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그가 품었던 씨앗 -‘백범일지’를 읽고

입력 2016. 07. 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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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씨앗은 타인에 의해 자라날 수 있을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김춘수의 시 ‘꽃’의 시구처럼 관심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마치 입대 전에는 군에 대한 지식은 물론 북한 정세에도 무관심했던 내가 이제는 군 관련 뉴스만 나와도 귀를 쫑긋 세우는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각자의 관심 영역을 구축해 왔으나 그 밖의 것에 관심을 주는 것을 꺼려왔다. 각자의 관심 영역 밖의 것에 관심을 가지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책’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황무지와 다름없던 관심의 영역을 비옥한 땅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백범일지’라는 책을 통해 김구 선생의 삶을 간접 경험한 지금, 그의 삶을 단순히 외우기보다는 이해하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로 배우고 싶은 점은 ‘자신을 낮추는 마음’이다. 자신을 낮춘다는 것은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것이다. 군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병부터 병장까지 되는 과정에서 각자 위치에 맞는 배려가 있다. 잘 배우려는 배려, 잘 알려주려는 배려,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한 배려. 이 모든 배려의 시작이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배우고 싶은 점은 ‘고정된 자아 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왜와 서양은 배척해야 한다.” 김구 선생이 젊은 시절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다. 김구 선생은 그 가치관을 절대적으로 여겼지만 직접 타국을 보고, 듣고, 느끼며 스스로 자아 관념을 재형성했고, 경험한 후에 판단을 내리게 됐다.

마지막으로 배우고 싶은 점은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하는 마음’이다. 김구 선생은 서대문교도소에 수용된 시절에도 수감자들에게 글을 가르쳤을 정도로 교육을 강조했는데, 교육 중에도 ‘문화교육’을 강조했다. 다른 것을 모방한 문화가 아니라 근원이 되는 문화를,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꽃을 심는 자유를 국민과 후손들에게 남겨주고 싶어 했다. 김구 선생이 문화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원했다면 나는 지식보다는 지혜를 공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관심의 씨앗은 타인에 의해 자라날 수 있을까?” 아무리 타인이 씨앗을 주고 심지어 심어주더라도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죽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간접적인 경험과 노력을 통해 관심 영역을 넓혀가는 동시에 타인의 관심 영역 또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김구 선생께서 한평생 씨앗을 심을 수 있는 토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우리는 그 토지에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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