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존도 낮추고 독자적 외교 영향력 확대 주력할 듯

입력 2025. 12. 05   15:42
업데이트 2025. 12. 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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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2026년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안보정세 전망: 중국

올해 발간 국가안보 백서 ‘인식의 전환’
영토와 동등하게 ‘해양 권익’ 수준 격상
군사력 과시 훈련…대만 압박 수위 높여
내년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 한층 강화
첨단 무기 배치·군 기강 잡기 지속 전망
우리 경제 안보에 미칠 영향 대책 시급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진핑(가운데) 주석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진핑(가운데) 주석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25년의 분석 및 평가

202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100년 만의 큰 변화 국면’은 중국에 대내외적 도전으로 다가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발간한 『신시대 중국 국가안보』 백서를 통해 안보 인식의 전환을 드러냈다. 과거의 백서가 영토 완정과 주권 수호라는 전통적 안보 영역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 백서는 비전통 안보 영역까지 포괄적으로 명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안보 범위의 재조정이다. 영토 완정과 해양 권익을 동등한 항목으로 다룸으로써 해양 권익을 영토 완정과 동등한 ‘핵심 이익’ 수준으로 격상했다. 또한 심해·극지·우주 등 ‘원거리 영역’과 해외 이익 보호를 구체화했는데, 이는 외부 위협을 방어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글로벌 공공재 영역에서 규칙 제정자(Rule Maker) 지위를 선점하겠다는 적극적 안보 전략으로의 전환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14차 5개년 규획’이 종료되는 2025년 중국 경제의 명암은 뚜렷하게 갈렸다. 우선 에너지 전환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풍력·태양광 발전 용량 1200GW란 목표를 2030년보다 5년 앞당겨 조기 달성했고, ‘시베리아의 힘 2’를 타결해 에너지 안보 헤징 능력을 제고했다. 또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특허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신형 에너지 저장 규모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기술 표준을 주도했다. 국가데이터국을 필두로 ‘데이터 요소 3개년 계획’을 추진해 데이터를 토지, 노동, 자본에 이은 제5의 생산 요소로 정립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진전을 이뤘다.

반면 ‘제조 2025’의 상징이던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는 미국 제재에 막혀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10월 이후 강화된 수출 통제로 SMIC 등은 7㎚ 이하 첨단 공정 진입에 비용과 수율 면에서 장애를 겪었다. 이에 중국은 첨단 공정의 열세 상황에서 28㎚ 이상 레거시 공정의 장악과 소부장 국산화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첨단기술 개발 자금으로 활용하는 우회적 순환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구조적 둔화와 이에 따른 사회 경직화는 아직 남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공동부유’를 기치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고착화, 부동산 문제, 외국인 직접투자 급감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되자 중국 당국은 ‘반간첩법’을 시행하고 ‘펑차오 경험’에 디지털 감시 기술을 결합한 정교한 감시망을 구축하는 등 사회 통제를 강화했다.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2% 증액된 1조7846억 위안으로 4.8%로 추정되는 경제 성장률을 웃돌았다. 특히 해군력에서 획기적 진전이 있었다. 공식 취역한 ‘푸젠함(Type-003)’은 전자기식 사출기를 탑재해 기존 스키점프 방식 항모보다 작전 반경과 타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했다. 다만 갑판 레이아웃의 한계로 소티 생성률은 미 항모의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공중력에서는 J-20S 지휘기와 J-35 함재기의 배치가 가속화됐으나 H-20 폭격기 공개는 지연됐다. 

대만 압박은 한층 강화됐다. 올해 실시한 ‘해협 뇌정-2025A’ 훈련에는 군용기 76대와 군함 15척이 동원됐다. 특히 055형 구축함의 YJ-21 미사일과 H-6K 폭격기의 공중 발사형 2PZD-21을 연계해 미 항모 전단 개입 차단(A2/AD) 능력을 과시했다. 12월 훈련에서는 가오슝 LNG 터미널 등 핵심 시설 정밀 타격을 시뮬레이션해 군사적 점령 이전에 대만의 경제·사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능력을 시현했다.

 

 

전자식 사출기를 장착한 중국 항공모함 ‘푸젠함’의 취역식이 지난달 5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 산야시 군항에서 열렸다. 신화·연합뉴스
전자식 사출기를 장착한 중국 항공모함 ‘푸젠함’의 취역식이 지난달 5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 산야시 군항에서 열렸다. 신화·연합뉴스



2026년의 안보·국방 정책 전망

2024년 3중전회 지연의 나비효과로 2025년 정치 일정이 압축되면서 지난 10월 소집된 20기 4중전회에서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 건의’가 의결됐다. 내년에 시작될 ‘15-5 계획’은 시 주석이 주창한 ‘신질생산력’을 구체적 산업정책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정부의 주도적 지원과 시장 메커니즘을 결합해 당의 통제와 외부 충격에 내구도를 제고하는 자립형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특히 2026년은 지방 정부 융자 플랫폼의 부채 만기가 집중되는 시기다.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부채 교환 프로그램만으로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지방 부채 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26년 대외 환경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 수위에 따라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미국발 고율 관세 공격이 강화될 경우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 희토류 수출 통제, 미 국채 매각 등 고강도 보복 조치를 고려할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다만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 올해 말 정상 간 통화로 형성된 유화적 기류가 2026년 4월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일시적 ‘휴전’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 외교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올해 지정된 ‘중국·중앙아시아 고품질 발전의 해’를 계기로 일대일로의 재도약을 추진하고 내년 10월 선전 APEC 개최를 계기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한층 더 강화할 것이다. 특히 GDI(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 GSI(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GCI(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 등 3대 이니셔티브를 실질적인 안보·경제 아키텍처로 구체화해 서구 중심의 담론을 우회하고 중국 주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건군 100주년을 1년 앞둔 2026년은 인민해방군 전력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첨단 무기의 실전 배치와 대만 봉쇄 훈련의 고도화는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개연성이 있다. 동시에 시 주석은 군 고위직에 대한 지속적인 숙청과 기강 잡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부적으로는 권력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부적으로는 비리 척결을 통해 실전능력을 제고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과 자립, 내수 중심 전략은 우리 경제 안보 차원에 구조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중간재 수출 감소는 ‘뉴노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첨단기술 유지 및 확보를 통해 전략적 ‘불가대체성’을 유지하고 아세안, 인도, 중동 등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또한 강대국발 부채 위기나 공급망 교란이 한국 경제에 미칠 전이 효과에 대비해 조기 경보 시스템과 선제적 시장 안정화 조치를 포함한 정교한 컨틴전시 플랜 수립이 시급하다.

군사 안보 차원에서 대만 해협의 위기 고조와 중국의 A2/AD 능력 강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추동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 안보 기조의 근본적인 재정립과 치밀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한국으로선 강대국 갈등의 최전선에 연루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지양하면서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 등에 대비한 독자적인 억제 능력 확충 및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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