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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한 거짓말일지라도여럿이 하면 ‘그런가?’ 한다

입력 2014. 08. 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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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산책 <75> 삼인성호, 험담의 위력<三人成虎>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고, 가장 염려하는 것은 사회적인 평판이다. 이 평판에 따라 우리의 길이 평탄할 수도,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평판의 대부분은 같은 조직 안에 있는 구성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과도한 경쟁의 구도 속에서 구성원들은 종종 왜곡된 평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왜곡된 평판에 의해 억울한 희생이 뒤따르기도 한다.

 전국책에 나오는 위(魏)나라 대신 방총(龐?)의 이야기이다. 위나라의 태자가 조(趙)나라에 인질로 가게 됐는데, 방총이 그를 수행하게 됐다.

 출발하기 전 방총은 위왕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지금 한 사람이 와서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대왕께선 믿으시겠습니까?” 위왕은 말했다.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번화한 거리에 어떻게 산중의 호랑이가 나타날 수 있겠소. 거짓말인 것이 틀림없소. 나는 믿지 않소.”

 방총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다른 사람이 또 와서 말하기를 호랑이가 저잣거리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대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위왕이 대답했다. “믿기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것도 같소.”

 “잠시 뒤에 세 번째 사람이 와서 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왕은 주저함 없이 말했다. “그렇다면야 당연히 믿을 것이오. 세 사람씩이나 와서 말하는데 설마 거짓일 리가 없지 않소.” 그러자 방총이 말했다. “번화한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동일하게 말하니 진짜로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돼버렸습니다. 지금 저는 조나라의 수도 대량(大梁)으로 떠납니다. 대량은 저잣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머니 그곳 상황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떠난 뒤에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세 사람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밝혀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위왕은 방총의 말에 크게 감동해 말했다. “그대의 뜻을 잘 알았으니 안심하고 다녀오시오.”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성어가 바로 ‘삼인성호(三人成虎)’다. 세 사람의 거짓말이 있지도 않은 호랑이를 만들어 내었듯이 거짓말도 여럿이 하게 되면 사람들은 진실로 믿게 된다는 말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험담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동조하면 결국 진실인 것처럼 알려져서 당사자를 큰 곤경에 몰아넣게 된다는 것이다.

 위나라 방총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불행히도 방총의 예측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방총이 조나라로 떠나자마자 그를 음해하는 온갖 참언들이 들려왔고, 그 참언들은 위왕의 방총에 대한 믿음을 계속해서 잠식해 들어갔다. 결국 위왕은 태자와 함께 돌아온 방총을 끝내 외면해 버리고 만다.

 어쩌면 험담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러한 험담의 심각한 폐를 알면서도 그 험담에 쉽게 넘어가고, 그 험담에 쉽게 동조하는 우리의 얄팍함에 있다. 공자는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말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행위이다(道聽途說 德之棄也)”라고 말한 바 있다.

 아무에게서나 들은 이야기를,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깊은 생각이나 신중한 검토도 없이 그냥 믿어 사실로 단정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해 버리는 것, 이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덕망을 버리는 행위이다.

 <김 성 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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