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해병대 명예를 잇는다는 것

입력 2016. 01. 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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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군인은 언제나 명예로워야 한다." 이 말은 해병대 창설을 역설한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께서 남긴 말씀이다. 늘 우리가 경례구호로 외치는 필승과 명예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항상 승리하면 명예로워지는 것일까?



지난주 해병대 정체성 강화를 위해 떠난 안보현장 견학은 해병대가 처음 창설된 진해, 6·25전쟁 때 수많은 적과 맞서 싸워 승리한 마산, 그리고 국가 운명의 칼날을 돌려 겨눌 수 있게 했던 통영을 거치는 여정이었다. 언제나 적은 수로 더 많은 적과 맞서서, 패배한 전장이 없고 지키지 못한 고지가 없는 그날의 영웅적인 선임 해병들의 업적을 훑으며, 그날 우리는 성지 순례자와 같은 엄숙함으로 무장했다.



진해 해병대 창설 기념비를 견학한 후, 그 맞은편에 '해병혼'을 간직한 채 우뚝 서 있는 천자봉을 바라보며 선배들의 피땀 어린 절규를 잠시 떠올리기도 했다. 이후 진동리 지구 전첩비와 통영 상륙작전 현장도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순례길'에서 우리는 과거 영웅들과 같은 피가 우리의 DNA가 되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자랑스러웠다. 나서서 자랑하진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선임 해병들은 승리를 준비했었고, 누구보다 용감하고 강인했다는 것을. 이제 그런 선임 해병들의 역사를 지금은 우리가 이어나가고 있고, 그들과 우리가 똑같은 해병이라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토록 대단한 해병대의 역사를 이어나가는 우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짐을 동시에 느꼈다.



이 찬란한 해병대의 역사를 명예롭게 이어나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통영 상륙작전 기념관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선배 해병은 우리에게 해병대를 잘 부탁한다며 힘을 주어 경례를 하셨다. 내 옆의 동기를 비롯한 몇몇은 얼굴이 붉게 상기됐고 모두의 가슴속에 큰 감동이 퍼졌다.



그때 느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할아버지 이전 세대부터 힘들게 이어온 해병대 정신을 우리가 잘못된 문화로 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현실적인 목표는 '병영문화혁신을 위한 바른 생각과 자세'일 것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생긴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전투력, 그것이 바로 해병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선임 해병들이 이어온 명예로운 해병대를 명예롭게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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