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독자적 역량 갖추되 동맹과 함께 행동…핵심은 ‘균형’

입력 2026. 06. 09   16:12
업데이트 2026. 06. 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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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53. 전략적 자율성의 7가지 과제

美 동맹정책 흔들리며 韓에 요구 가중
오랫동안 지켜 온 안보의 전제 바뀌어
전략의 두 축 동맹과 자강 ‘대립’ 오해
상호 기반이자 조건…동맹 내 기여도↑
정권교체·안보환경 변화에도 굳건한
구조 재설계…실천과제 구체화 ‘필수’

 

미국의 동맹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내 ‘자제론자’들은 동맹에 대한 부담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거래주의자’들은 동맹 유지 비용을 따진다. ‘우선주의자’들은 중국과의 경쟁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이에 따라 동맹국 한국을 향한 미국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한국이 오랫동안 의존해 온 안보의 전제도 바뀌고 있다. 정리=윤병노 기자

 

미국의 동맹정책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도 동맹과 자강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장병들이 훈련을 마치고 부교를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 국방일보 DB
미국의 동맹정책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도 동맹과 자강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장병들이 훈련을 마치고 부교를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 국방일보 DB



국방전략의 두 축, 동맹과 자강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붙잡아야 할 두 축은 분명하다. 바로 동맹과 자강이다. 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안정의 핵심 축이었으며, 이제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군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대칭 우위 확보가 가능한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정예강군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맹과 자강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강은 동맹을 끝내려는 게 아니라 동맹 안에서 더 많은 책임을 지고 레버리지를 키우는 수단이다. 동맹은 자강을 위한 출발점이자 기반이 되고, 자강은 동맹을 결속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조건이 된다. 관건은 동맹과 자강의 원칙이 때로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전략적 자율성이란

이 논리를 정교하게 발전시킨 것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다. 유럽연합(EU)은 다수 전략문서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 왔는데 ‘필요할 때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되 가능하고 바람직한 경우 동맹과 함께 행동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동맹으로부터의 완전한 분리가 아니라 동맹 내 기여도와 선택지를 확장하는 개념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고, 한국도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략적 자율성’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 자율성은 동맹 내에서 기획과 조정의 주도권을 한국이 갖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설계하고 결정하며, 미국은 그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충분한 능력을 갖춰 더 많은 책임을 스스로 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원칙에 공감하더라도 개별 사안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 자율성,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을 추진하면서 이 간극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동맹국 간 이해를 잘 조율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첫 번째 과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전략적 자율성이 선언에 머물지 않도록 실천과제로 구체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첫째, 원칙(Principle)은 “전략적 자율성이 왜 필요한가?”를 묻는다. 자율성은 미국의 요구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한국 스스로 규정한 국가 이익과 역할에서 비롯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와 지역 질서에서 한국이 수호할 가치와 국익을 전략문서에 명시하고, 동맹 내 한국의 행동이 예측 가능하도록 규범적 토대를 정교화해야 한다. 원칙 없는 자율성은 그때그때 눈치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다.

둘째, 정책(Policy) 차원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를 대비해 한국군은 독자적 기획 능력을 갖춰야 하고, 인도·태평양 안보 아키텍처 속에서 한국의 역할 분담 범위를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중동이나 동아시아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한국의 관여 조건과 원칙을 평시부터 마련해 둬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발생한 뒤 입장을 정하는 방식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행사할 수 없다.

셋째, 참여(Participation)는 “누가 결정하는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모든 결정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며, 정당성과 수용성을 갖추는 게 과제다. 군은 연합작전계획 수립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국회는 동맹정책 실행에 수반되는 제도와 예산을 마련한다. 국민에게는 동맹의 비용과 책임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은 폭넓은 참여와 합의에 기반할 때만 가능하다.

넷째, 능력(Power) 측면에서 “어떤 역량을 갖출 것인가?”가 중요한데, 전략적 자율성은 역량이 뒷받침될 때만 실질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전략 기획, 정보 수집, 정밀타격과 방호 능력의 목표 수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위한 획득체계를 갖춰야 한다. 인공지능(AI)·첨단 기술 기반의 국방시스템 전환은 연합작전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하며, 방위산업은 경제적 성과를 넘어 우리의 기술·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섯째, 태세(Posture)는 “어떤 태세를 갖출 것인가?”를 결정한다. 최우선과제는 북핵 억제를 위해 한국형 3축체계와 미국의 확장억제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태세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전작권 전환이 미국에 동맹 약화의 신호로, 중국에 전략적 독립으로, 북한에 억제 공백으로 오독되지 않도록 전략적 소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동맹국과 잠재적 적에게 동시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 자체가 태세의 일부가 된다.

여섯째, 실천(Practice) 차원에서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한미 연합연습 시나리오를 현실적으로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해 평시부터 연합억제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체계를 상시 작동시켜야 한다. 정보·감시·정찰(ISR)과 우주·사이버·미사일 역량을 연합작전 프레임 안에서 통합하는 훈련과 제도도 병행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더 넓은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한데, 선언의 신뢰도는 실천의 축적으로만 증명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속성(Persistence)은 “어떻게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동맹의 결속력은 위기 시에만 확인되는 게 아니라 평시 제도와 인프라를 통해 축적된다. 한미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기술·정보·훈련 분야 상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전략적 자율성이 정권교체나 안보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뒷받침되는 법적·제도적 기반과 전문인력 양성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자율성은 역량의 문제인 동시에 지속의 문제다.

이 같은 7개의 질문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가속화하는 ‘전작권 전환’과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동맹 현대화’는 미래 한미동맹의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것이어서다. 동맹과 자강의 두 축을 균형 있게 추구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자율성이 선언적 구호로만 남아선 안 된다. 정책·능력·태세·실천이 함께 작동해야 하고, 원칙·참여·지속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전략적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7개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이 한국 국방전략의 출발점이다.

 

손한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손한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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