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100대’ 테스트베드 도시 내년에 지정

입력 2025. 12. 01   16:49
업데이트 2025. 12. 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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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 Fun Car

정부, 2027년 레벨4 상용화 로드맵 발표 

현재 ‘레벨3’ 수준으로 조건부 자동화 단계
‘레벨4’는 비상시에만 개입
미·중, 도시 실증 이미 진행

정부, 도시 전체를 실증 구역으로
데이터 활용·규제 완화 핵심 추진
임시운행 허가 권한도 확대하기로

레벨4 고도 자동화 자율주행 차량 주행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레벨4 고도 자동화 자율주행 차량 주행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피지컬 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할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기술 선도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이 자본력과 개발 속도를 앞세워 추격하면서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에서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가 연말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 대도시권에서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식료품·음식 배달 서비스를 개시한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8년까지 운전자가 전방을 바라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능을 신차에 적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기업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바이두, 위라이드, 모멘타 등 주요 자율주행 업체들은 스위스, 독일,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시장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샤오펑은 자체 개발한 AI 칩을 탑재한 로보택시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다. 샤오펑이 공개한 차량은 초당 최대 3000회 연산이 가능한 성능을 갖춰 테슬라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정부도 2027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목표로 새로운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모든 상황을 스스로 추론·대응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자율주행 모델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실증 기반을 도시 단위로 확대하고 규제 체계를 대폭 정비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개발 지원과 제도 기반을 구축해 ‘글로벌 3대 자율주행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기획재정부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데이터 경쟁력 격차가 확대되기 전 실증 환경과 제도 기반을 선제적으로 정비, 자율주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서울 청계천에서 운행 중인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서울시 제공
서울 청계천에서 운행 중인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서울시 제공



현재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조건부 자동화 단계인 레벨3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은 비상시에만 개입하는 레벨4 자율주행을 위해 도시 단위 실증과 상업 운영을 이미 진행 중이다.

정부는 우선 실증 기반을 확대한다. 내년까지 도시 전체를 실증 구역으로 지정하는 ‘자율주행 실증 도시’를 구축하고, 100대 이상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는 대규모 실증에 나선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기존 47곳 시범운행지구 중심의 제한적 노선 실증에서 벗어나 도시 단위 테스트베드를 조성, 실제 교통환경에서의 대량 데이터 축적을 유도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는 ‘K자율주행 협력 모델’도 도입해 기업 간 공동 실증과 데이터 공유를 활성화한다.

데이터 활용과 규제 완화는 핵심 추진 과제다. 정부는 내년부터 자율주행 연구개발(R&D) 목적의 원본 영상 데이터 활용을 허용해 인식 정확도를 높인다. 개인 차량을 통한 영상 수집도 차주 동의 시 허용한다. 그동안 데이터 확보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병목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조치는 AI 학습 기반을 강화하는 데 직접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운행 허가 제도도 개선한다. 운수사업자까지 허가 권한을 확대하고, 개발사 직원 동승 의무를 해소해 실증 효율성을 높인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도 신속 허가 대상에 포함한다. 원격제어 기능은 주차 단계에서 주행 단계까지 확대해 원격 운행 서비스 실증이 가능해진다. 교통약자 보호구역 내 실증은 안전조치 마련을 전제로 허용하며, 안전기준 특례 적용 범위는 시범운행지구 외부까지 넓힌다.

교통 취약지역에 대한 서비스 확충도 병행한다. 정부는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비 지원을 농어촌 지역까지 확대해 지역 교통난 해소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고령화와 운전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지역에서 자율주행 교통서비스의 실증과 적용 범위를 넓혀 실제 수요 기반을 확보한다.

R&D 지원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축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자율주행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확보하고, 2029년까지 AI 학습센터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테슬라가 주도하는 E2E 방식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플랫폼·차량용 AI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개발을 추진해 국내 생산 생태계를 확충한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필수인 연산 인프라 확보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제도 정비도 진행한다. 레벨4 차량은 운전자가 없는 만큼 사고 발생 시 책임 분배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 정부는 ‘운행 관리 의무자’ 개념을 도입해 사고 책임의 기본 틀을 마련한다. 사고 책임 배분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 입증 부담을 줄이며,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한다. 자율주행 상용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업계 간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협의체도 다음 달부터 운영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자율주행 교통·운송 서비스 관제, 차량 관리, 사업자 중개 체계 등을 포함한 ‘자율주행 산업 관리 방안’(가칭)을 후속 대책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실증과 규제, 기술, 제도 전 과정에서 손본 로드맵 마련으로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필자 정치연은 전자신문 모빌리티팀장으로 자동차와 모빌리티 산업을 취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올해의 차 선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정치연은 전자신문 모빌리티팀장으로 자동차와 모빌리티 산업을 취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올해의 차 선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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