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는 지금 대림시기, 곧 성탄을 앞둔 네 주간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림은 단순히 성탄을 ‘기다리는 기간’이 아니라 그 기다림 속에서 자신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달력만 넘기며 날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다가올 기쁨을 더 풍성히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정리하고 삶을 돌아보는 여정입니다. 성탄을 더 충만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이렇게 자신을 다듬는 일이 바로 대림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준비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앞으로의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밑작업과도 같습니다. 꾸준히 자신을 정돈하는 사람만이 기쁨과 감사의 순간을 진심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이 같은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군 생활에서 겪는 준비 과정을 생각해 봅니다. 어떤 임무든 아무리 익숙하고 반복되는 일일지라도 준비를 미루거나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장비를 세밀히 점검하고, 역할을 조율하며,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완합니다. 준비가 탄탄할수록 자신감은 커지고, 실수는 줄어들며, 목표는 더욱 또렷해집니다. 결국 임무의 성패는 준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또한 평소의 작은 정비와 점검이 큰 사건과 위험을 막아주듯 삶에서도 작은 준비가 우리를 지켜줍니다.
무엇보다 준비의 끝자락에는 늘 묘한 긴장과 설렘이 공존합니다. “이제 곧 시작이구나.” 이 실감과 함께 마음은 더 집중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지금의 대림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성탄을 향한 기대가 커지면서도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지고, 내면을 정돈하고 싶어집니다. 기대와 긴장, 기쁨과 정리의 시간이 우리를 한 단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준비를 통해 더 성숙해지고,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다가올 순간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단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는 것입니다.
대림과 성탄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올해 성탄은 올해만의 의미를 지닙니다. 비슷한 날들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다르고 맡은 역할이 달라지며 우리의 경험과 마음도 달라져 있습니다. 한 해 동안 겪어온 어려움과 도전, 그 속에서 발견한 성장의 흔적들이 쌓였기에 올해 우리는 올해만의 마음으로 성탄을 맞이합니다. 따라서 이 기다림과 준비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롭게 주어진 시간이며, 성장의 결실이 담긴 선물과도 같은 순간입니다. 새로운 기쁨은 늘 준비된 마음에 더 깊이 스며듭니다.
이제 곧 성탄이 다가옵니다. 동시에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기본을 지키고,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온 시간들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성실함’과 ‘기본을 지키는 태도’는 군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입니다. 한 해의 끝에서, 짧지만 귀한 이 준비의 시간을 다시 깊이 새겨보고, 다가올 성탄을 기쁨과 감사 속에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모든 전우에게 평화롭고 뜻깊은 성탄의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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