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RC(중앙방공통제소) 통제대장을 마치며

입력 2025. 12. 09   15:00
업데이트 2025. 12. 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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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준 중령 공군방공관제사령부 31방공통제전대
신범준 중령 공군방공관제사령부 31방공통제전대

 


중앙방공통제소(MCRC) 통제대장으로 근무한 720일은 대한민국 영공을 빈틈없이 수호하기 위한 실전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도발과 주변국의 갖가지 위협이 전개되는 가운데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식별하고 적시에 대응하는 일은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중대한 임무였다.

MCRC는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최일선으로, 고산지대에 있는 관제부대가 수집한 항적정보로 공중감시·항적식별·전술조치·요격통제 등의 임무를 처리한다. 주변국의 여러 위협에 맞서는 초기 감시·식별이 대응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는 임무다. 항적 특성 분석, 전투기 대응, 민항기 안전 확보를 전부 검토하고 작은 정보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환경에서 MCRC 통제대는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했다.

최근 주변국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 접근은 더욱 정교하고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CRC는 군 지휘부의 결심을 조종사에게 실시간 전달하고 해당 항적의 방향·거리·고도정보를 정확히 제공함으로써 조종사가 한 치 오차 없이 대응하도록 통제해 왔다.

MCRC에서 근무하면서 주변국 민항기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방향으로 접근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해당 항공기는 지역관제소(ACC)의 조언을 듣고 비행 중이었으나 계획된 항로에서 벗어나 NLL 방향으로 계속 접근했다. MCRC는 이를 실시간 식별하고 곧바로 ACC에 유선으로 상황을 확인한 뒤 항공기에 경고방송을 해 항공기를 남측으로 돌리도록 조치했다. 짧은 시간에 수십 가지를 판단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상황이 안전하게 종결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절차 중심의 숙련된 팀워크 덕분이었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위해선 MCRC의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타 체계와의 연동뿐만 아니라 빈틈없는 영공수호를 위해 일치된 마음으로 임무에 임하는 작전요원들의 조직력과 팀워크가 작전 수행의 핵심 요소다.

MCRC는 전투상황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산불 진화 항공기의 공역 분리, 드론 및 미확인 비행체 식별, 공항 인근 민항기와 군 항공기 간 공중충돌 방지를 위한 공역 조정 등 다양한 임무를 담당한다. 대한민국 하늘의 안전을 위한 보이지 않는 임무 하나하나가 안정적인 국가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지난 720일은 군이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본분을 마음에 명확히 새긴 시간이었다.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임무를 이행 중인 MCRC 임무요원들에게 존경을 전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영공이 한순간도 흔들림 없이 굳건히 유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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