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을 마치며] 거센 파도 가르며… 우리는 하나였다

입력 2025. 12. 02   16:47
업데이트 2025. 12. 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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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사관학교 및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로 구성된 2025년 합동순항훈련전단이 지난달 21일 18일 동안의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소속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 바다를 누비며 미래 첨단 강군 장교의 덕목을 갖추고 돌아왔다. 처음 맞닥뜨린 ‘실전 현장’의 맛. 낯선 국가와 동료들 사이에서 합동순항훈련전단 사관생도들은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 합동순항훈련전단 사관생도들이 훈련 현장에서 건져온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한다. 조수연 기자/사진=합동순항훈련전단 제공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 편승한 2025년 합동순항훈련전단 소속 사관생도들이 지난달 5일 오전 진해 군항을 출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 편승한 2025년 합동순항훈련전단 소속 사관생도들이 지난달 5일 오전 진해 군항을 출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태연 생도 육군사관학교 2학년
김태연 생도 육군사관학교 2학년


청춘이란 키를 잡고 항해하는 우리 

‘훈련’이란 단어를 떠올려 보자. 정신적·신체적 여유를 포기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 생각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합동순항훈련은 ‘훈련’의 의미가 모호할 수 있다. 하지만 훈련의 본질은 ‘성장’에 있음을, 나는 이번 합동순항훈련에서 깨달았다.

첫 일과 정렬, 합동순항훈련을 통해 좋은 추억과 우정을 쌓아 사관생도 전우들과 합동심을 함양하면 좋겠다고 하신 전단장님의 말씀부터 시작된 나의 목표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에 맞게 마라도함에서부터 제주도와 괌까지,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귤 수확 체험을 비롯한 상륙조 생도들과의 외출, 해군·해병대 부대 및 미 해군기지 방문 등 생도 신분으로 군함에 탑승해 훈련 동안 경험했던 모든 행사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훈련 특성상 정박보다는 이동시간이 많았기에 함정 안에서의 활동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전투배치 교육과 실습 등 여러 과업이 있었지만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건 항해 당직체험이었다. 함교와 조종실처럼 항해를 책임지는 당직이 있는가 하면, 안전당직과 같이 함정에서의 생활을 유지하는 당직도 있었다. 모든 업무의 중요함을 느끼며 우리의 훈련을 지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자 우리 생활에 큰 제한사항이 생겼다. 바로 멀미다. 함께 출발한 노적봉함, 일출봉함에 비해 규모가 큰 함정에 탑승했음에도 적응되기 전까지 밥을 먹거나 과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나만의 생각의 항해를 펼쳤다.

배 안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면 정확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된다. 육지에서는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던 위치의 감각이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미로 힘든 와중에도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지금 함정이 어디 위치쯤 와 있는가?’를 상상했으나 점점 확장해서 질문을 스스로 적용해 봤다. 물리적 위치를 알 수 없자 오히려 내면을 돌아보기 좋은 환경이 된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내 손으로 지키고자 군인이 됐다. 참 막연한 목표였다. 그러나 생도 생활과 군사훈련을 거치며 군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번 합동순항훈련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생활을 하는 각 군 사관학교 동기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육군에 머물던 나의 사고를 군 전체, 즉 ‘국군’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나는 타군과 상호작용하며 역할은 다르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커다란 공통 신념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것은 앞으로의 군생활에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합동순항훈련을 통해 우리 군의 합동성, 해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항해에 내 인생을 대입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박을 타고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여정은 합동순항훈련과 닮아 있다. 즐겁고 평탄한 시기도 있고, 황천(荒天·비바람이 심한 날씨)을 만나 굴곡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여명이 비친다. 각기 다른 인생의 항해가 교차하는 지금이 내 인생 방향키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괌 아프라항에 입항한 마라도함 마스트에 성조기를 게양하는 모습.
괌 아프라항에 입항한 마라도함 마스트에 성조기를 게양하는 모습.

 

손상통제훈련 중인 사관생도들.
손상통제훈련 중인 사관생도들.

 

박준하 생도 해군사관학교 2학년
박준하 생도 해군사관학교 2학년


나의 사랑이자 자랑, 해군 

이번 합동순항훈련을 통해 나는 해군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함정 문화를 이해하고 승조원의 고충을 느끼며 내가 앞으로 어떤 해군 장교로 성장해야 할지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훈련 전에는 설렘보다는 여러 걱정이 앞섰다. “함정 생활이 답답하고 힘들 것 같은데 괜찮을까?” “타 사관학교 생도들이 해군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이었다. 함정이라는 폐쇄적인 환경에 내가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함정에 도착한 순간, 생각보다 더 큰 마라도함 규모에 놀랐다. 해군사관학교 세병관에서 부두를 바라볼 때 종종 봤던 마라도함이지만 실제로 편승해 넓고 높은 차량갑판과 수많은 격실을 보니 이곳에서 3주간 생활할 날들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 훈련에서 연대장생도를 맡아 훈육진과 승조원을 비롯한 실무자들과 사관생도 사이의 다리가 돼 훈련이 잘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특히 해군 문화와 함정 생활이 처음인 타 사관학교 동기들이 훈련에 잘 적응하도록 생도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역할도 해야 했다.

평소에는 SNS로 공지사항을 전파했지만 두꺼운 격벽으로 함정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동기들에게 일과를 즉각적으로 알려주지 못해 불안했다. 또한 원활한 훈련 진행을 위해 함정에서 할 수 있는 행동보다 하지 말아야 하고 주의해야 할 행동이 훨씬 많았다.

오랜만에 모여 들떠 있는 다른 사관학교 동기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계속 말하려니 미안해서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기도 했다. 비록 훈련 초반에는 원활한 훈련을 위한 체계와 질서를 만드느라 힘들었지만 각 사관학교의 지휘근무자생도들과 해사 동기들이 도와준 덕분에 함정 생활과 훈련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출항 전 이번 훈련을 통해 타 사관학교 생도들이 우리 해군과 해사에 좋은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훈련 중 비행갑판에서 유류수급훈련을 참관하며 신기해하는 타 사관학교 동기들을 보니 해군의 일원으로 자부심이 느껴졌다. 앞으로 나도 유능하고 당당한 해군 장교가 돼야겠다고 다짐하는 기회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비행갑판 개방 시간에 맞춰 나가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직접 본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이번 훈련이 해군뿐만 아니라 전 군의 생도들이 함정 생활을 이해하고, 고된 일과 속에서 해군의 낭만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이번 훈련을 통해 나는 해군의 일원으로서 자부심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여러 사관학교의 다양한 인원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한 경험을 통해 타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연대장생도로서 훈련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더십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던 뜻깊고 값진 훈련이었다.

 

백종원 생도 공군사관학교 2학년
백종원 생도 공군사관학교 2학년


추억과 낭만은 함정을 타고

지난 11월 5일, 우리는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안고 진해에서 힘차게 출항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은 육지와 멀어질수록 점점 사그라들었다. 항해 중 겪는 멀미와 좁은 공간, 제한되는 휴대전화와 그로 인한 무료한 시간은 내게 너무나 어색했다.

하지만 네모난 화면을 벗어나니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생겼다. 옆에 있는 동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됐다.

6일 오전, 제주도에 입항하자 진해와는 사뭇 다른 따스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줬다. 전투복을 착용하고 나간 사흘간의 외출에서는 식당, 택시에서 군 복무 중인 자식 자랑과 함께 수고한다는 말을 들으며 제주도의 햇살만큼 포근한 도민들의 감사와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날 해병9여단 견학에서는 제주도와 해병대의 깊은 인연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제주를 지키기 위해 창설된 부대가 민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이에 보답하고자 도민도 군인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라는 걸 알고 민·관·군의 협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다시 괌으로의 항해가 시작됐다. 항해 중 진행한 ‘별이 빛나는 밤’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영원히 빛날 듯한 별들과 태평양 바다가 마치 하나가 된 듯했다. 사관생도들이 식사하는 승조원 식당에는 위성전화기가 있었다. 항해 중에는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성 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일과 후 전화기 구역은 여러 사람으로 붐볐다.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근황을 전하곤 했다. 하는 말은 모두 다르지만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마디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 하나는 같을 것이다. 합동순항훈련은 단순히 18일간의 항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중함까지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괌 입항 후 주어진 문화탐방 시간은 우리 생도들에게 훈련 중 관광과 휴양을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생도 특성상 방학이 아닌 기간에는 타국을 방문하기 어려운데 ‘합동순항훈련’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통해 가을의 괌을 경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5일의 항해 후 주어진 달콤한 문화탐방 시간은 괌의 무덥고 습한 날씨를 잊게 해줬다. 타국에서 육·해· 공군 그리고 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낭만’이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미 해군기지를 견학하며 미군들의 생활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나라를 지키고 일과가 끝난 후에는 노란빛으로 물드는 해변의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미군들의 생활 말이다.

나는 지금 진해, 제주, 괌 그리고 다시 진해로 이어지는 합동순항훈련의 끝자락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배를 처음 탄 순간 비좁은 침실을 보며 남은 훈련 기간이 두렵고 막막했지만 돌아보니 행복한 추억이 됐다. 제주의 푸른 바다는 우리의 추억처럼 파도쳤고, 무더운 괌의 날씨는 우리의 청춘을 더 뜨겁게 해줬다.

 

사관생도들이 미 해군병원을 견학하고 있다.
사관생도들이 미 해군병원을 견학하고 있다.

 

괌 6·25 참전용사 위령탑에 헌화하는 사관생도들.
괌 6·25 참전용사 위령탑에 헌화하는 사관생도들.

 

권희서 생도국군간호사관학교 2학년
권희서 생도국군간호사관학교 2학년


18일간의 추억을 돌아보며

지난달 5일부터 21일까지 육·해·공군사관학교와 국군간호사관학교 2학년 사관생도들이 합동순항훈련을 다녀왔다. 진해에서부터 제주, 괌까지 항해하며 우리 생도들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과 지식 그리고 동기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이번 합동순항훈련 동안 배에서 경험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합동순항훈련전단 소속 함정 중 가장 큰 마라도함에 탑승했다. 처음 접한 마라도함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웅장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훈련 동안 함정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혼합 실습조 생도들과 함정근무체험을 통해 함정이 운용되는 방식 및 승조원의 역할을 배우며 조금씩 적응해나갈 수 있었다. 생도들은 통신실, 항공기, 전자실, 조종실, 안전당직, 무장, 함교, 기관실 등 함정 내 곳곳에서 함정근무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중 함교와 안전당직 근무체험이 기억에 남았다. 특히 함교에서 바라본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를 우리가 항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뿌듯한 기분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함정 곳곳을 돌아다니며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 손상된 곳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안전당직 체험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이번 합동순항훈련을 위해 수고해주시는 많은 승조원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라도함에서 진행한 각종 행사와 교육도 기억에 남는다. 함상 리셉션, 별이 빛나는 밤, 합순시네마, 조별 연구발표, 선배 장교와의 대화, 해군 예절교육 등 다양한 행사 및 교육이 있었다. 함상 리셉션 때는 해군 장교 선배, 제주도 귀빈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마라도함 비행갑판에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보는 ‘별이 빛나는 밤’ 행사와 ‘해군 예절 교육’ 시간을 통해 함교 예절, 사관식사 등 해군만의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괌에서는 미 해군병원을 방문했다. 학교에서 배운 들것 환자 후송, 지혈대 적용, 심폐소생술(CPR), 수액 주입 펌프 이용법 등 군 병원 특성에 맞는 의무처치를 수준 높은 장비들로 체험할 수 있었다. 동기 생도들과 함께 배운 내용을 실습하며 미래 군 간호의 발전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외에 제주도와 괌에서 함께한 상륙조원들과의 추억, 함정에서 함께 적응해 나가고 의지하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각 군 사관생도 전우들과의 추억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총 18일이라는 훈련 기간 바다 위 함정이라는 특별한 환경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또한 해군과 합동성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 시간도 보낼 수 있었다. 이번 합동순항훈련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가슴에 새기고 각 군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 어디서든 최고의 간호를 실천하는 정예 간호장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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