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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린 인도 기지개를 켜다

입력 2014. 05.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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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MBN 공동기획 생생경제 - 인도 ‘경제 구원투수’ 모디 신임 총리에게 거는 기대


 인도의 포퓰리즘

●10학년 이상 태블릿PC 무상제공

●12학년 이상 노트북 무상 제공

●여학생 국공립대 무상교육

●심장·암·간·신장 무상수술

●빚 원금상환 농민에게 이자면제

●식료품·LPG 구입 시 각종 보조금        

(쌀 보조금 연간 7조7000억 원)

※ *는 인도의 북부 지역인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만 실시




    걸출한 지도자의 탄생이 또 하나의 거대 경제강국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요즘 인도의 사정이 바로 그렇다. 등소평이라는 영웅 배출을 통해 경제 현대화의 기틀을 닦은 중국처럼 ‘병든 코끼리’로 알려진 인도가 서서히 화려한 춤을 추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진원지의 핵심은 바로 경제전문가인 나렌드라 모디 신임 총리.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그가 자유시장 경쟁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12억 명 인도 국민은 물론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전문가 모디 시대 열렸다” 환호

 

 모디는 10여 년간 구자라트 주지사로 일하면서 고질적인 관료주의 병폐를 없애 1주일 안에 외국기업 유치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태양광 발전단지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전력난을 줄였다. 타타 자동차와 푸조·포드 등의 생산공장이 들어섰고, 일사불란한 제조업 및 투자유치 시스템으로 부패를 크게 줄였다. 공무원이 책임지고 규제 등을 없애도록 해 기업활동을 편하게 만들었다. 구자라트 지역은 2001년 이래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어섰고, 110억 달러에 이르던 재정적자가 10년 만에 75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현지에서는 “30년 만에 가장 안정적이고 강력한 정치 지도자를 만났다. 정치적 갈등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던 인도가 이제 중국처럼 지도자 의지대로 경제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흥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모디가 주도하는 인도국민당의 총선 승리가 예견되면서 주가가 30% 이상 올랐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1조4300억 달러(1470조 원)를 넘으면서 인도는 세계 10대 주식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전까지 간 인도

 인도는 지난해 급격한 외화 유출로 루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위기 직전까지 갔다. 최근 2년 경제성장률은 5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절반에 달하고, 과도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여파로 왜곡된 경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각종 암 수술비는 공짜고, 일정 학년 이상의 학생들에게 태블릿PC나 노트북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식료품이나 LPG 구입 시에 각종 보조금을 지원해 인기주의를 남발함으로써 재정적자와 은행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차량 통행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6~7명의 마피아가 주차장 운영권을 장악해 주차장을 더 늘리기 어렵고 뉴델리 시내 도로의 40%는 무질서하게 세워놓은 차량으로 매우 혼잡하다.

 통신탑 하나를 세우려면 여기저기 무려 16개에 달하는 규제 문턱을 거쳐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도에는 화폐 가치가 없는 지폐가 있다. ‘제로 루피’라고 불리는 이 화폐는 한 마디로 돈 가치가 꽝인데, 부정부패가 많다 보니 시민들이 뇌물을 강요당할 때 ‘거절’의 뜻으로 주도록 시민단체가 만들어낸 돈이다. 인도의 부정부패지수는 177개 국가 가운데 94위를 기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 연평균 6.8% 기록 전망”

 현지 전문가들은 새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이 집권함에 따라 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5.5%에서 1%포인트 이상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향후 10년간 연평균 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현재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규모가 10년 뒤엔 2.5배 확대된 5조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는 공약에 맞춰 5개년 경제혁신 계획을 짜기에 바쁘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솔깃할 만한 정책이 많은데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 정부개혁, 부패척결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모디 총리는 부정부패와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지하경제를 수술하는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상당부분 권력을 내려놓는 대신 지방정부 간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포스코가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농민 반발로 어려움을 겪은 오디샤 주 제철소 건설도 다른 주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게 가능할 전망이다. 즉, 외국인 입맛에 맞게 장소를 골라 투자할 수 있고, 정부에서는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해 규제 전쟁에서 이긴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갈등 빚던 파키스탄에 화해의 손짓

 극우 힌두교도인 모디 총리는 얼마 전 갈등을 빚던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에게 화해의 손짓을 했다. 이런 유연한 자세에 고무된 강대국들은 방문을 요청하는 등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각국은 또 ‘모디노믹스’로 불리는 친기업 정책이 펼칠 거대한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인 인도는 25세 미만 인구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역동적이며, 소프트웨어 산업도 첨단을 달리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기업이 현지화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인도는 대한민국을 발전모델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국민의 응집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듯이 모디 총리는 한국을 높게 평가하면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그는 2007년 5월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영웅적인 정치지도자의 등장이 한 나라의 운명을 갈랐던 역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박정희, 중국의 등소평, 싱가포르의 이광요 등등.

 이번엔 인도가 어떤 시나리오를 써 내려갈지 궁금해진다. 

< 김종철 MBN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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