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보이지 않는 무기, 통합의 시야

입력 2025. 12. 02   15:10
업데이트 2025. 12. 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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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진 대위 육군종합행정학교
주아진 대위 육군종합행정학교



미국 미주리주의 포트 레너드우드는 기동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경찰, 공병, 화생방 병과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약 6개월 동안 미 군사경찰 대위 지휘참모과정을 수료하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투를 바라보는 관점이 ‘통합의 시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었다. 군사경찰은 전방과 후방, 전투와 지원, 군과 민간을 잇는 경계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작전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통합적 시야가 필수다. 

기동지원은 전투부대가 자유롭게 기동하고 작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쉽게 생각해서 도로에 전차가 이동할 때 군사경찰이 주요 지점에서 교통통제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이는 한국군과 미군 군사경찰 교리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는 핵심 기능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미군에서는 군사경찰, 공병, 화생방 병과가 기동지원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훈련하고 교육받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작전계획 수립절차(MDMP)에서는 군사경찰은 방호(protection) 기능에 포함돼 방공, 인사, 공병 등과 함께 전투력 보존을 위한 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한다. 즉, 각자 기능을 통합해 하나의 체계로 엮어 전투 효과를 발휘하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반면 우리는 각 병과가 직할부대 형태로 독립적인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각 부대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지만 상호 연계된 작전 수행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특히 전장 상황이 복잡해지고, 육·해·공뿐만 아니라 사이버와 우주까지 포함하는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s) 개념이 발전되고 있는 지금, 기능의 통합이야말로 새로운 전투력의 기반임을 실감했다.

기동지원이라는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세 병과의 학생 장교들은 제병협동훈련을 함께했다. 전투부대 기동을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군사경찰의 기동로 확보와 전장순환통제, 공병 장애물 제거, 화생방 오염지역 정화가 함께 이뤄졌다. 각자의 지식은 달랐지만 그 전문 지식을 하나로 통합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훈련을 통해 미군의 이런 개념은 편제나 조직 구조를 넘어 전투를 시스템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각 병과가 자신의 전문적 역할뿐만 아니라 전체 작전 속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끊임없이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군사경찰로서 이번 과정을 통해 통합된 시야가 곧 전투력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전투력은 결국 기능을 엮는 시야에서 비롯된다. 병과의 구분을 넘어 기능으로 사고할 때 각자의 전문성이 진정한 힘이 된다. 그것이 미국에서 배운 보이지 않는 무기, 통합의 시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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