니다.”
남수단은 지반이 온통 흙으로 이뤄져있어 건축자재로 활용할 만한 골재를 찾아볼 수 없다. 김무성(중령) 5진 공병대장은 “남수단은 내륙국이며 도로사정도 좋지 않아 골재를 수송해 올 경우 물류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만한 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취장에서는 경비대가 주변을 둘러싼 가운데 한 대의 굴삭기가 표토를 제거하고, 또 다른 한 대가 그 밑의 백색면화토를 파내고 있었다.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현장에 도착하자 로더 차량이 쌓여있는 백색면화토를 트럭에 퍼담기 시작했다.
한빛부대는 지표에서 1.5m가량을 파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백색면화토를 도로공사와 비행장 기반공사 등의 기층재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굳으면 상당한 강도를 자랑하는 적색면화토로 공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토취작업은 필요할 경우 오전 8시부터 16시까지 종일 진행된다. 영외작전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작업시간 내내 모든 인원이 방탄복과 방탄모를 착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김 공병대장은 “고온에 방탄장구까지 걸치면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며 “5진 공병대는 파병준비 기간 동안 5~10㎞ 구보는 물론 장비운용 실제훈련을 할 때도 항상 방탄복을 입고 방탄모를 쓰는 등 체력단련과 적응훈련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한빛부대 5진 공병대는 유엔의 위임명령에 따른 각종 건설작업을 충실히 이어갈 계획이다. 김 공병대장은 “5진 공병대는 유엔에서 주어지는 모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남수단에 도착했다”며 “이곳에 함께 주둔하는 타국군들이 대한민국 공병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경제 활동 중심지 잇는 희망로 등 국가재건 지원
한빛부대는 유엔의 요청에 따라 남수단의 국가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공병부대다. 남수단에는 현재 13개국 1만1000여 명의 병력이 파병돼 있으며, 그 가운데 공병은 대한민국과 중국·일본·방글라데시·인도 등 5개국 부대들이 각 지역을 책임지고 있다.
한빛부대가 지금까지 달성한 최고의 성과는 보르~주바 간 총 연장 194㎞의 도로 중 보르~망겔라 간 125㎞ 구간을 보수한 희망로 작전. 남수단 경제활동의 중심지인 수도 주바와 보르 시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 교통로인 이 도로를 보수하는 것은 오랫동안 남수단 정부와 국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서울~대전 간 고속도로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2014년 9월 기공식을 한 뒤 올해 1월 차량통행을 보장하는 1단계 공사를 완료한 희망로는 최소 폭이 10m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로 공사에 연인원 4300여 명과 2300여 대의 중장비가 투입됐다.
희망로 개통으로 최대 2~3일이 걸리던 이동시간은 약 4시간으로 크게 단축됐다. 개통식에 참가한 남수단 도로교통부 장관은 “물류비용 감소와 유동인구 증가로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빛부대는 향후 희망로가 우기에도 훼손되지 않도록 적색면화토를 도로에 도포하는 2단계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빛부대는 매년 우기마다 보르시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백나일강 범람을 막기 위해 17㎞에 이르는 차수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높이 2~4m, 폭 4~6m의 차수벽 공사에는 현지 주민들도 동참해 국가재건을 위한 국민계몽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빛부대는 보르기지의 확장과 유지·보수는 물론 190㎞ 떨어진 유엔 피보르 기지 보강 공사에 공병을 지원하는 등 유엔과 함께 남수단의 미래를 건설해나간다는 계획이다.
※ 한빛부대와 사람들 - 헤이젤 드 ? 유엔주조정관
˝한빛부대 기술력 최고”
“한빛부대는 최고의 건설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그들이 건설한 망겔라~보르 간 도로(희망로)는 단연 최고의 업적입니다.”
헤이젤 드 ?(Hazel de wet·사진) 유엔주조정관(SC: State Coordinator)은 희망로와 차수벽 건설 등 한빛부대가 보여준 남수단 재건 성과에 대해 평가하면서, 지금까지 그녀가 만나본 공병 가운데 최고의 기술력과 역량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의 종글레이주 책임자인 그녀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한빛부대와 협력하는 중요한 파트너 중 한 사람이다. 헤이젤 주조정관은 “2013년 12월 내전 발발 이후 유엔의 남수단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발맞춰 나가면서 경쟁력을 보여준 것은 대한민국의 한빛부대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내전으로 인해 남수단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50년간 전쟁을 겪으며 습관이 된 의존성을 극복하게 할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헤이젤 주조정관은 또 “한빛부대 4진이 잘해온 일들을 5진이 넘겨받을 때가 왔다”고 말한 뒤 “한빛부대가 한 일들은 한국군이 아니었으면 아무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대를 보내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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