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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에 홀딱 반한 무대음악·스토리 알고 보면 ‘흥미백배’

입력 2015. 04. 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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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드림걸즈 (Dream Girls)


 1960년대 실존 인기 걸 밴드

‘수프림즈’ 스토리 차용해 극화

장르 넘나들며 부가가치 극대화

2006년 영화로 제작해 대흥행


 


 

 

 

   뮤지컬 ‘드림걸즈’가 처음 막을 올린 것은 1981년 12월 20일 브로드웨이 임페리얼 극장에서였다. 이 작품은 특히 1960년대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모타운 소속의 디트로이트 태생 인기 걸 밴드 ‘수프림즈(Supremes)’의 이야기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프림즈는 리드싱어였던 다이애나 로스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시켰던 흑인 여성 트리오다. 오랜 세월 큰 인기를 누렸던 그녀들이지만, 그렇다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다이애나 로스가 두각을 나타내기 전 팀의 리더를 맡았던 플로런스 발라드의 사연은 무척이나 극적이다.

 뮤지컬에서 매니저로부터 버림받고 팀을 떠나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했다가 결국 재기하게 되는 팀 멤버 에피 화이트는 바로 플로런스 발라드의 무대적 구현이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훗날 영화계로까지 진출하게 되는 디나 존스는 바로 다이애나 로스의 개인사를 투영시킨 존재라는 것이다.

 차갑고 비열한 승부사이자 디나 존스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매니저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 역시 흑인 음반 레이블인 모타운의 창립자 베리 고디 주니어(Barry Gordy Jr.)의 무대적 캐릭터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무대를 감상한다면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극적 생명력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살리기 위한 변화도 알고서 보면 더 재미있어진다. 예를 들어 무대에서는 매니저와 다른 멤버로부터 버림받았던 에피 화이트가 재기에 성공하고 정의를 실현하며 감동 어린 우정의 재회를 한다. 하지만 실제 수프림즈의 초창기 리더였던 플로런스 발라드는 재기에 실패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무대에서의 스토리와 달리 그녀는 가난과 우울증,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자신을 되찾지 못하다가 결국 1976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찌 보면 무대에서 눈물 어린 화해를 하는 멤버들의 엔딩 신은 수프림즈를 좋아했던 애호가나 팬들에겐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간절한 소망과 환상을 담은 염원의 구현일 수도 있다. 저간의 사정을 알고서 무대를 곱씹어보면 더욱 씁쓰름한 뒷맛을 느끼게 된다.

 미국 대중음악사에 대한 이해도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을 준다. 뮤지컬에선 소속 가수들을 방송에 노출시키기 위해 프로듀서인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가 라디오 DJ들을 만나 뇌물을 건네는 장면이 스치듯 등장한다. 라디오의 영향력이 엄청났던 1950~60년대 미국 방송가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방송 노출의 대가로 금전을 지불하는 ‘페이욜라(Payola)’와 심지어 돈 대신 마약을 건넸던 ‘드러골라(Drugola)’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매스 미디어의 폐해들이다. 물론 모타운 레코드의 어두운 역사와도 관련이 깊은 실화들이어서 묘한 뒷맛을 남긴다.

 ‘드림걸즈’는 장르를 넘나들며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흥미로운 사례로도 손꼽히는 작품이다. 2006년 영화로 제작돼 세계시장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뮤지컬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81년의 일이니 꼭 25년 만에 스크린으로의 변화가 시도된 셈이다. 메가폰을 잡은 빌 콘돈 감독은 2002년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 대본작가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 영화화를 시도한 것은 아니다. 여러 감독과 예술가들이 관련된 영화 제작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번번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인물만 해도 휘트니 휴스턴, 로린 힐, 켈리 프라이스, 모니카 등 그야말로 다양하고 다채롭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말 공연은 초연이 아닌 앙코르 무대다. 브로드웨이에서 재공연 일정을 앞두고 월드 프리미어로 우리말 버전이 제작된 것이 2009년의 일이니 꼭 6년여 만에 다시 무대화가 이뤄진 셈이다.

 처음 우리말 무대가 올려졌을 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화려한 비주얼 장치였다. 반면 올해 앙코르 무대에서는 큰 변화가 있다. 화려했던 특수 장치가 한국적 상황과 환경에 맞춰 변모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보는 재미는 초연만 못하다. 그래도 음악이 주요 소재인 작품답게 음악은 이 작품 최고의 묘미를 잉태해낸다. 흑인들의 끈적끈적하고 소울풀한 감성까지는 완벽히 구현해내지 못한다손 치더라도, 이야기의 진폭을 충실히 재현해내는 우리 제작진의 솜씨는 가히 글로벌한 수준이라 인정할 만하다. 특히 디나와 에피가 ‘리슨’을 이중창으로 부르면 객석은 온통 환호와 박수로 뒤덮인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인 뮤지컬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르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만들어주는, 무대만의 재미를 만끽하게 되는 순간이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림걸즈’는 음악을 통해 무대를 즐기기 좋은 전형적인 형태의 뮤지컬 작품이다. 물론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넘치고 흥미롭다. 하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이 작품을 만끽하고 싶다면 흑인 대중음악 스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극장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사실 무대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이들 흑인 뮤지션들의 삶과 사랑, 성공과 좌절 그리고 재기에 얽힌 실제 경험들을 풍자하고 활용해 극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자면 조용필이나 나훈아를 소재로 활용한 무대용 콘텐츠쯤에 비할 만하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드림걸즈’ 감상 Tips


1. 뮤지컬은 음악극이다.

 노래를 알고 감상하면 모르고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가는 기분으로 음악을 미리 듣고 공연을 보자. 딱 10배쯤 더 만끽할 수 있다.

2. 영화와 비교하며 감상하자

 영화와 무대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비교하며 감상하면 뒷맛이 더욱 강해진다. 특히 비욘세만큼이나 섹시하고 매력적인 우리 뮤지컬 여배우들의 매력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3. 수프림즈가 궁금하다면?

 국내에서 인기를 누렸던 노래는 단연 ‘스톱! 인 더 네임 오브 러브(Stop! In the name of Love)’가 있다. 뮤지컬을 보고 다시 들으면 묘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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