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성공 그리고 도전

입력 2025. 12. 05   15:49
업데이트 2025. 12. 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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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 대명피앤씨 부사장
윤성환 대명피앤씨 부사장

 


“도전 없이 성공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자.” 오랜 기간 몸담았던 회사의 슬로건 중 하나다. 어느 사훈이든 회사 발전을 위해 구구절절 옳은 가치를 담고 있지만, 실패의 의미를 부각한 게 특징이다. 치명적 실패는 기업의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으로서 회사 생활 동안 시대의 격랑과 더불어 많은 영욕과 부침이 있었다. 여느 기업의 창업 역사가 그렇듯 근무했던 회사도 광복 후인 80년 전 당시 화학산업의 한국 최초 신기술 플라스틱 제품들을 출시했다.

초기 사업의 성공적 출발로 국내 최초 생활용품인 치약과 미용제품 크림을 처음 생산했다. 전후 생활문화를 바꿔 나갔다. 그 사업의 성공과 함께 가전산업에도 진출한다. 여러 산업 전반으로 도전해 나갔다. 나라의 경제개발계획 동참과 시대적 수요가 신사업 진출에 탄력을 붙게 했다. 창업 역사 100년 이내의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진국들이 선점하던 산업에 진출, 국가 발전에 기여해 왔다.

처음 해 보는 새로운 도전이 많았다. 기술을 전수해 모방제품을 만들어 보기도 했고, 시행착오을 거듭한 연구개발도 적지 않았다. 창업자가 오너였기에 가능한 시도들이 세계 최초 기술을 탄생시켰다.

전문경영인은 맡은 임기 동안 성과 부담 때문에 큰 투자를 섣불리 결단하기 어려웠다. 반도체, 신약 개발, 기술산업 등이 그렇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산업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조건과 사주의 결단력이 성과를 만들었다.

그 조건만으로 다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국산 세제 등으로 내수시장 1위를 달리던 회사는 신시장 도전을 계획했다. 오랜 시장 기반과 유통 장악력이라면 새로운 제품군을 출시해도 승산이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도전한 게 식품산업이었다. 제품 개발, 생산공장, 사업 조직을 갖춰 호기롭게 출발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기존 회사들의 시장 사수와 저항력도 만만찮았다. 1위를 달리는 유통시장에 숟가락 하나만 얹어도 되지 않겠냐는 과신이 혹독한 실패를 불렀다.

당시 성공에 대한 확신도 막연한 신기술과 신약 개발을 시도하고 있었다. 장기간에 걸친 투자가 수반되는 연구개발이어서 성과가 언제 나타날지 아무도 몰랐다.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수익은커녕 돈만 쏟아 붓는 일이다. 사내 임직원들조차 개발 과정에 관해 물어보는 것을 암묵적으로 피했다. 많은 연구개발 인력과 관련 조직은 실패의 두려움도 컸다.

그러한 도전으로 탄생한 게 오늘날의 세계적 신약 항생제와 2차전지다. 신약 항생제는 2003년 한국 신약으로선 2번째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차전지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에 쓰이는 리튬배터리다. 현재 전 세계 완성차 업체가 주요 고객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도 생산거점을 만들어 글로벌 생산력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이룬 성공이다.

지난달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와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 과학기술인 출신 어느 업체 대표의 건의가 눈길을 끌었다. “과학자들이 연구할 것을 갖고 창업하려 할 때 실패할 용기를 부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도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들에게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주자”고 답하며 힘을 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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