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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얼·혼 담긴 ‘화합·통합의 지휘봉’

이영선

입력 2015. 04. 0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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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채 제작’ 김 한 섭 명인



 

   형태는 단순하다. 길이는 약 1미터. 어찌보면 단순한 단봉이다. 손잡이와 삼색대, 삼색매듭 등이 형태의 단조로움을 보완한다. 하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심오하다. 태양의 3태극부터 전통 5방색까지 한국의 전통 사상을 포함한다. 무엇보다 화합과 통합의 정신을 내포한다.

이 작은 물건의 이름은 ‘등채’(藤策). 우리 선조들이 병사를 지휘하던 일종의 지휘봉이다.



명맥 끊긴 ‘등채’ 맥 이어

 등채는 원래 조선시대 무관이 융복이나 구군복(具軍服)을 입고 궁중 출입이나 공무상 외부에 나갈 때 지휘봉 겸 말채찍 등으로 사용하던 용구다. 등편(藤鞭)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모든 무관이 등채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무관으론 포도대장이나 한 부대의 장(長)쯤은 돼야 착용했다. 특히 왕이 중요한 국가적 행사나 국난 등 외부에 행차할 때에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착용구로 사용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맥이 끊겼다. 세월과 함께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 끊겼던 맥을 잇는 이가 바로 김한섭 명인(50)이다.

김 명인은 “도검 제작을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문헌에서 등채를 발견하고 복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문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충분하지 않았다. 당연히 완벽한 복원에는 한계가 있다. 김 명인이 무형문화재가 아닌 ‘명인’의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명인은 “등채는 원형복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형문화재로 등록시킬 수 있는 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그래도 각고의 노력끝에 사라졌던 ‘등채’를 상당 부분을 다시 재현해 냈다. 김 명인에 의하면 이 작은 지휘봉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담겨있다. 그만큼 제작에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나무재료는 등나무만 고집하고 백동장식을 덧씌운다. 손잡이는 사슴가죽인 녹피를 입힌다.

 김 명인은 “옛 우리 조상들은 5가지 색, 즉 오방색이라 하여 세상의 온갖 상서로운 기운과 잡귀를 몰아내는 부적색으로 이 다섯가지 색깔을 그림이나 문간 또는 단청 등에 사용해 왔는데 이 등채 역시 오색(五色)을 미대에 부착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의전 등 주요행사 도구로 사용

 김 명인이 새로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등채는 이제 국가 주요의전 행사에도 사용될 만큼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전쟁기념관 전통무예 시범식과 덕수궁 및 수원화성의 수문장 교대식에도 이 등채가 등장한다.

지난해에는 ‘세계화를 위한 정부조달 문화명품 상품대전’에도 초대돼 김 명인이 직접 전통 복장을 입고 등채를 소개하기도 했다. 2010년 한국이 의장국이 됐던 G20세계정상회의에서도 전시돼 다른 전통수공예품과 더불어 우리 문화를 당당히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유명세(?)와 등채의 의미가 알려지며 군에서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명인은 “외국군 손님이나 주한미군 지휘관들에겐 특별한 의미의 선물로 찾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김 명인은 이 등채가 단순한 기념품으로 전달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한다. 등채가 내포하고 있는 정확한 의미가 함께 전해지기를 희망한다.

김 명인은 “등채는 5방색의 상서로운 기운으로 부대를 잘 지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가끔 주한미군 지휘관을 위해 제작하기도 하는데 그들이 이 등채가 내포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사상을 이해하고 우리나라를 위해 부대 지휘를 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전한다”고 말했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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