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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겐 추억을 아들에겐 재미를

김가영

입력 2016. 03.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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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슬기롭게…’展


개화기부터의 초등 교과서 소개

교과서 속 문장 변화도 흥미로워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70~80년대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교과서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금이야 어린이용 책이 넘쳐 나지만 그땐 책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읽을 책이 부족해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책을 읽는 학생이 많았다. 지금 학생들에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겠지만, 표지가 닳는 걸 막으려고 새 교과서를 받으면 달력이나 포장지로 곱게 감싸는 일도 흔했다.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던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해 우리 교과서의 변화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난 17일부터 오는 5월 29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는 ‘슬기롭게 사이좋게-초등교과서 속 한글 이야기’ 특별전 얘기다.

이번 전시는 우리 초등 교과서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면서 광복 이후 현재까지 초등 교과서가 담고 있는 이웃과의 소통법도 소개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1895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과서 ‘국민소학독본’과 삽화를 실은 1896년 교과서 ‘신정심상소학’,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간행된 최초의 국정 초등학교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 등 희귀 전시 자료 66점과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는 교과서 32점이 공개되고 있다.

전시실은 1부 ‘나와 너로 시작하는 길’과 2부 ‘우리가 함께 걷는 길’로 나뉜다. 1부에서는 개화기부터 현대까지 시간순으로 초등교과서를 조명한다. 이어 2부에서는 1988년과 2013년에 출판된 국어 교과서의 목차를 비교해 보여준다. 전시를 보면 교과서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표지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단색에 그림이 작게 들어갔지만, 지금은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 크게 실려 있다. 음악가 베토벤과 소설 크리스마스캐럴의 주인공인 스크루지를 1963년에는 각각 ‘베에토오벤’과 ‘스크리지’라고 표기한 사실도 흥미롭다.

박물관이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과 함께 1950년대부터 2009년 개정 교육 과정까지 나온 초등교과서의 말뭉치(전산화된 대량 언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시대의 변화가 느껴진다. 예컨대 ‘나’라는 단어가 1950년대에는 아버지, 어머니, 학교, 집 등 가족이나 주변 관계를 지칭하는 어휘와 관련성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개성, 창의성, 호기심 등 개인의 능력과 가치를 드러내는 말과 어울린다는 것. 기성세대들에겐 옛 추억에 잠길 기회가, 현재의 어린이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어른들의 초등학생 시절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관람료는 무료. 문의 02-2124-6323.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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