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 변천사
독립운동,6·25전쟁,베트남전쟁 등 주요 순간마다
군인정신 다지고 애환을 달래준 장병들의 비타민
친숙한 멜로디로 가까워진 군가… 각 군 발굴 보급

삶에는 노래가 있다. 생활 속에 가요·가곡·동요·민요가 있고, 나라에는 국가, 학교엔 교가, 회사에는 사가가 있다. 그리고 군대엔 군가(軍歌)가 있다.
군가는 군인정신을 다지고 단합으로 한몸이 되게 하는 마성이 있다. 전쟁 때는 싸워 이길 수 있는 용기와 사명감을 불어넣어 준다. 대포에 지지 않는 ‘예술적 무기’인 군가는 병영생활의 애환을 달래주고, 피로에 지친 장병들에게 비타민이 돼 준다. 국군의 날을 맞아 군가의 발자취를 살펴봤다.
● 군가의 출발은 1894년 동학혁명
우리나라에서 정식 군가가 만들어진 것은 창군 이후지만 그에 앞서 의병가·애국창가·항일투쟁가·독립군가·광복군가 등이 군가 또는 군가 대용으로 불렸다.
문예연감에 따르면 ‘동학혁명 당시 군가로 열다섯 곡이 작곡됐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땅에 군가가 불려지기 시작한 것은 1894년 동학혁명 때로 볼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여러 종류의 의병가가 불렸다고 하지만 현존하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오늘날까지 불리는 것으로는 이른바 ‘녹두 장군’의 노래인 ‘새야 새야’가 있다.
● 대표적 애국창가는 올드 랭 사인 선율 차용한 ‘애국가’ 의병가의 뒤를 이어 애국창가가 등장했다. 애국창가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주로 등장했다. 황제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노래한 것도 있었고, 자주독립·부국강병·문명개화를 노래한 것, 독립정신·애국애족의 정신을 고취시키는 노래도 있었다.
대표적인 애국창가로는 스코틀랜드의 민요이자 찬송가인 올드 랭 사인의 선율을 차용한 애국가가 있다. 1910년 나라가 일제에 강점당하자 이번에는 항일투쟁가와 독립가가 대거 등장했다. 이들 노래 중 상당수는 애국창가에서 가사를 바꾼 것이었고, 일본 군가의 선율을 차용한 것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으로 독립군가·용진가·국기가·대한혼·거국가·보국가·백전불굴가 등이 있다. 대부분 외국의 노래를 차용한 것인데 비해 독립군가는 우리의 손으로 작곡했다는 점,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보급됐다는 점 등에서 차이가 있다. 독립군가의 뒤를 이어 1940년 창설된 광복군의 광복군가가 등장했다.

● 베트남전 이후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히트
광복 후 군가는 외국의 행진곡들을 주로 연주했으며 애국가도 많이 불렀다. 이 당시에는 독립군 군가를 개작하거나 새로이 군가를 창작하면서 일본 곡조가 많이 담긴 군가를 만들었다.
1949년에는 서울 장충동에 육군군악학교가 설립돼 당시 교장이던 김판기 대령 시절 다섯 곡의 군가가 제정됐다. 손원일 제독의 부인 홍은혜 씨가 만든 ‘바다로 가자’ ‘해상 행진곡’ 등은 해군 군가의 시초가 됐고, 공군에서는 공군 초창기 멤버인 최용덕 장군이 ‘공군가’ ‘비행행진곡’을 만들었다.
1950년 6·25전쟁 발발로 군가는 보급과 활용 측면에서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 전시였기 때문에 정훈교육의 일환으로 군가의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전·후방 국민도 군가를 같이 불러 애국심과 반공사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본지 6월25일자 ‘전선의 벗 6·25’ 군가 참고
당시 국방부에 정훈 음악대가 조직돼 박시춘 씨가 ‘전우야 잘 자라’ ‘승리의 용사’ 등을 작곡한 것을 비롯해 예술가들이 모여 위문공연 활동을 벌였다.
1960년대에는 베트남전을 계기로 전투의지를 고양하는 군가가 주로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는 군의 모습을 그린 전쟁영화가 하나 둘씩 선을 보이기 시작했고 ‘빨간 마후라’ ‘검은 베레모’ ‘성난 독수리’ 등 영화 속에 삽입된 곡들이 애창되기 시작했다. 한운사 씨가 작사한 ‘빨간 마후라’의 경우, 해외에서도 ‘홍두건’이라는 제목으로 히트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최초 파월 부대인 육군본부 산하 제1이동외과 병원이 1964년 9월 베트남 원조단으로 파견되자 베트남전과 관련한 군가가 많이 제정됐다. 군가 외에도 가수 김추자 씨가 부른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등 대중적으로 히트한 진중가요도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달려라 백마’ ‘진짜 사나이’ ‘돌아온 용사’ ‘전장에 핀 꽃’ 등이 있다.
● 1980년대 이후 신세대풍 군가 도입 1970년대에는 군가의 전성기라 할 만큼 군가들이 많이 제정되고 애창됐다. 베트남 패망, 미군 철수 움직임 등 국내외 정세의 급변으로 군과 민의 일체화가 요구되고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건 시기여서 정책적으로 군가와 건전가요의 보급이 이뤄졌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너와 나’ ‘멸공의 횃불’ ‘사나이 한 목숨’ ‘용사의 다짐’ ‘전우’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우’는 TV드라마 전우의 주제가로 남녀노소 관계없이 애창됐다.
1980년대 군가들은 대체적으로 기존의 군가보다 부드럽고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멜로디를 사용하는 한편, 팝 스타일의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신세대 취향에 맞도록 한 게 특징이다.
● 국방부에서 제정·보급한 군가 총 276곡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선진국에서는 군가처럼 부를 수 있는 인기 곡들이 많다. 영화 주제가처럼 간단하고 재미있고 부르기에 힘들지 않은 곡들이다.
현재 군가는 국방부, 육·해·공군본부에서 자체적으로 작사·작곡을 하거나 현상모집을 통해 제정한다. 이 밖에도 각 사단에서 기존의 노래에 가사를 바꿔 얹은 개사곡들이 군가로 채택되기도 한다. 특히 2012년 ‘군가다운 군가 가창대회’를 통해 각군별로 새로운 군가를 만들 수 있도록 독려, 10곡의 군가가 지난해부터 음원으로 제작돼 각군에 보급된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가는 근대 군가의 효시로 인정되는 ‘휘날리는 태극기’를 포함해 최근 국방부에서 제작, 일선부대에 보급하고 있는 ‘위험하니 내가 간다’에 이르기까지 총 276곡이 제정·보급됐다.
김병기(중령) 육군 군악의장대대장은 “제대로 불리는 군가는 장병들의 흥과 신바람은 물론 슬픔과 걱정까지 포용해야 한다”며 “그래야 함성·총성과 함께 병영의 3성으로 전투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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