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세계화 중심에 서는 대한의 말·글 한국어 만방이 말하다 한글 창제 500여 년 세종도 ‘賀賀~’

김보람

입력 2013. 02. 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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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송향근 세종학당재단 이사장과 육군60사단 강민규-지현범 일병


 

언어는 생각을 드러내는 도구세종학당 43개국 90곳서 운영

군에서 바른말 사용하는 습관바른 사회문화 정착에 큰 기여

 

오빤 캉남 스타일~♬” 제법 정확한 발음으로 싸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외국인의 모습을 한 번쯤 봤을 것이다. 꼭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지 않아도 최근 K팝, 한국 드라마 등 우리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에까지 이른 것에 대해 배달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당당하게 자랑도 할 듯싶다.

 한류 열풍은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자신이 즐겨보는 한국 드라마, 흥얼거리는 K팝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의 말과 글의 세계화 중심에 ‘세종학당’이 우뚝 서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세종학당의 총괄지원자가 바로 송향근(58)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이다. 한국어의 세계화, 한국 문화 소통의 중심을 목표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송 이사장을 육군60사단 강민규·지현범 일병과 함께 만났다.
 





강민규 일병 :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배움의 열기가 대단한데요. 세종학당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송향근 이사장 : 세종학당을 군대에 비유하자면 한국 문화의 ‘전진 기지’라 할 수 있어요. 세종학당은 한국의 문화 영역을 확장하고 더 많은 세계인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일을 하지요. 전 세계인들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요리, 한국 음악, 한국 영화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어요. 한국 문화의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지요. 2007년 5개국 10개소로 시작해 현재는 43개국에서 90개의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현범 일병 : 이사장님은 세종학당과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됐나요?

 송 이사장 : 저는 민간재단이던 한국어세계화재단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다 2007년 3월 이사 겸 운영 이사로 참여했어요. 재단이 세종학당 사업 운영본부 역할을 하고 있던 2011년부터 지난해 세종학당재단이 설립되기 전까지 이사장직을 맡았습니다. 그동안 세종학당 사업을 수행하며 민간재단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했죠. 그러나 이제는 세종학당재단이 법정재단으로 위상을 갖게 되며 한국어 교육의 ‘통합 브랜드’로서 ‘세종학당’ 사업을 추진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강 일병 : 세종학당 사업으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송 이사장 : 세계 각지에서 세종학당의 학습자들을 만나보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학습 욕구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최근 프랑스 파리 세종학당에서는 인터넷 수강신청이 10분 만에 완료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 일병 : 한글은 다른 문자와 비교할 때 얼마나 경쟁력이 있나요?

 송 이사장 : 한 나라의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과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그래서 모든 언어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프랑스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전하기에 프랑스어만큼 경쟁력 있는 언어는 없을 것이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신을 나타낼 때 이탈리아어보다 적당한 언어는 없을 겁니다.

 한국어와 한글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한국 사람의 정신과 한국의 문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 외에도 한글을 자랑해 보자면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어요.

 먼저 민주적인 글자라는 점입니다. 한글은 창제의 목적과 원리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예요. 훈민정음에는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매일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라고 창제 목적을 밝히고 있죠. 한글에는 모든 사람이 뜻을 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민주적인 정신이 담겨 있어요.

 또 한글은 경제적인 글자예요. 음절 단위로 끊어 쓰기 때문에 언어의 경제성이 높죠.

 마지막으로 한글은 아름답습니다. 매일 봐서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한글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요. 외국 디자이너의 브랜드 광고나 외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영화 등에도 한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우리가 멋으로 영어나 한자가 적힌 옷을 입었던 것처럼 한글이 아름답게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예요.

 

 강 일병 : 다른 나라도 세종학당과 유사한 기관이 있을 텐데요. 운영이나 지원 등 우리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또 벤치마킹할 나라가 있다면 어떤 나라가 있을까요?

 송 이사장 :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중국 등 문화 강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프랑스는 130년 전 1883년 처음으로 국외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위한 비영리단체 ‘알리앙스 프랑세즈’를 만들었고 현재 136개국서 919개가 운영되고 있어요. 영국도 1934년부터 ‘브리티시 카운슬’이라는 이름의 영국 문화원을 운영해 왔고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설치돼 있습니다. 그 외에도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인스티튜트’ 등이 비슷한 역할을 하죠.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있어요. 일본의 ‘일본어 국제센터’와 중국의 ‘공자학원’인데요. 일본은 1972년부터, 중국은 2004년부터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기관들을 해외에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세종학당은 2007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첫걸음을 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세종학당재단은 후발 주자인 만큼 다양한 기관들의 사례를 참고해 세종학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 일병 : 한글 표기 문자 도입으로 화제가 됐던 바우바우시의 세종학당 운영이 이번에 다시 재개된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송 이사장 :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세종학당은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보급하고자 설립된 것은 아니에요. 현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기 위해 설치됐지요.

 바우바우 세종학당은 현지 인도네시아의 대학교와 한국의 대학교가 함께 운영하는 형태였는데 국내 운영 기관이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운영을 포기해 운영 기관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죠. 그러나 1월 4일부터 다시 한국어 교육이 재개됐고 3월부터는 인근 마카사르에도 세종학당이 운영돼 찌아찌아족을 비롯한 더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됐어요.

 

 강 일병 : 세종학당의 미래 발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송 이사장 : 세종학당은 한국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리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에요.

 세종학당재단은 전 세계 세종학당의 본부라고 할 수 있어요. 세종학당재단에서는 전 세계의 세종학당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표준 교육과정과 교재를 보급하고 한국어 선생님을 양성하고 한국 문화 교육에도 힘쓸 겁니다.

 그리고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어도 접할 수 없는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세종학당을 더 많은 지역에 설치하려고 해요. 또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세종학당의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개발, 운영할 예정이에요.

 

 지 일병 : 군도 바른말 사용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에게 바른말 사용을 위한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송 이사장 : 대부분의 남자에게 군대는 성인이 된 후 첫 사회 경험인 만큼 군 생활을 하는 20대 초반은 매우 중요한 배움의 시기죠. 군대에서 익힌 습관과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언어는 생각을 드러내는 도구이며 생각을 움직이는 조종자와도 같죠. 권위적인 말을 쓰는 사람은 원래 권위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습관적으로 그런 말을 사용함으로써 실제 권위적인 사람으로 변하기도 해요. 군인이 지켜야 할 것은 비단 우리의 영토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른말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군에서 장병들이 바른말을 사용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어 문화를 바꾸는 데도 기여할 거로 생각합니다.


송향근 이사장은? 

 


 

  1956년 대전 동구 원내동에서 출생해 경동고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마친 송 이사장은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한국어 현장 교사, 한국어 교원 양성자, 학문적 연구자, 한국어 교육 정책 개발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어 교원자격심사위원장으로서 한국어 교원 자격 제도 정착에도 이바지했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이며,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으로서 한국어 해외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보람 기자 < rambo72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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