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책 읽는 사관생도 ‘독서가 전투력이다’

이승복

입력 2013. 05.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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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으로 미래 군사전문가 육성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고, 난중일기와 임진장초를 살펴보면 이순신 장군도 엄청난 독서가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훌륭한 군인들은 독서를 통해 심신수양과 자기계발을 도모해 왔다. 그렇다면 일반학 수업과 군사훈련, 24시간 이어지는 내무생활로 숨 돌릴 틈 없는 하루를 보내는 사관생도들에게 책 읽을 여유는 있는 것일까? 육군사관학교는 2013년 새학기를 맞아 ‘독서가 전투력이다’라는 주제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생도와 학교 전 장병이 책과의 거리를 더 좁힐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인터넷 독서광장 개설 각종 도서 정보 공유  故 신승호 소령 유족들 20년째 도서기증  졸업생 동기회별 도서 기증 문화로 정착

 

 

승호문고 및 동기회 기증도서들이 정리된 서가에서 사관생도가 책을 읽고 있다.

 

육사도서관에서 생도들이 학교장 추천도서를 읽고 있다.

 

 육사의 이번 독서 프로그램 취지는 전작권 전환의 변화 및 국방개혁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비전과 교육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것. 학교는 이에 ‘정예장교 양성 아키텍처’를 완성하고 ‘6대 학습 중점’과 ‘네 가지 태도’를 강화해 나가기 위한 방법론의 하나로 독서를 선정했다.

 학교장 박남수 중장은 “독서가 평생 학습 습관으로 몸에 배면 교양은 물론, 풍부한 군사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간부가 될 수 있다”라며 “이것이 곧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군인에게 독서는 전투력이다”라고 강조했다.

 
 # 서예 퍼포먼스·인터넷 카페 마련

 학교는 이런 독서의 붐을 조성하기 위해 새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 14일 육사도서관 로비에서 생도들이 모인 가운데 서예가 매곡 선생을 초빙해 ‘독서가 전투력이다’라는 역동적인 서예 휘호 퍼포먼스를 갖고 독서에 대한 새로운 결의를 다진 바 있다.

 또한 독서에 대한 생도들의 관심을 온라인상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인터넷 카페 ‘독서광장’을 개설하고 시간과 공간, 계급을 초월한 책읽기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독서광장’은 학년별 필독도서, 개인 독후감상문, 자유주제 토론, 학교장 추천도서 안내와 독후감 공유는 물론 신간 도서에 대한 수시 공지로 학교 장병이라면 누구나 따끈한 도서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독서광장 ‘학교장 생각’ 코너에는 “미래 우리 군을 선도할 사관생도의 소양을 함양하는 데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 꾸준하고 계획적인 독서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동기유발시켜 주도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싸우기 전에 이기는 군사적 혜안을 가진 장교로 커 가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라는 글이 담겨 있다.

 ‘학교장 추천도서’에는 이라크전, 이순신장군, 세계대전, 국제관계 등 군사분야를 포함해 인문·사회·과학·실용도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추천 목록이 학년별로 맞춤식 정리돼 있으며, 육사도서관 2층에 특별서가를 마련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또한 학교장은 꿈을 크게 가져라, 주제를 정해 관련 도서를 3개월간 집중 독서하라, 같은 책을 두 권 사서 한 권은 학교, 한 권은 집에서 읽어라, 원서는 번역서와 함께 독파하라, 독서노트를 써라, 자투리 시간용 도서를 준비하라, 신문의 신간안내를 보라 등 7가지 독서습관을 제안하고 있다.

 육사는 인터넷 독서광장을 적극 활용한 생도와 간부를 선정해 1년에 2번(6·12월), 생도 독서왕과 우수 멘토상(간부)을 수여해 동기를 부여하고, 생도들이 하기 군사훈련을 받는 여름에는 훈련장소로 책을 배달하는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365일 24시간, 연중 지속적으로 책 향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 승호문고 등 동기회별 도서기증 문화 정착

 학교가 자랑하는 육사도서관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승호문고’라고 명명된 서가가 있다. 이 문고는 지난 1992년 9월 14일 야간전술비행 훈련 중 꽃다운 나이로 순직한 신승호(육사43기) 소령의 유족이 고인의 못다 한 꿈을 잇기 위해 이듬해 3월 조성한 것으로 지난 20년 동안 모두 3240권의 도서를 기증했다.

 신 소령의 아들 철원(21) 군은 “조국을 위해 산화한 아버지의 고귀한 희생과 모교 사랑이 승호문고를 통해 이어지고 있어 가슴 뿌듯하고 육사 생도 모두가 아버지처럼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장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도서를 기증하게 됐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승호문고의 잔잔한 감동은 육사 졸업생 사이에도 퍼져 졸업생 동기회에는 모교 발전과 후배 사랑을 도서기증으로 전하는 새로운 전통이 생겨났다. 93년 승호문고 조성 이후 97년 40기 동기회에서 첫 도서 기증을 했고, 이후 22개 동기회에서 2만1000여 권의 도서를 보내왔다.

 황주혜(4학년) 생도는 “선배님께서 순직한 당시 굉장한 슬픔과 충격에 빠지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뜻 깊은 일을 20년간 계속 해 오셨다는 사실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국가의 간성이 돼 달라는 고인과 유족의 뜻을 잊지 않고 생도생활 틈틈이 많은 책을 읽겠다”고 말했다.

 육사도서관은 동기회별 기증도서를 후배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서관 입구에 별도의 서가를 마련해 놨다. 훌륭한 후배들이 돼 달라는 선배들의 당부를 잊지 말고 책을 가까이 하며 생도생활에 정진해 달라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뿐만 아니라 DVD·전자책 등 기증형태를 다양화해 디지털 자료분야에 대한 수요자들의 욕구도 충족시켜 주고 있다.

 정예장교가 되기 위한 4년의 수련기간 동안 강도 높은 교육과 군사훈련만큼이나 계획적이고 꾸준한 독서를 통해 쌓아올려질 생도들의 독서 내공이 미래 우리 군의 발전과 전투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복 기자 < yhs920@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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