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준비 끝” 외치자 공기가 달라졌다
강철 기동력, 온몸을 압도했다
실내서 몰입감 극대화
실제 전차와 비슷한 장비 4대
3차원 영상 보며 표적 조준·사격
전원 켜지자 좌석도 미세한 떨림
실외서 폭발한 진면모
K1A2 전차 탄약수로 훈련 동참
급격한 방향 전환 ‘전장의 왕’ 실감
네 명의 승무원 팀워크 중요성 느껴
육군2기갑여단 전차 소부대 전술모의훈련장은 실제 전차를 움직이지 않고도 전장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한 공간이었다. 스크린에 펼쳐진 입체 전장, 장비 진동과 음향이 만들어내는 몰입감, 조종·사격·교전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체계까지. 이곳에서 전차의 힘은 철과 엔진이 아니라 장병의 전투력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날 현장 체험을 통해 장병들이 왜 기갑 병과를 선택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명감으로 임무에 임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글=박상원/사진=조종원 기자
현실을 구현한 TMPS
지난 3일 오전 10시 여단 전차 소부대 전술모의훈련장. K계열 전차 소부대 전술모의훈련장비(TMPS·Tank Multi Purpose Simulator) 4대가 이곳을 가득 채웠다.
TMPS는 실제 K계열 전차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맡은 임무는 포수. 헬멧을 착용한 뒤 좌석에 앉자 김현우(상사) 전차장이 장비 설정과 함께 조작법을 설명했다.
“앞쪽에 보이는 장비가 ‘팜 스위치’입니다. 포수는 이것으로 목표를 조준·사격합니다. 왼쪽에 있는 버튼은 ‘추적보조단추’로, 표적을 안정적으로 맞추기 위한 장치입니다. 조준선을 표적에 맞추고 즉시 사격하면 됩니다.”
전원이 켜지자 금속음이 울리고 좌석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예전 취재에서 경험한 실제 K1A2 전차 내부 느낌 그대로였다. 가상이라기엔 너무 실전 같은 몰입감이었다.
드디어 전장 화면이 펼쳐지고 적 전차가 서서히 나타났다.
“표적 확인. 포수 사격!” 조준경을 맞추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섬광과 진동이 화면을 강하게 채웠다.
“명중입니다.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 김 상사의 평가를 듣는 기자의 손에는 땀이 촉촉이 맺혀 있었다. 가상체험이었지만 사격 순간만큼은 실제 전차 포수와 다르지 않았다.
잠시 뒤 보병 표적이 나타나자 김 상사는 “기관총으로 교전합니다”라고 지시했다. 팜 스위치로 움직이는 보병을 따라 조준해 사격했지만 쉽지 않았다. 순간순간의 조작이 모두 훈련의 일부였다.
TMPS는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실제 작전환경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 대(對)전차 교전 등 전술적 상황은 물론 악천후·고장 같은 응급상황 대처 능력도 숙달하도록 돕는다. 모의훈련장비는 실제 기동훈련에 비해 안전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상사는 “전차의 전투력은 장비가 아니라 승무원들이 얼마나 ‘한 몸’처럼 움직이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TMPS는 그 합을 만드는 장비”라며 “여기서 완성된 팀워크가 실제 K1A2 전차 운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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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감각의 완성, K1A2 전차 탑승
TMPS 훈련 직후 경기 파주시 무건리사격장으로 이동해 실제 K1A2 전차에 탑승해 훈련에 동참했다. 이번에 맡은 역할은 ‘탄약수’였다.
변해숙(중위) 전차장이 전차 해치를 열며 말했다. “탄약수 위치는 여기입니다. 오늘은 절차 중심으로만 체험하시면 됩니다.”
K1A2 내부는 TMPS보다 좁았다. 전차병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조종·지휘·사격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전차장이 위치별 준비태세를 묻자 큰 소리를 내어 “탄약수 공격 준비 끝!”이라고 복창하는 순간 전차 내부 공기가 달라졌다.
전차가 기동을 시작하자 금속 진동과 엔진음이 온몸에 전해졌다. 기분 탓일까? TMPS에서 느낀 진동과는 또 다른 강도였다.
기자가 바짝 긴장한 사이 전차장은 계속해서 무전을 통해 상황을 알렸다. 전차장의 명령은 기자가 착용한 전차 헤드셋에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곧이어 적을 발견한 상황이 펼쳐지자 전차장은 연막차장을 지시했다. 훈련 시작 전 연막차장을 하면 해치 안으로 들어가라는 기억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해치 안으로 숨었다.
이어진 회피기동에서는 급격한 방향 전환이 반복됐다. 기자는 K16 기관총 거치대를 꽉 붙잡아야 했다. 고속 이동 중 갑작스러운 정지와 가속을 반복하는 회피기동은 전차가 ‘전장의 왕’으로 불리는 이유였다.
훈련이 끝난 뒤 기자는 전차장 변 중위에게 물었다. “왜 기갑 병과를 선택하셨습니까?”
그는 잠시 웃은 뒤 영화 ‘퓨리(Fury)’를 언급했다.
“전차는 전장을 여는 핵심이라고 생각해 기갑 병과를 선택했습니다. 보병이 나아갈 길을 만들고, 모두가 전장을 떠날 때 전차는 적을 향해 기동하는 모습에 크게 매료됐습니다. 저는 전차를 보면 늘 설레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습니다. 가능한 한 오래 전차를 타고 지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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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으로 완성되는 전차 전투
조종수·포수·탄약수·전차장. 전차 승무원 네 명이 단 몇 초 만에 하나의 절차를 완성하는 과정은 팀워크 그 자체였다. 이 ‘합’은 전차 전투력의 핵심이자 기갑전력의 존재 이유였다.
여단은 TMPS에서 전술 판단을 익히고, K1A2에서 실기동 감각을 확보한 뒤 승무원들이 하나로 움직이는 팀워크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처음 ‘최정예 기갑부대원(TOP-ARMOR) 선발대회’를 마련한 것도 기량 발전을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대회는 전투체력, 전차포 사격, 개인화기 사격, 탄 적재, TMPS 교전, 명령 하달 등 종목을 통해 최정예 전투원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단 관계자는 “TMPS와 실기동 훈련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전차병은 가장 실전적인 전투원이 된다”며 “앞으로도 최고의 기갑부대원을 양성해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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