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쟁 풍경이 달라졌다. 총과 전차, 미사일이 지배하던 전장을 드론이 뒤덮고 있다. 수백만 원짜리 1인칭 시점(FPV) 드론이 수십억 원의 전차를 파괴하고, 상용드론이 실시간으로 적을 추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드론은 더 이상 보조수단이 아니라 전쟁 전면에 등장했다. 과연 드론은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된 걸까?
드론은 전쟁의 비용구조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고가의 미사일과 전투기가 수행하던 정밀타격을 이제는 소형 드론이 대신한다. 싸게 만들고 많이 만드는 ‘양(量)의 전쟁’이 부활한 셈이다. 여기에 위성사진, SNS, 공개정보(OSINT)가 결합하면서 정보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몇 명의 병사만으로도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목표를 포착하고 정밀타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드론은 전술교리 자체를 재구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FPV 드론 전용부대를 창설했고 다양한 국가에서 군집드론 운용이 연구·시도되고 있다. 하늘에선 드론 대 드론의 전투가 벌어지고 전장은 점점 인간의 시야를 벗어난 ‘로봇의 전쟁터’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절대적 게임체인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전술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전쟁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핵무기를 들 수 있다. 핵무기는 단 한 발로 도시와 국가를 초토화할 수 있고, 그 압도적 파괴력은 ‘냉전’ ‘핵확산금지’ ‘복합억제전략’과 같은 새로운 국제질서 또는 개념을 탄생시키며 기존 전쟁의 패러다임(국가 간 총력전)을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반면 드론은 전장 풍경을 뒤흔들고는 있지만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의 전략적 무게를 갖추지 못했다.
전자전 전력이 강화되면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재밍과 통신망 교란은 드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방공체계는 이러한 드론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소형 레이저 무기, 드론 재밍 차량과 같이 대드론 분야에 특화된 무기체계를 개발 중이다. 또한 드론의 활용을 봤을 때 전술적 차원에서 혁명적 수단이긴 하나 영토 점령이나 전쟁 종결을 좌우하는 전략적 수단으로서 한계는 아직 명확하다.
드론은 게임을 바꾸지 못했지만, 드론에서 시작된 미래 전쟁의 혁신은 진행 중이다. 미래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건 더 좋은 성능의 드론이 아니며 총·전차와 같이 무기의 숫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보다는 드론과 다양한 수단으로 수집될 정보·데이터, 이를 정리하고 통합할 군사 목적의 인공지능(AI), 이러한 데이터와 AI를 얼마나 빠르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 전장의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드론’이 아니다. 드론을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지 결정할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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