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오전 11시 세계가 부산으로 향한다

입력 2025. 11. 10   15:08
업데이트 2025. 11. 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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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환 상사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임진환 상사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11월 11일’ 하면 많은 사람이 ‘빼빼로데이’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우리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지닌 날, 바로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Turn Toward Busan)’이다. 

이날은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가 6?25전쟁에 참전했던 동료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전쟁 당시 숨진 용사들을 추모하며 “부산 유엔기념묘지를 향해 1분간 묵념하자”고 호소했다. 그 뜻은 곧 전 세계로 퍼졌고, 2008년부터는 우리 정부가 공식 추모행사로 주관하게 됐다. 2014년 이후에는 유엔 22개 참전국이 동참하며 국제적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2020년에는 ‘유엔 참전용사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오늘날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대한민국이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이 행사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을 기념해 영연방 국가들이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현충일(Remembrance Day)’에서 영감을 얻었다.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전 세계는 부산 유엔기념묘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1분간 침묵한다. 이는 6?25전쟁 당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낯선 땅으로 달려온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순간이다.

1950년 6월 발발한 전쟁은 풍전등화(風前燈火) 같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다. 유엔 22개국에서 195만7000여 명의 군인이 참전했고, 그중 4만여 명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낯선 땅에 잠들었다.

11월 11일 오전 11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는 참전국 대사와 유가족, 외교사절, 우리 군 장병 등 800여 명이 모여 그들의 영령을 기리는 헌화와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세계 유일의 유엔 묘역인 부산에서 울려 퍼지는 침묵의 시간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장엄한 순간이 될 것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우리가 서 있는 뿌리이자 미래로 향하는 나침반이다.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은 전쟁의 기억을 넘어 평화의 유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11월 11일 오전 11시, 단 1분간의 묵념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 고요한 1분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명을 바친 이들의 숨결을 되새기는 시간이며, 우리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순간이다. 그날 부산을 향해 고개 숙이는 우리 마음속에 평화의 빛이 더욱 단단히 새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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