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병영토크 만나고 싶었습니다-”창작뮤지컬 난타의 배우 이주훈 씨와 육군6사단 신병교육대대 조교 김화평 상병·서경수 이병
‘사마귀’와 ‘방울뱀’. 육군6사단 신병교육대대 조교 김화평(24) 상병과 서경수(22) 이병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강도 높은 신병 교육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하얀 이’를 드러내 웃는 일이 없는, 그야말로 ‘카리스마의 절대 지존들’에게 훈련병들이 붙여준 ‘애증(?) 어린 별명’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나운 별명을 가진 두 병사도 알고 보면 속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남자다. 계급은 다르지만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꿈이고, 노래와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최근 훈련교장을 떠나 특별한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세계가 사랑하는 우리 뮤지컬 ‘난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주훈(34·예비역 육군 병장·그린팀 헤드 셰프 역) 씨를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 내 난타 전용관에서 만나기 위해서다. 무대를 사랑하는 세 사람이 ‘하얀 이’를 마음껏 드러내 놓고 나눈 솔직 담백한 토크를 지면으로 옮겼다.
배우 이주훈은배울 게 많아 두려움 컸지만 도전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치열했던 난타 오디션 지원”
김화평 상병(이하 김 상병), 서경수 이병(이하 서 이병) :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주훈 배우(이하 이 배우) : 저도 여러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서 이병 : 언제부터 배우의 꿈을 꾸셨나요?
이 배우 : 중학생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어요. 예고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부모님 반대로 일반고로 진학했죠.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건 아니었어요. 청소년 드라마에 600 대 1의 오디션을 뚫고 합격해 본격적으로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후 국립무용단 객원으로, 또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제 나름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어요. 연기교육에도 관심이 있어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서울문화재단 티칭 아티스트로도 활동했습니다.
김 상병 : 난타 무대에 서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 배우 : 육군12사단 군악대에서 군 복무를 했어요. 전역을 앞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한 선배를 통해 난타 공연을 접하고 완전히 빠져든 거죠. 사실 난타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은 굴뚝 같았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게 많았어요. 흥겨운 비트에 맞춰 주방기구를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다뤄야 하고, 또 비언어극이라 연기 내공도 필요했거든요. 배워야 할 게 많아 두려움이 컸던 거죠. 그런데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에 지원했고, 치열한 경합 끝에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서 이병 : 오디션 당시 상황 좀 들려주세요.
이 배우 : 송승환 대표와 선배 배우들이 심사를 봤어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주시더라고요. ‘이소룡이 TV를 보면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파리가 들어와 쫓아낸다’나 ‘원시인이 생전 처음 거울을 봤을 때’와 같은 상황을 즉흥연기로 보여달라고. 그때 제가 오디션을 보면서 느낀 건 ‘짱짱한 스펙’보다는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준비성’에 더 많은 점수를 주셨던 것 같아요.
김 상병 : 첫 공연 때 기억나는 일이 있으시다면.
이 배우 : 오디션 합격 후 정식 무대에 오를 때까지 6개월 이상 걸렸어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첫 공연 때 얼마나 설레고, 두려웠던지. 비장한 마음가짐과는 달리 실제 공연에서는 손의 떨림이 악기를 통해 모두 전달될 정도였죠. 하지만, 준비하면서 흘린 땀방울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서 이병 : 공연하면서 힘든 적은 없으세요?
이 배우 : 올해가 4년 차거든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지치는 날이 있죠.(웃음) 그때마다 ‘난 프로다!’ 이런 마음으로 저 자신을 일으켜 세워요. 난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들 중에는 ‘저를 보러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분들도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도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김 상병 : 해외 공연도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배우 : 난타는 세계 48개국 282개 도시에서 공연을 했어요. 전 세계 810만 명이 관람했고, 연간 수십만 명의 외국인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어요. 저는 일본·중국·쿠웨이트·미국·폴란드·벨기에·헝가리 등 8개국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받은 기립박수를 잊지 못해요. 문화산업 역군으로 ‘코리아’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다는 자긍심에 가슴 뭉클한 적도 많고요. 또 한번은 쿠웨이트에서 무대 뒤로 한 교포분이 찾아오셔서 “열사의 땅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는데, 이런 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 아닌가 싶더군요.
서 이병 : 극의 배경이 레스토랑 주방인 만큼 소품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이 배우 : 아무래도 그렇죠. 악기로 사용하는 주방기구들 가운데 나무도마가 가장 민감해요. 물기가 조금만 있어도 소리가 달라지거든요. 또 비트에 맞춰 채소들을 격하게 자르다 보니 2주에 한 번씩 새 도마로 교체한답니다. 소품 중에 날카로운 것들이 많아 위험할 때도 있지만 연습을 많이 해서 크게 다친 적은 없어요.
서 이병 : 군 생활은 어떠셨어요?
이 배우 : 워낙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 군대에 가서 뭔가 배워오고 싶어서 군악대(육군12사단)를 지원했어요. 행사를 지원하고, 악기를 다뤄 보는 것이 무대에 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사실 난타 공연을 하기 전에는 타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어요. 말년에 후임들에게 부탁해 스네어 드럼을 잠깐 배워본 게 다였거든요. 군인정신으로 난타 오디션을 본 거죠.
웃음) 군악대는 군기가 세기로 유명해요. 선임한테 혼나기도 많이 혼났는데, 아이러니하게 지금도 군대가 그립답니다. 물론 다시 군대에 가라면 정중히 사양하겠지만, 그곳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 상병 : 예비역으로서 군 복무의 노하우를 한 가지만 전수해 주신다면요.
이 배우 :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군 복무 문제없어요. 물이 깊으면 물고기가 모이고, 샘이 깊으면 동물이 모이고, 사람의 마음이 깊으면 사람이 모이게 되어 있더라고요. 사랑과 지지를 받는 사람은 어렵고 힘들어도 쉽게 털고 일어날 수 있거든요. 다들 군대에서 좋은 선·후임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데, 제 생각에는 ‘내가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돼 주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
김 상병 : 좌우명 있으세요?
이 배우 : 네, ‘행동하는 사람’요. 생각이 산처럼 무거우면 뭐하겠어요,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서 이병 : 마지막으로 배우를 꿈꾸는 저희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 배우 : 독서를 많이 하세요. 그리고 부대를 무대라 생각하면 상대 배우격인 훈련병, 선임, 간부들의 말과 행동에 저절로 귀와 가슴을 열고 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하죠? 군을 먼저 경험한 예비역으로서 ‘군대는 자신을 돌아보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1980년 4월 출생
학력
1999년 휘문 고등학교 졸업
2007년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연기전공 졸업
2009년 세종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연극학과 수료
주요경력
2010~2013 현재 PMC 프로덕션 ‘난타’
2009 극단 현존 퍼포먼스
2008 영화 ‘흑심모녀’
2007 국립무용단 국가브랜드 공연. 국립극장 해오름 ‘춤 춘향전’ 극단 파도소리 연극 ‘용서를 넘어선 사랑’
오페레타 ‘길선주’
2003 단편영화 ‘리턴 투 파라다이스(Return To Paradise)’ 제3회 미장센 영화제 본선진출 단편영화 ‘웰컴 투 파라다이스(Wel come To Paradise)’ 대한민국 청소년 영화제 대학부문 장려상
2000 SBS 시트콤 ‘행진’ , ‘골뱅이’ 등 TV 드라마 다수 출연
1998 EBS 통일의 길 ‘서울 말 평양 말’
1997 EBS 청소년 드라마 ‘감성세대’ 메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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