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 인문학/최형국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군사력의 상징인 동시에
유희이기도 한 ‘무예’
바늘 하나로 적장을 잡고
의외로 튼튼했던 종이 갑옷 등
전통 무예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철학 담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나 무협지·무협만화의 영향 때문일까?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 한쪽에 ‘무예’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강력한 장풍이나 화려한 검법으로 강호를 평정하고 미인을 얻는 그런 꿈 말이다. 이런 로망 수준에 머물던 무예를 학문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책 『무예의 인문학』이 새롭게 출간됐다.
저자는 지난 2013년부터 1년여간 본지에 기획시리즈 ‘사극 속 군대 이야기-오류와 진실’을 연재했던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 연출로 활동하며 직접 활 쏘고 말 타며 무예를 수련하는 동시에 무예사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저자는 전통 무예에 담긴 역사와 문화, 철학을 한 권의 책에 집약해 보여준다.
책은 크게 1부 ‘무예에 담긴 인문학’, 2부 ‘몸으로 읽는 인문학’으로 나뉜다. 1부가 우리 전통 무예의 역사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2부는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하며 저자가 체득한 철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무예를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로 정의한다. 전쟁과 권력 강화를 위한 군사력으로 발전하는 한편 축제 현장에서 유희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예술로서의 측면도 심심찮게 엿볼 수 있어서다.
무예의 예술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검무. 혜원 신윤복의 작품 ‘쌍검대무’에서는 검무를 추는 무녀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치맛자락이 휘날리는 모습으로 미뤄 『무예도보통지』의 쌍검법 중 초퇴방적세로 분석하기도 한다. 또 조선 후기에 총 쏘는 것도 무예로 간주했던 이유, 의외로 튼튼했던 종이 갑옷, 바늘 하나로 적장을 잡은 이야기 등 우리가 몰랐던 옛 무예·전쟁 이야기 역시 접할 수 있다.
무협지나 격투 게임을 통해 우리가 갖게 된 고정관념을 깨는 얘기도 자주 등장한다. ‘진짜 필살기는 단순함에서 나온다’는 소제목의 글이 대표적인 예. 저자는 실제 무예에서는 게임이나 무협지의 화려한 공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쉼 없이 익혔던 단순한 기술이 필살기로 활용된다고. 동작이 크거나 화려하면 그만큼 방어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2부를 채운 대부분 글에는 화려함과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현대의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무예를 통해 본질에 충실한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인간을 잘 알아야 무예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고, 인간들이 모인 전투 집합체인 군대를 온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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