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로 읽는 역사 속 오늘
구한말 열강들의 조선 침략이 가시화되면서 불안에 떨고 있던 고종에게 미국은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와 같았다. 특히 1880년 청나라 주일공사관 참사관으로 있던 황준헌이 “미국과 연대하라”고 강조한 ‘조선책략’을 금과옥조처럼 믿고 있었다. 고종은 일본의 조선침략이 점점 노골화하던 1905년, 마침내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조선에 들어와 한국인의 항일운동을 지원하고 있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를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특사로 파견했다. 조선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알리고자 한 것.
하지만 미국은 앞서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있었다. 가쓰라는 일본 총리, 태프트는 미국 육군장관이었다. 밀약은 미국이 일본의 한국 지배를 묵인하는 대신, 일본은 필리핀을 침략하지 않겠다고 한 것. 헐버트가 미국을 출발하기 두어 달 전인 1905년 오늘이었다.
일본은 앞서 2차 영일동맹(1902.8.12.), 러일강화조약인 포츠머스조약(1905.9.5.)을 맺어 열강으로부터 조선 지배권을 양해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해 11월 17일 조선을 윽박해 을사늑약을 체결했다. 가쓰라-태프트 조약은 결국 조선이 국제정세에도 그만큼 어두웠다는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국방안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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