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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일병 “군입대는 탁구 인생의 전환점…정신무장 계기”

노성수

입력 2017. 06. 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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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국군체육부대 이상수 일병


세계선수권 銅 2개…단·복식 동시 메달은 처음

中·유럽 강자들 차례로 꺾으며 한국 탁구 새역사

부모님도 탁구선수…혼복 파트너와는 연인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이 일생일대 목표”

 

 


 



‘닥공(닥치고 공격) 일병의 힘!’

지난주 주요 언론과 포털을 통해 전해진 ‘닥공 일병’의 승전보가 스포츠 팬들을 열광케 했다. 6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막이 내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남자 단·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낸 국군체육부대 이상수 일병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 일병은 2년마다 세계 탁구 최고수들이 총출동해 기량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단·복식 동시 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탁구사에 새 역사를 썼다. 특히 중국과 유럽이 득세한 세계탁구계에서 자신보다 상위 랭커들을 잇따라 물리치며 대회 최대의 파란을 일으켰다. 금메달 못지않게 값진 동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군인의 힘’을 세계에 과시한 이 일병을 국군체육부대 탁구장에서 만났다.



군 입대로 물오른 ‘닥공 탁구’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 만난 이 일병은 연일 치른 시합과 시차 탓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매우 밝았다.

“이번에 완전히 뜬 거 실감하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시합 기간에는 인터넷 접속도 안 하고, 경기에만 집중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수많은 취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부대에 복귀하자 전우들도 뜨겁게 축하해줬어요”라며 세계선수권 메달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사실 이 일병은 입대 전까지 미완의 대기였다. 거침없는 공격 탁구로 국제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실수가 잦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단체전 메달 획득에 실패한 후 이 일병은 미련없이 군 입대를 선택했다.

지난 2월 20일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이 일병은 이번 달에 갓 일병을 달았다. 아직 군 생활이 조금은 낯설다는 이 일병은 이번 세계선수권 활약에 ‘군인정신’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군 입대는 제 탁구 인생에 터닝 포인트입니다. 입대 후 저 스스로 정신적으로 무장됐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접전 상황이 오면 마음이 급해지고 긴장이 많이 됐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심리적으로 안정되니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이 일병의 공격력은 단연 화제였다. 그는 남자단식 32강전에서 지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4위인 중국의 장지커를 4-1로 잡았다. 이때부터 파란의 서막이 올랐다. 이어 16강전에서는 ‘백전노장’ 삼소노프(벨라루스)를 이겼고, 8강전에서는 세계랭킹 7위 웡춘팅(홍콩)마저 무너뜨려 4강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장지커에게 네 번을 졌어요. 그동안 수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했기에 이번에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어요. 적극적으로 백핸드 공격을 하면서 다양한 코스 변화에 초점을 맞췄지요. 마지막 세트에서 ‘이길 수도 있겠다’ 생각한 사이 듀스까지 추격을 당해 아찔했지만 짜릿한 승리를 거뒀죠.”

장지커를 꺾고 사기가 오른 이 일병은 4강까지 승승장구했다. 비록 결승 길목에서 세계랭킹 2위 판젠둥(중국)에게 막혔지만 상대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공격력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탁구는 내 운명

이 일병에게 탁구는 운명이다.

부모님이 모두 탁구선수로 활약했고, 여자친구(박영숙·레츠런파크)도 현역 실업 탁구선수다. 지금 이 일병의 ‘닥공탁구’는 처음 라켓을 쥐여준 부친에 의해 완성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 처음 탁구를 배웠는데 무조건 공격적으로 승부하라고 하셨어요. 수비를 하면 크게 혼났죠.” 공격 본능이 몸에 밴 이 일병은 남들보다 반 박자 빠른 공격력을 갖게 됐고, 처리하기 힘든 낮은 볼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파워 드라이브를 장착했다. 또한 혼합복식 파트너로 만나 4년간 사랑을 키워온 2살 연상의 여자친구도 든든한 존재다. 함께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내며 인연이 됐고, 이제는 경기 분석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소울 메이트가 됐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복식에서 메달을 따낸 국군체육부대 이상수(가운데) 일병이 부대 내 탁구장에서 임종만(오른쪽) 감독, 탁구팀 전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닥공 탁구’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세계선수권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 일병은 세계 정상을 향해 다시 뛴다. 우선 14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일본오픈에 출전한다. 2020년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에서 자신의 일생일대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금빛 리허설에 도전한다.

“올림픽 금메달은 제 오랜 꿈입니다. 부천 내동중학교 재학 시절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모교를 방문한 유승민 IOC 선수위원께 제가 직접 꽃을 전달해드렸거든요. 그때부터 올림픽을 위해 힘든 훈련을 참아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포부를 밝힌 이 일병은 우선 내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정상 등극을 1차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이 일병은 19일부터 논산훈련소에서,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이수하지 못한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2월 입대 당시 짧은 훈련소 생활을 경험한 이 일병은 “나는 겨울과 여름 훈련소를 모두 경험하는 군인”이라며 “더욱 강한 선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국군체육부대 탁구팀 임종만 감독은 “이 일병은 하루 종일 탁구 생각만 한다.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라며 이 일병을 극찬했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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